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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군위신문 |
사경을 헤매던 시어머니에게 자신의 간 60%를 선뜻 떼 준 이효진 씨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너는 며느리가 아니야. 내 딸이야…. 사랑한다.”
지난 19일 정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산소호흡기를 단 채 마취에서 막 깨어난 이성숙 씨는 며느리 이효진(29)씨를 보자마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자신에게 간을 떼 주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며느리의 모습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효진 씨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어머니, 빨리 나으셔서 같이 여행가셔야죠.”
간경화 말기로 사경을 헤매던 시어머니에게 자신의 간 60%를 선뜻 떼 준 이효진 씨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부(姑婦) 관계는 남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말이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2002년 4월 동갑내기 구본식 씨와 결혼해 경기 시흥시 매화동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 효진 씨는 둘째 며느리였지만 자청해 시부모를 모시겠다고 했다.
같이 영화 구경까지 다니는 등 워낙 사이가 좋아 ‘딸 같은 며느리’ ‘친정 엄마 같은 시어머니’라며 주변의 부러움을 사왔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단란했던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혼 당시만 해도 심하지 않았던 시어머니의 간경화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수술을 받아야만 완치될 수 있다는 병원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10월 가족들 모두가 간 이식을 위해 조직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구씨 삼형제는 모두 간이식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시아버지 구자홍 씨도 혈액형이 달라 간이식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효진씨는 다행히 이식 가능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효진씨는 주저없이 “제가 간을 드릴 게요”라고 했으나 오히려 시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혔다. 직장생활을 하고 장차 아이를 낳는데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진씨 는 시어머니를 설득했다. 지난달 초엔 친정에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처음엔 완강하게 반대했던 시어머니와 친정 부모는 효진 씨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허락했다.
지난 16일 16시간에 걸쳐 진행된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효진 씨는 회복실에서 퇴원을 기다리고 있다.
효진 씨는 “친어머니에게 간을 떼어준 게 무슨 기삿거리냐”고 반문하고 “친정어머니가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남편도 당연히 나처럼 결정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글제공: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부총재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