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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대통령의 눈물

admin 기자 입력 2014.05.27 20:39 수정 2014.06.03 08:39

ⓒ N군위신문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나라 전체가 무기력한 우울증으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슬픔과 분노로 대한민국이 큰 시름에 병을 앓고 있다.

지난달19일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대 국민담화를 보았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 저야 할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이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또 침몰당시 다른 승객의 생명을 구하고 숨진 아이들과 의사자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다 목이 매여 떨리기 시작하드니 끝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런 분들이야 말로 우리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고 말하는데 흐르는 눈물은 뺨을 적셨다. 대통령이 흘린 뜨거운 눈물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회한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고 현장의 대응조치를 보면 뒤죽박죽이다. 오락가락, 엉터리 브리핑은 참으로 한심했다.

지금 우리사회가 어둡고 캄캄한 절망 속으로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건성건성 살아 왔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법이나 원칙을 무시 한 것도 사실이다. 얼렁뚱땅 덤벙덤벙 살아 온 생활방식이 습관화 관습화 돼버렸다. 그렇게 살아 왔음으로 지금의 충격을 감당하기가 이렇게 힘든 거다.

세월호 뱃머리 일부만 남기는 침몰상황을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만 있었다. 우리는 모두가 잔인한 방관자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니 황당한 일이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는지 혼자 살겠다고 승객 수 백 명의 생명을 외면하고 팬티차림으로 탈출하는 파렴치한 세월호 선장에 대해 외신들은 ‘승무원의 치욕’, ‘악마’ 같은 짓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욱이 승객들이 배 안에 갇혀 있는데도 배 안으로 뛰어 들지 아니하고 어영부영하는 해경의 직무유기, 어찌 말로 다 하겠나.

세월호 참사로 국가의 품격이 삼류로 추락하다 아예 바다 속으로 수장해 버렸다. 침몰하는 배를 TV 화면을 통해 생방송으로 하루 종일 눈뜨고 구경만 하는 나라.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지. 나라망신, 참으로 참담하다.

안전 후진국이란 오명을 쓰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나라. 자존심은 무너지고 낯부끄러운 일이다. 실망과 절망을 가득채운 국민들의 가슴을 어떻게 쓰담아 줄 건가.

이번 참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재다. 세월호 사건으로 비틀거리는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 나라마저 침몰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느꼈던 문제지만 공직사회의 부패와 무능이 심각한 문제다. 관련업계간의 관행쯤으로 여겨온 구조적 비리, 서로 봐주기로 밀착 공생하는 현실 한마디로 복마전이다.

오랜 기간 굳어져 온 검은 삼각 커넥션이 암세포처럼 퍼지면서 대형사고와 부실부패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개혁은 부패의 척결이 관건이다.

이 와중에 추모행사를 빌미로 야권이나 일부 언론, 대학교수, 수 백 개의 시민단체와 노조가 촛불을 들고 ‘대통령 물러나라’ ‘내각 총 사퇴하라’고 정부를 비판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참사는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고 쌓이고 싸였던 검은 커넥션의 적폐가 터진 거다.

조직 이기주의에 젖은 관료사회나 보신주의로 부패한 사회를 만든 것은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인의 탓이 크다. 조직이기주의와 보신주의를 단절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지금은 재난을 극복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 누가 누구에게 감히 돌팔매질을 할 수 있겠나. 아픔과 분노의 크기만큼 개혁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책임자 처벌 못지않게 우리들의 의식구조를 어떻게 개혁 할지를 고민할 때다.

너나 할 것 없이 지금까지 대충대충 건너뛰며 살지 않았던가. 지난날의 업보로 생각하자. 언제까지나 웅크리고 먹빛 같은 진도앞 바다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 없지 않는가.

그래도 희망을 붙잡아야 하고 희망을 놓아서는 아니 되지 않겠나.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국민 모두가 집단 트라우마에 빠져 일에서 손을 놓고 있다. 어떻게 이룩한 대한민국인데 나라까지 흔들려서야 되겠나. 지금 우리사회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둥둥 떠돌고 있다. 늦었지만 인간의 윤리를 중히 여기는 정신문화를 세워 문화적 선진국 일등국민이 될 수 있도록 정신적 개혁이 필요한 때다.

다시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눈물로 사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건 우리들의 불행일 뿐이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상심 어디에 비유하랴. 한 달인들 잊겠나. 일 년인들 잊겠는가. 평생을 살아도 못 잊을 일이다. 자식 잃은 부모는 가슴에 돌무덤을 쌓고 사는 것이다.
새카맣게 타버린 가슴속을 누가 알겠는가. 나도 자식 잃고 지금도 속죄하며 살고 있단다. 아마도 죽어서야 고통이 끝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밤마다 흘리는 피눈물을 닦아주자.

비록 세월호와 함께 절망의 심연으로 침잠하는 잔인한 4월의 봄이었지만 그래도 세월은 바람에 밀려 초여름으로 가고 있다. 오늘도 팽목항 파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제처럼 태연히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결이 야속하지만 그걸 또 어쩌겠나.

황성창 시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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