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뭉칫돈과 쌈짓돈

admin 기자 입력 2014.08.10 17:42 수정 2014.08.10 05:42

ⓒ N군위신문
요즘 TV 보기가 무섭다. 매일 보도되는 뭉칫돈. 우리 서민에게 1억은 굉장히 큰돈이지만 매일 뭉칫돈 뉴스를 접하다보니 없는 우리 서민들 입에서도 몇 억이란 단어가 스스럼없이 이야기된다.

지금은 머리에서 잊혀 가는 옛날이야기지만 한때 전북 김제의 한 시골 마늘밭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적이 있었다. 2011년 4월 마늘밭에서 5만원권 뭉칫돈이 쏟아져서다. 그 금액은 ‘자그마치 109억 7800만원’으로 참으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이 검은 돈이 햇빛을 보게 된 경위도 흥미롭다. 밭 평탄작업을 맡은 포클레인 기사가 돈을 훔쳤다는 누명을 벗겨달라면서 경찰에 신고하면서 실체가 만천하에 알려졌다.

경찰이 마늘밭을 파고 보니 비닐에 쌓인 5만원권 돈다발이 천지였다. 이 돈이 불법 인터넷도박사이트로 번 검은 돈의 수익금으로 드러나면서 50대 부부가 결국은 쇠고랑을 찼다.

뭉칫돈의 사전적 풀이는 뭉치로 된 돈다발이다. 목돈과 같은 말이지만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많은 뇌물을 몰래 건네줄 때 뭉칫돈을 찌른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난 정권때 박연차게이트의 박연차 씨는 편지봉투에 100달러 다발을 봉투 안에 넣고 다니며 정치인과 공무원 호주머니에 찔러 넣어주었다. 운동화사업을 해서인지 ‘1달러 묶음’을 ‘운동화 한 켤레’라고 불렸다고 한다.

저축은행 회장은 차 트렁크 안에 5만원권으로 56억원을 뒀다가 운전기사에게 도둑맞았다. 56억원은 A4용지 상자 열 개에 꾹꾹 눌려 담겨 있었다. 와인상자 안에는 1억3천만원, 케이크상자 안에는 2억원, 007가방 안에는 5억원, 자주 사용하는 사과상자 안에는 20억원이 들어간다.

5만원권은 16가지 위조방지 기술과 8가지 공정을 거쳐서 만드는데 일련번호 찍어서 잘려 나올 때까지 45일. 다른 지폐의 두배 넘게 걸린다. 재질은 종이가 아니고 100% 면(綿)섬유로 제작된다. 면섬유 원료 한 장 값은 면화국제시세에 따라 300원~400원이다. 지폐수명이 100개월인 1만원권보다 훨씬 오래 간다고 한다.

“떡 사달라 떼쓰는 막내손자 귀여워/ 십원을 주니 남은 것은 빈쌈지/ 할머니가 아시면 야단이 났네”라는 할아버지 쌈짓돈. 노래에서 보듯이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의 돈, 아름다운 추억의 돈인 쌈짓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구린내 나는 돈이기 십상이다.

1960~70대 장판 밑이나 장롱 속에 한푼 두푼 꼬깃꼬깃 모아두던 우리네 부모세대의 근검절약 정신의 돈과도 차원이 엄청 다르다.

뭉칫돈 전달수법도 영화 속에서나 있음직한 일들이 현실에서 태연히 벌어져 우리를 놀라게 한다. 2002년 대선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현금 150억원으로 가득 찬 2.5톤 탑차가 통째로 건네졌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대기업으로부터 대선 불법자금을 챙긴 거다. 검찰수사에서 뇌물상자로 드러나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써야만 했다.

사과상자가 뇌물상자로 둔갑한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1997년 한보그룹의 수사비리사건이 터지면서다. 라면상자보다 크고 남의 눈을 피하기 쉬웠기 때문이란다.

또 정치인 관련 뭉칫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국회의원 아들집에서 7억원의 뭉칫돈을 찾아내 압수했다고 한다. 앞서 운전기사가 불법정치자금이라면서 3천만원을 신고한바 있다. 검찰은 해운업계 유착과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사업가가 일기장 및 회계장부를 남겨놓고 살해되었고 세월호 관련 유벙언 회장이 노숙자처럼 매실밭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모든 일들이 국민들의 관심사이지만 이제는 지겹고 흐지부지한 수사과정에 짜증만 난다. 검찰이 이번 기회에 모든 비리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해 본다.

부산 미래창조신문 편집국장 박종영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