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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이수만 |
ⓒ N군위신문 |
아이스킬로스는 “폭력은 폭력을 낳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요즘 윤 일병과 정 일병 구타사망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들끓는 가운데, 임모 이병 사건 등 윤 일병과 비슷한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어 우리 군(軍)이 뭇매를 맞고 있다. 북괴가 쳐들어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군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유당 시절엔 법질서가 엉망으로 깡패들의 폭력이 판을 쳤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옆 동네 깡패가 자기 뜻대로 안된다고 동장인 아버지를 폭행 하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나를 붙들고 “원수를 꼭 갚아라!”며 슬피 우시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며칠간 잠을 설치며 어서커서 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겠다고 다짐 했었다. 과거에 비해 법질서가 크게 바로선 요즘 깡패가 어디 활개를 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도 가정 폭력, 학교 폭력, 군대 폭력, 사회 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M. L.킹이 “폭력은 사회를 파괴하고 동포 관계를 불가능 하게 한다”고 했듯이, 폭력은 어떠한 경우도 용납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전문깡패가 없는 세상에 폭력이 판을 치는 근본 원인은 가정에 있다고 본다. 50~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대부분 가정은 아침저녁 식사 시간에는 모두 한 자리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누가 밥을 적게 먹어도 무슨 걱정이 있는지, 아픈지 모든 것을 논의했다. 소위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그 후 산업화 시대로 형편은 좋아졌지만 핵가족 이라는 것이 도입돼, 손자 손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거기다가 세 쌍 결혼에 한 쌍 이혼 이라는 것이 유행 하게 되었다. 특히 TV와 스마트폰 보급으로 가족 간의 대화마저 사라진지 오래다.
부모가 서로 폭력을 휘두르는 집안의 자식들이, 이혼한 집안의 자식들이 정서적으로 온전한 사랑을 먹고 자란 원만한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가정 폭력은 자연히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고, 학교 폭력이 또 군대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군대 폭력이라는 것은 군대에 들어 와서 생기는 것도 있지만 결국 사회의 연장선상인 것이다. 사회에서 학교 폭력이나 이런 것들을 알고 해왔던 장정(壯丁)들이 가서 그대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물고문, 불로 지지고 하는 것도 고등학교나 중학교 폭력에서 나타난 사례다. 이것이 지금 군대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당연히 군대 문제로만 인식하지 말고,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역시 방안이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불러다가 책상을 치며 ‘천인공노할 살인행위’ 라고 호통을 치고,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도 ‘가해자와 방조자를 일벌백계 하라!’며 서슬이 푸르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도 물러났다. 그런다고 군대 폭력이 없어지겠는가. 이병이나 일병 때 구타를 당한 군인은 상병이나 병장이 되었을 때 자기가 당한만큼 부하들에게 그대로 보복 구타를 하는 일이 다반사로, 폭력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에서 가혹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은 특유의 폐쇄성과 진급문제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계급 상승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군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타나 가혹행위를 적발하는 지휘관에게는 인사상 책임을 묻지 말고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병영 부조리 문제를 양성화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최근 수년간 학교 안팎에서 언어폭력, 신체폭력, 위협 및 협박, 괴롭힘, 사이버폭력, 금품 갈취, 따돌림, 성폭력, 폭력서클 가입 유도, 강제적인 심부름 등 문제가 심각했던 학교 폭력은 이제 각 학교의 폭력 예방을 위한 규칙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많이 근절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군대도 지금부터 각급 지휘관이 폭력 사건 사고 예방 노력을 배가하여, 가족적인 병영문화를 만들어서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 해주길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