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에 ‘처음으로 하는 한가지 소원 들어준다’ 전설속의 바위들이 있어 찾아가 봤다. 사진 속에서 보는 바와 같이 누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두 마리 동물 형상의 바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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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장수의 해신: 거북바위, 자연적으로 형성됐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것처럼 완벽한 신의 작품으로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
ⓒ N군위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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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위 바로 아래 가난한 효자와 아버지 둘이 살았다.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파 나물 먹고 물마시며 근근이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결국 아버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져눕게 되었다. 약을 지어올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먹을 것마저도 없었으니, 효자였던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저녁마다 뒷산에 올라가, 산신령께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일 뿐이었다.
기도 1백 일째 되는 날, 그날도 몇 시간 동안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울면서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일어서려는데, 먹을 게 없어 얼마나 굶었는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마저 혼미해져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못할 지경인데, 백발이 성성한 산신령이 나타났다. 산신령은 자기에게 성가시게 군다고 막 화를 냈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동해 바다로 던져버린다며,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큰 지 팔공산이 흔들거렸다.
그러나 효자 아들은 아버지 없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며, 오히려 아버지를 살려달라며, 산신령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그러자 산신령은 더욱 화를 내며 빨리 돌아가라고 호통을 쳐 무서웠지만, 더욱 매달렸다.
그러자 신산령은 정말 가엾은 효자를 번쩍 들어서, 엄청난 빛의 속도로 빙글빙글 돌리다가 동해 바다를 향해 힘껏 던져버렸다. 그래서 이 불쌍한 아들은 하필 울진후포앞 바다 왕돌 짬 위에 떨어졌다. 그러니까 던진 곳은 팔공산 현재 구화사 자리 바로 위였다.
그런데 마침 거기 왕돌짬 위에서는 해룡궁에서 주최하여 매년 한번 열리는 해왕나라 총회(여기에서 왕돌짬의 이름이 유래됨) 중이였다.
어째든 공중에서 날아오는 효자 아들을 해신 중에서 가장 날쌔고 영리한 돌고래신이 뛰어 올라 떨어지기 전에 받긴 했지만, 회의장은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해신이라 하더라도 팔공산에서 굉장한 속도로 날아오는 아들을 받았으니… 회의장은 난장판이 되었고, 해왕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해왕신 앞에 끌려간 아들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해왕신은 빨리 자초지종을 말하지 않으면, 당장 숨통을 끊어 버리겠다고 노발대발하는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동해바다가 다 출렁(바다는 이때부터 가만있지 못하고 출렁대기 시작했다)거렸다.
아들은 사실대로 말했다. 아버지가 몸져누웠는데, 약 값은 말할 것도 없고 먹을 것조차 다 떨어지려했다. 그래서 집 뒷산에 올라 산신령께 기도를 드렸는데, 그만 산신령의 노여움을 사 여기에 떨어진 것이지, 회의를 망치기 위한 고의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랬더니 해왕신은 팔공산을 향해서 ‘팔공신!’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해왕신과 팔공신은 사이가 좋았다. 팔공나라 백성들이 물이 필요하면, 해왕신이 바람을 이용해서 습기를 올려 보냈고, 팔공신은 계곡을 이용해서 물을 바다로 흘려 되돌려 주는 약속을 한 번도 깬 적이 없었다.
팔공신에게 이 나무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팔공신은 일단 효자 아들이 다 죽어가니, 즉시 구사일생환 한 알을 먹여 원기를 풀 충전시키고, 속히 팔공산으로 되돌려 보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사일생환 한 알과 자기의 방에 있는 보석상자를 나무꾼 편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해약신이 나와 나무꾼에게 구사일생환 한 알을 먹였는데, 씹어 먹자마자 원기가 완전 회복되어 힘이 마구 솟구쳤다. 해왕신은 돌신, 즉 돌고래신과 거북신에게 명하여 팔공신의 요청대로 챙겨서 왕돌짬에서 가장 가까운 뭍에 올라 전달하고 오라고 명했다.
해룡궁의 돌신, 즉 돌고래신과 거북신은 해왕신의 양 팔 노릇을 하는 충직한 신하들이었다. 돌신은 영리한 ‘지혜의 신’으로 모든 일을 능률적으로 해치웠으며, ‘건강·장수’의 거북신은 해왕나라 원로 건국대신으로 모든 일을 실수없이 수행해 신임이 두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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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바위 바로 뒤편에 있는 지혜의 해신: 돌고래 바위, 물속에 잠긴 꼬리 부분도 볼 수 있는데, 이 바위 또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사람들이 왜, 이곳을 찾아드는 이유를 알만하다. |
ⓒ N군위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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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아버지를 살릴 구사일생환 한 알을 안주머니에 챙기고, 보석상자를 짊어진 채로 거북신 등에 올라탔고, 줄로 연결한 돌신이 앞에서 끌어 연안까지 나왔다.
근데 하필 절벽 밑이었고, 어차피 산신령은 물에는 가까이 오지를 못하니, 뛰어 오르기의 명수인 돌신이 한 번 펄쩍뛰어 절벽위에 올랐다가 내려오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거북신도 돌신의 펄쩍 뛰는 데는 따를 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아들과 같이 돌신의 허리를 붙들고 있기로 했다. 돌신 덕분에 뭍 세상 구경 좀 하고 갈 요량으로.
그런데 이때 해룡신과는 맞수이자 앙숙이라 만나기만 하면, 때리고 처박는 쌈질로 나뒹굴어 폭풍파도를 일으키는 풍신이 보고 있었다. 풍신은 물속에서는 맥을 못 추지만, 뭍에서는 당할 자가 없을 만큼 강력했다.
그 때 돌신이 바다를 박차고 뛰어 오르자. 풍신은 해룡신의 양팔을 제거해버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동해바다 쪽에서 내륙 쪽으로 브이엘에스에이 광속풍의 바람을 불러 일으켜 날려버렸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던 지 효자 아들과 돌신과 거북신 모두 기절해 버렸다.
이 광경을 팔공산에서 보고 있던 팔공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중으로 뛰어 오르고, 최대한으로 팔을 길게 뻗어, 서해 바다 쪽으로 날아가려던 이들을 겨우 받아 내렸다. 팔공신은 효자 아들을 먼저 깨워서 그의 아버지에게 구사일생환을 먹여야 했다.
인공호흡법으로 아들의 숨통을 틔운 다음, 돌신과 거북신을 깨우려고 했다. 그러나 효자를 깨우는데, 시간을 허비하여 아무리 용을 써서 깨우려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두 해신의 몸이 이미 굳어지고 있었다.
눈을 뜬 효자는 깜짝 놀랐다. 몸을 꼬집고 혀를 깨물어 보았다.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한 저녁 무렵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의 최종 장면만은 현실이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꿈속의 거북이와 돌고래가 돌처럼 굳어 있었고, 안주머니 속에는 환약 한 알도 들어 있었다.
집으로 뛰어 갔다. 아버지는 곧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환을 갈아서 입을 강제로 벌려 목안으로 투입했다. 그런데 잠시 뒤 기적처럼 아버지의 숨소리가 고르게 정상을 회복했고, 반나절이 못가서 원기를 완전히 회복했다.
이때서야 무거워 겨우 짊어졌던 보석 상자가 생각났다. 혹시나 하고 집 뒷산에 올라 기도하던 곳으로 갔다. 그런데 정말로 보석상자가 있었다. 자신이 짊어졌던 광목 끈도 그대로였다.
그 속에는 진주와 보석들이 가득했다. 부자가 된 효자는 착하고 예쁜 색시를 얻어 장가를 갔고, 아들 아홉을 낳아 후손들이 번성했고, 후손들은 이곳에서 수백 년간 복을 누리며 살았다.
그 이후 이러한 효자 집 소문이 나자, 사람들의 발길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돌고래는 지혜의 상징이고, 거북이는 장수의 상징이다. 누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형태가 거의 완벽하다. 그것도 한 자리에 두 마리가 있다. 그러니 아무리 전설일지라도, 건강·장수와 합격을 기원하고, 자손번성과 사업성공을 위해 마음을 다지려는 이들의 발길이 아직도 끊이지 않는다.
현 구화사 주지 법산 스님에 따르면, 누가 다녀가는 지 관리도 거의 하지 않고 있지만, 어떤 이가 이곳에서 기도 후 얼마나 큰 영험을 받았는지, 지난해 혹시나 하고 돌신과 거북신 바위 앞 시주함을 열었더니, 거금 수표 한 장이 놓여 있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글제공: 전병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