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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군위신문 |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호걸도 여인의 치맛자락에서 국사를 망치고 인생도 망친 경우가 허다하다. 그 여인들은 왕을 성군(聖君)으로 만들기도 하고 혹은 만백성의 원성을 듣는 폭군(暴君)으로 만들기도 했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요조숙녀 군자호구(窈窕淑女 君子好逑 그윽하고 정숙한 숙녀는 좋은 짝이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여인으로는 삼국시대 촉한의 제갈량의 부인 황월영과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선왕의 부인 종리춘을 들 수가 있다.
반면 주왕을 주색에 빠지게 은나라를 멸망시킨 달기, 미인계로 오나라를 망하게 한 서시,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멸망한 당나라 현종의 비인 양귀비, 최고 권력자의 여인이었다가 자신이 직접 권좌에 오른 한고조 유방의 부인 여태후, 그리고 당나라의 측천무후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의 여인 김개시(김개똥)와 폭군 연산군의 여인 장녹수가 있다.
중국 혁명을 이끈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은 사후 마오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그의 정치적 책임까지 뒤집어쓰면서 희생양이 되었다. 미국의 52대·53대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과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길을 가다가 우연히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는 힐러리의 옛 애인을 만났다.
클린턴은 으쓱하며 “당신이 저 사람과 결혼했다면 지금쯤 아마 주유소 사장님의 부인이 되어있겠지?”라고 말하자 힐러리는 “아니요. 저 남자가 미국을 움직이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어 있겠지요”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과의 추문으로 세인에 회자됐을 때 힐러리 여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현재의 상황은 어찌 됐을까?
지난 7월 초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방한한 펑리위안은 우아하다, 당당하다는 찬사를 넘어서 각국의 언론매체로부터 ‘중국의 새로운 명함’이라고 까지 불린다.
30여년이 넘는 공연활동을 통해 익숙해진 대중과의 교감능력은 시진핑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잘 융화되어 14억 중국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펑리위안은 샤먼 부시장이었던 시진핑의 소탈한 모습에 호감을 갖게 돼 당시 ‘내 마음 속에는 이 사람이야말로 내가 찾던 남편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시진핑 역시 ‘당신과 만난 지 40분도 안 되서 내 아내가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고 했다.
회의와 출장으로 바쁜 남편에게 당신이 일하는 그 모습에 반했다며 열심히 일하도록 북돋아 주었고 추운 겨울 난방이 없는 시진핑을 위해 이불을 지어다 주기도 했다. 이번 한국 방문 때도 동대문시장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주석에게 줄 나전칠기와 약과를 산 것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런 이야기는 펑리위안이 남편의 입신양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내조하는 현모양처의 표상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녀는 18세에 입대해서 현재 현역 소장(우리나라의 준장)이며 인민해방군 총정치부(가무단장)를 맡고 있는 여걸이기도 하다.
시진핑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기 전까지는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대에서는 여성 최고 권력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19세기 세계 최강의 제국을 자랑하던 영국이 몰락하면서 발생한 ‘영국병’을 퇴치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수상은 유럽 최고의 여성 총리로 총리를 세 번이나 연임했고 엄마로, 아내로, 변호사로, 정치가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냈다.
동독출신으로 3선 총리에 통일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엄마를 뜻하는 무티(Muti)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 역시 남편을 위해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이 인기의 비결로 평가되고 있다. 그녀의 남편 역시 부인을 위해 외조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지난 시진핑 주석 부부의 방한 때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한 모습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면보고를 잘 받지 않는다는 야당의 지적에 박근혜 대통령이 반려자의 외조가 있었다면 ‘불통’이라고 하는 원색적인 비난 대신 뭐라고 했을까?
반려자야말로 소통을 필요로 하고 소통할 수밖에 없는 가장 가까운 사람일 테니 말이다. 최고 권력자와 배우자의 역학관계를 단순하게 정형화 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상생한 경우와 반대의 경우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인사표도 반면교사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도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함으로써 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영국의 대처 수상이나 메르켈 총리에 버금가는 성공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미래창조신문 편집국장 박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