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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간 고등어

admin 기자 입력 2014.09.30 12:57 수정 2014.09.30 12:57

간 고등어

송낙현


저녁 땅거미 어스름한 한적한 시골 마을
덥수룩한 한 사내가 나무 상자 둘러메고 길게 목청을 뽑는다
‘고등어 사려…. 짭짤한 간 고등어 사려…
맛 좋은 간 고등어가 왔어요’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던 어머니가 쏜살같이 뛰어나가
곳간 빗장 문을 연다 그리고는 찌그러진 바가지로 보리 한 되박
좁쌀 한 되박, 메주콩 두 되박 주섬주섬 자루에 담아
넘어질듯, 넘어질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싸리문을 열어 놓고 기다린다
소리가 멀어질까 가슴 조이며 기다린다

고등어 한두 손 펴내 놓고 이리 저리 훑어본다
조금은 큰 놈도 있고 조금은 작은 놈도 있다
조금은 덜 상한 놈도 있고 조금은 한물 간 놈도 있다

그리고 한두 놈은 구더기가 끼인 놈도 있다
어머니는 망설이다 망설이다 구더기를 털어 내며 묻는다

‘아저씨, 이거 괜찮을까’
‘아 걱정 말아요, 듬뿍 간을 쳤으니까’

저녁 밥상에 고등어 한 마리가 올라 왔다
‘많이 잡수셔요, 그리고 너도 많이 먹어라’
‘이게 웬 고기요’ 아버지가 의아해 묻는다

‘오늘 저녁때 고등어 장수가 왔다 갔어요
벼르다가 벼르다가 큰맘 먹고.......’
아버지가 물끄러미 천장을 쳐다본다
어머니는 행주에 얼굴을 가리며 슬그머니 부엌으로 나간다

소금기가 살짝 배어 있는 간 고등어는 아주 감칠맛이 난다
상해가는 고등어에 간을 쳐서 더욱 맛있게 만들어 가는 고등어 장수가 보고 싶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기다리고 싶다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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