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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싸움질만 하는 국정감사

admin 기자 입력 2014.10.13 10:41 수정 2014.10.13 10:41

2014년 국정감사가 10월7일부터 27일까지 지난해보다 42곳이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인 672개 피감(被監)기관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주말과 공휴일을 빼면 14일 밖에 안 되는 감사기간이다. 14개 상임위가 하루에 4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셈이다.

짧은 국감기간 중인데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3박4일 일정으로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국회의원 12명을 데리고 중국을 방문했다.

151일간 허송세월을 하면서 ‘놀고먹다’가 ‘마지못해’ 국감을 시작했지만 개시일부터 파행과 막말, 호통, 망신주기식 질의, 껍데기 감사, 체면 세우기 감사, 수박 겉핥기식 감사 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이번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주요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질의보다는 호통과 정쟁(政爭)만 이어졌다. 국감 시작 훨씬 이전에 끝냈어야 할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정작 본 국감이 파행을 겪는 것은 싸움질만 하는 준비되지 않은 정치권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입씨름만 벌이다 정착 환경부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질의도 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환경부 공무원들은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외래종 퇴치 작전 실패 사례인 ‘뉴트리아(괴물쥐)’ 한 마리만 포도 등 먹이를 먹으며 덩그러니 국감장을 지키는 ‘동물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야는 하루 종일 싸워도 모자랐는지 그 이튿날 오전에도 서로 헐뜯기에 바빴다.

게다가 권성동 여당간사는 국감도중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을 보다가 야당의원들과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국방위원회에서도 증인 채택문제를 둘러싸고 50여 동안 여야가 설전을 벌였고, 8일 정무위원회도 뒤늦게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밤늦게까지 파행을 겪다 가까스로 증인을 최종 확정지었다. 국감은 정부와 관계기관을 상대로 의회가 질의하는 것인데 지금은 여야 싸움터가 돼버렸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협상 논란 속에 국회를 계속 공전(空轉)시키다 지난 3일 국감 일정에 합의했기 때문에 부실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있었다. 준비기간이 6일에 불과 했고 합의 전까지 국감 실시 여부조차 불투명 했던 상황이라 개별 의원실 에서도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신문이나 방송에 이미 보도된 철 지난 정보를 갖고 의원들이 피감기관을 호통 치며 시간 때우는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필요성 자체에 의문이 든다.

어느 여당 의원은 국회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안보전략을 비판하면서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어린아이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말해 빈축을 쌌고, ‘재는 뭐든지 빼딱해’라는 동료의원 폄하 쪽지로 말썽을 부렸다.

또 야당 의원은 “기억 못해요? 한글 모릅니까?”며 면박을 주고, “규정 있어? 왜 마음대로 해!” 반말을 하며 상임위마다 ‘호통국감’ ‘윽박지르기 국감’이 이어졌다.

기업인 증인 수는 해마다 증가 하는데, 2011년 80명에서 2012년 164명, 지난해엔 177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놓고 증인 신문을 안 한 경우는 8개 상임위에서 31명에 달했다.

공공기관을 감시 감독하는 국정감사에 야당은 재벌 총수들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구태를 되풀이 하겠다는 것이냐”고 맞섰다.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무더기 출석시켜 ‘기업인 망신주기’ 하려는 것이 야당의 의도라고 본 것이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은 국감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문제 기업처럼 낙인찍혀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18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 중 5분미만의 답변을 한 증인이 전체의 76%이며, 신문이 전혀 없었던 증인도 12%에 달했다”고 분석 했다.

국회의원들은 금배지만을 과신한 채 고함지르기, 핏대 세우기, 손가락질하기, 억지 부리기, 벌칙세우기 등으로 피감기관을 쩔쩔매게 함으로써 성실성과 전문성의 부족함을 메우려 한다면 안하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칼럼 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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