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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칼럼- 대화는 자주 하는 게 좋다

admin 기자 입력 2014.10.20 17:06 수정 2014.10.20 05:06

A. 카뮈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가 없이는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또 故 강원룡 목사는 “사람이 사람으로 되는 길은 대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생각해볼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화의 상실에 있다. 시장에 가보면 고성으로 아귀다툼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그들은 각각 자기가 옳다는 주장만을 내세울 뿐 상대방의 이야기는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들을 줄 모르고 말할 줄만 아는 것, 이것이 곧 싸움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며 이런 싸움은 결국 욕설과 폭력으로 번져 가기 마련이다. 이것이 대화를 상실한 인간 사회의 모습이다”라고 했다.

내가 가장 좋아 하는 단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지금까지 결혼식 주례를 많이 섰는데, 주례사에서 빠지지 않고 꼭 해준 말이 ‘역지사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다’이다. 즉 “남편은 아내의 입장에서 아내는 남편의 입장에서 서로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 해왔다.

그리고 대화엔 서로 조건을 내세우지 말아야 된다고 본다. 특히 남북대화는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 한다. 우리측은 ‘핵을 포기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전단 살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 조건을 미리 내세운다면 남북대화는 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차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대화는 지속돼야만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5‧24 조치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언급을 한만큼 북한의 태도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도 한층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5‧24 조치의 지속에 따라 문제는 컸다. 사람과 물자 교류, 경제협력 사업이 끊어지면서 남북 관계는 5년 동안 거의 전면적 빙하기를 맞았다. 신규 투자 불허로 개성공단은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 5년간 허용됐던 상선의 영해 통과도 금지시켰는데, 우리 배가 북한 해역에 29배나 통과된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피해가 훨씬 컸다. 게다가 우리는 북한 문제에서 주변으로 밀려났고, 중국은 북한에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결국 5‧24 조치는 대북 제재가 아니라 자해(自害) 조치가 된 셈이다.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군사실무회담이 개최됐다. 2011년 2월 실무회담 개최이후 3년 8개월 만에 열린 것이다. 북한의 NLL 침범과 전단 사격이 있었음에도 박대통령이 대화 의지를 표명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는 모처럼 만들어진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차분하면서도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

남북관계는 지난 7년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긴장 국면을 맞기도 했고, 현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아직까지는 전임 정부와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중론 이었다.

한반도가 긴장 관계에 있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다. 북한으로서도 경제발전을 꾀하고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등 나름대로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우리의 적극적 노력 없이 대화의 문은 열지 않고, 대화 없이 남북 간 상생협력과 평화정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통일부도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필요시 안전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도 이제 이런 저런 핑계와 다른 조건을 내세우거나 도발을 하지 말고, 무조건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따라서 북한 대표단의 한국 방문 시 합의 하고, 우리 측이 10월 30일 판문점에서 하자고 제시한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위한 사전 접촉에 나와야 한다.

이제부터 역지사지의 자세로 남북대화를 자주 함으로써 남북이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엔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새 이정표를 세우리라 기대한다.

이수만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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