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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내빈 소개를 생략하라

admin 기자 입력 2014.12.19 10:31 수정 2014.12.19 10:31

“손님은 잠시 머물러 있어도 많은 것을 보고 간다”는 몽고 속담이 있다.
얼마 전 존경하는 고향 선배가 공장과 사옥을 크게 신증축하여 준공식을 한다고 초청해서 갔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였다. 그런데 화환도 하나 안보이고 흔히 가슴에 달아주는 꽃도 없었다. 특히 “내빈 소개를 생략 하겠습니다”라는 사회자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 이수만 원장
ⓒ N군위신문

그 자리의 주인공은 주식회사 선경타월 대표이사 장희규 회장이다. 여러 단체의 회장을 역임한 장(蔣)회장은 자수성가를 한 분으로 허례허식 낭비를 제일 싫어한다. 그날 그것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다.

특히 오래전에 퇴직한 임직원들을 여비까지 주어서 초청하여 “오늘의 선경타월이 있기까지는 모두 사원들과 여기 참석하신 여러분들 덕분”이고 “몇 년 전 작고한 큰형님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화환을 안 받겠다고 초청장에 썼는데도 여러 개 보내왔는 모양인데, 안 보이는 곳에 숨기고 보내준 사람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방명록도 뷔페 식사 후 집에 갈 때 기념품과 달력을 주면서 쓰게 해서 전혀 부담감을 주지 않았다.

한편 얼마 전 대구 중구에 사는 자수성가한 분의 자서전 출판기념식에도 초청돼 갔다.
입구부터 화환이 여러 개 놓여 있고, 많은 사람이 가슴에 꽃을 달고 있었다. 시작 시간 10분전에 가서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다.

식이 시작되어 초청한 주인공이 직접 내빈 소개를 했다. 전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 정치인들부터 일일이 소개를 하였다.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초청 했으면 모두 내빈인데, 누구는 꽃도 달아주고 내빈 소개에 축사까지 하고, 꽃도 안달아 주고 내빈 소개도 못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과거 새정치국민회의 중구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다. 고려예식장에서 대구 중구청 주관으로 대구중구 신년교례회를 했는데 초청돼 갔다.

내빈 소개를 하는데 “정당 대표부터 소개를 하겠습니다”하면서 필자를 제일 먼저 소개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여당의 유성환 위원장과 자민련 박준규 국회의원이 불참해서 첫 번째가 된 것이다.

의전을 제대로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관공서엔 기관단체장의 순서를 정해 놓았다.
오나가나 전·현직 국회의원이 문제다. 누구든 다 아는데 항상 내빈으로 꼭 소개를 하고, 축사를 시켜야 할까?

국회의원은 결코 높은 사람이 아니다. 출마할 때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국민의 심부름꾼이요 머슴이요 대변자다. 머슴이 주인보다 더 높은 대접을 받기 때문에 욕을 얻어먹는 것이다.

대학교총동창회의 신년교례회나 정기총회에 에서도 수십 명의 내빈소개와 여러 사람의 장황한 축사 때문에 늘 기분이 안 좋다. 총동창회의 내빈은 모교 총장과 보직 교수 외에 누가 있는가?

동창회에 나온 동문 국회의원과 동문 기관단체장은 내빈이 아니다.
해마다 그들에겐 꽃을 달아주고 축사를 시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도 선·후배의 한 사람일 뿐이다. 다만 90세가 넘은 원로 선배를 소개 해주는 것은 보기가 좋다.

모임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는 사실 어렵다. 배가 고팠던 과거엔 먹을 것 때문에 말이 많았지만 뷔페 음식이 흔한 요즘은 먹는 것 때문에 투정을 부리는 사람은 없다.

주최 측은 초청받아 참석한 사람 모두가 똑 같은 자격의 ‘내빈’ 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초청한 손님을 지위의 고하로 구별해서 차별을 둔다면 그 행사에 참석한 사람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모임 행사에 ‘내빈 꽃’을 없애고, ‘내빈 소개’만 생략해도 모두가 기분 좋은 모임과 행사가 될 것이다.

한국컴퓨터속기학원 이수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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