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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군위신문 |
참! 세월이 빠르기도 하구나. 어느새 한 세상(世上) 이렇게 빨리 흘러갔을까?
할아버지 손잡고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버지 어머니 손잡고 피난 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공산당(共産黨)의 야간 기습을 피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머니 손잡고 읍내시장 구경 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 곁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시지 않는다.
또, 어느새 내 곁에는 어머니, 아버지도 계시지 않는다. 지나간 나날이 이젠 기억(記憶)조차 흐릿해 지는구나.
그나마 푸른제복 시절이 쟁쟁히 머리속에 남아 있단다. 한강 백사장에 야간 점프 할 때의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내 모습은 건물이 성냥갑으로 비유되었고, 하늘의 백장미는 검은 베레모의 군가(軍歌)였단다. 용감무쌍 했어! 분단된 조국의 간성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으로 말이다.
이런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 이젠 내 나이가 옛날에 아버지가 지나, 할아버지도 지난 나이가 되고 세월과 함께 떠난 돌이킬 수도 없는 흘러간 청춘(靑春). 그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는데 이젠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지난 세월, 어찌 할거나!
청춘이란 중요성(重要性)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하고 싶은 것 다해보고 가고 싶은 곳 다 가보았을 텐데. 이렇게 흘러간 청춘을 아쉬워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나의 인생은 오직, 나의 것이라는 것을 일찍 알았더라면, 인생(人生)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청춘이 덧없이 흘러가고 나서야 알았으니 말이다.
이제, 조금 남아있는 인생길 이지만 후회하지 않도록 연장전을 보람차고 멋있게 나를 위한 삶을 살아 보리라. 결코, 후회(後悔)하지 않을 그런 삶을 살아 보리라.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부총재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