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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잊히지 않는 행복한 여행

admin 기자 입력 2015.02.23 16:25 수정 2015.02.23 04:25

ⓒ N군위신문
인도인들의 성스러운 어머니 강 갠지스. 사람 수 만큼이나 땅덩어리도 광활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하던 차에 지인들과 함께 갈 기회가 생겼다.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언어와 피부색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늘에 몸을 맡겼다. 육중한 동체가 공중으로 치솟는 순간 온천지는 내 것 같았다. 키가 크고 작은 사람과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다. 조용했던 좁은 공간이 순식간에 꽉 메어찼다.

차림새로 보아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언어는 달라도 칠십이억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옆 좌석에 대학생 또래 둘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한다. 한두 마디씩 내가 아는 단어를 쓴다. ‘무식이 용감하다.’는 속언이 있다. 무작정 말을 건넸다. 대답이 너무 길어 알 수 없었다. 손 발짓까지 하며 웃지 못 할 대화를 하는 동안 델리에 도착했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다 보니 급히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은 그 나라의 문화를 가늠한다. 볼일을 보고 우측 벽에 부착된 손잡이를 돌렸더니 물이 변기로 들어오지 않고 바닥으로 쏟아졌다. 온통 물바다로 되어버렸다. 직원이 와서 겨우 수습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내가 그 짝이 되었다.

사용법을 벽에 써 붙여 놓아야 알지, 하고 직원보고 벌컥 화를 내 버렸다. 직원은 알아들었는지 두 손을 합장하여 미안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얼굴에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친절히 손짓으로 말을 했다. 변기에 사용하는 버튼이 벽에 부착하여 놓은 곳, 변기 바로 옆에 작은 손잡이 모양으로 해 놓은 곳, 깡통에 물을 담아 놓은 곳도 있어 외국인들에게는 당황할 때가 많다고 했다.

뒤늦게 평화로운 얼굴로 웃으면서 화답했다. 특유한 삶의 행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인도 속언에 ‘힌두교인들의 평생소원은 바라나시 강가에서 목욕 한 번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갠지스 강에 들어갔다 나오면 신의 축복을 받는다고 믿는다. 갠지스 강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나의 소원일지 모른다. 단 한 번 오는 기회를 잡지 못하면 평생 후회하며 살아갈 것 같았다.

내 마음을 꼼짝달싹 못 하게 묶어버렸다. 갠지스 강을 만나는 것 쉬운 일 아니었다. 고행이란 말이 염치도 없이 뒤따른다. 관광객과 성지순례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긴 행 열로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다. 땀 냄새와 먼지며 사람냄새로 뒤범벅되어 시궁창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지옥 같은 곳 천신만고 끝에 겨우 빠져나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 강을 만났다.
모든 이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속세의 모든 죄를 씻어주고 새로운 삶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듯 은빛 가루를 뿌리며 강물은 여유로우면서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이른 아침 새벽같이 강물에 몸을 씻는 힌두교인들의 모습 청아하게 보였다.

해가 저물어 어둑살이 내리자 크고 작은 곳에는 시체를 화장하는 모습들로 분주했다. 강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슬픔과 눈물을 가득 싣고 무심히 어디론가 떠나가 버렸다. 가버린 영혼을 달래는 종교의식이 경건하다기보다 화려한 조명불빛 아래에서 치른 모습 장관이었다.

속세에서 지은 모든 죄를 깨끗이 씻고 내세에서 기쁨과 즐거운 마음으로 영생하기를 기원한다.

생각이 제각기 다르다. 성스러운 어머니 강에서 화장한 잿가루와 빨래며 목욕이며 온갖 오물로 오염이 될까 걱정된다. 그렇지만 인도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강가는 어머니와 같은 상징적 존재이다. 인도인들에게 갠지스 강은 거룩한 성지임이 틀림없다.

靑石 권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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