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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군위신문 |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옛날부터 내려온 이야기다.
아들과 딸을 많이 둔 한 노인이 모처럼 딸의 집에 다니러갔다. 들의 집도 가난한 편은 아니었지만 딸은 천석꾼 소리를 듣는 큰 부잣집이었다. 날 때는 한 달쯤 구경도 하고 천천히 놀다가 오겠다고 한 노인이 사흘 만에 돌아오고 말았다.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그 까닭을 묻자 노인은,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있어야지”라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아들과 며느리들은 분개한 끝에 누이에게 편지를 띄웠다. 모처럼 다니러간 아버님을 배가 고파 견딜 수 없도록 만들어 빨리 돌아오게 하는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이에 놀란 딸은 어이가 없어 진짓상에 차린 반찬을 상세히 적어 보내왔다. 장을 받은 아들과 며느리는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값 비싸고 맛있는 반찬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버님께 물었다. “이렇게 대접이 극진했는데 배가 고프셨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그러자 노인은 배가 고팠던 까닭을 자세히 말했다. “그 편지 속에 두부와 달걀이 적혀 있드냐?” 이가 없는 늙은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없다는 뜻이다.
하녀들을 시켜 밥상을 들여보내고 “많이드세요”하고 가버리니, 심부름 하는 아이들을 보고 반찬 투정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모두가 질긴 고기반찬뿐이니 배가 고플 수밖에.
그리고 딸, 사위, 외손 자녀들도 나를 손님 대하듯 하니 무슨 재미로 그곳에 머물 수가 있느냐 라는 것이다.
딸은 아버지를 융숭한 대접을 한다고 했지만 인정이 없고 정성이 없었다. 아버지가 무엇을 잘 드시는지 조차 알려고 하지 않은 딸의 집에서 노인은 배만 고픈 것이 아니라 정에도 목말라 했던 것이다.
부모에 대한 효도(孝道)가 융숭(隆崇)보다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곡진(曲盡)에 있다는 것는 이야기다.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부총재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