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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울림(4)

admin 기자 입력 2015.04.10 14:40 수정 2015.04.10 02:40

ⓒ N군위신문
오늘날의 진보된 사상 쪽에서 보면 왕가, 한 혈통, 한 인간(君主)에 대한 충성의 강조는 미련스럽고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이 한 인간의 신념 또는 사상으로 받아들여질 때에는 목숨까지 기꺼이 내던지며 지켜야 할 어떤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보면 신념을 위한 모든 죽음은 전율로 표현되어도 좋을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하지만 또한 그것은 그 신념의 옳고 그름에 무관하게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이기도 하다.

관운장(關雲長)은 천자를 끼고 천하를 호령하는 조조(曹操)의 정성을 다한 후대와 이미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는 부귀와 영화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공자가 지은 ‘춘추(春秋)’의 가르침을 따라 무릎을 꿇을 땅 한 치 없이 남의 식객(食客) 노릇이나 하고 있는 옛 주인 유비(劉備)를 찾아 멀고 험한 길을 떠났다.

“이 조자룡(趙子龍)은 사방을 돌아다니며 섬길 만한 주인을 찾았으나 아직 명공(유비)만한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상산초옹(常山樵翁) 어른의 말씀이 헛되지 않음을 알겠습니다. 이제 이렇게 따르게 되었으니 평생의 큰 소원을 푼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명공을 위한 일이라면 간과 뇌를 쏟으며 쓰러진들 무슨 한이 있겠습니까?”

조조는 원소(袁紹)가 패망하여 버리고 간 서책과 문서를 뒤질 때였다. 편지 한 묶음이 나왔는데 모두가 자기 막하에 있는 대신들이나 부하 장수들이 원소와 몰래 주고받은 것이었다.

주위에서 모조리 이름을 밝혀내어 죽이라고 하는데 명을 내려 편지 묶음을 풀지 않은채 모두 태워 버렸다. 승자의 관용으로 돌려버리기엔 너무나도 휘황한 정신적 성취의 광채였다.

유비는 일생을 통해 적어도 대여섯 번을 의지했던 사람을 배반에 가까운 형식으로 버렸다. 특이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반갑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이다.

새로 맞는 쪽으로 보면 과거에 대한 꺼림칙한 감정 보다는 오히려 그가 이끄는 집단의 유별난 결속력이 반가웠던 것이었다.

사실련(사회정의실현시민연합) 중앙회 대표 박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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