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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지공선생

admin 기자 입력 2015.04.30 23:38 수정 2015.04.30 11:38

↑↑ 이수만 원장
ⓒ N군위신문
한 달 전 지공선생(至功先生)이 되었다. 만 65세가 되면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노약자석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노인을 일컬어 지공선사(地空禪師)라고 한다.
그러나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한 지대(至大)한 공로(功勞)가 많으니 지공선생이 더 좋겠다. 먼저(先) 났으니(生) 선생 아닌가.

지하철 공짜도 고마운데, 노약자석엔 앉지 않으려고 애쓴다. 노약자석엔 어르신만 앉는 게 아니다. 장애인과 임산부나 어린애를 데리고 있는 사람이 앉는 자리이다.

지하철을 탈 때는 ‘우측보행’을 한다. 다리를 넓게 벌리지 않고 똑바른 자세로 앉아 젊은이들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를 열심히 본다.
이시형 박사는 “계단아 반갑다”라며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걸어야 운동이 되고 장수한다고 강조했다.

밤에 잠이 안 오면 억지로 자려고 애쓰지 않는다. 지하철에서도 자지 않는다. 죽으면 계속 잘 텐데 아까운 시간을 잠으로 허비할 필요가 없다. 돋보기를 끼고 신문이나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여러 가지 공부를 한다.

6.25전쟁 때 업혀 다니며 대포소리에 놀라서인지 초등학교 동기생들이 130여명 졸업에 벌써 30여명이나 죽었다. 이 좋은 세상에 매년 한명씩 간다.

옛말에 명정(銘旌) 들고 갈 손자가 있으면 호상(好喪) 이라 했는데, 장손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지만 100세 시대에 지금 죽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저승사자 아리랑’에도 “60에 저승사자 날 데리러 오거든 인생은 60부터라 못 간다고 해라. 70에 날 데리러 오면 바빠서 못 간다고 해라”처럼 아직은 청춘이고 할일도 많다.
조선의 명재상 황희 정승은 87세까지 영의정을 했고 90세에 세상을 떠났다.

대구 현주(玄洲) 신성구 선생은 1923년생으로 연세가 92세인데 손수 워드를 쳐서 지난해엔 ‘영남대학교 발전비사’를, 올해는 ‘현주문선과 명사의 글’ 이란 책을 발간했다. 지금도 매일 무거운 가방을 들고 만나는 사람마다 사탕을 나눠주며, 비문을 짓고 쓰느라 바쁘다.

레이건 대통령은 70세에, 김대중 대통령은 72세, 김영삼 대통령은 66세에 대통령이 됐다.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송해는 88세, 김동길 박사는 87세, 홍콩아가씨를 부른 금사향은 86세, 탤런트 이순재는 80세, 엄앵란은 79세, 현미는 77세, 최불암과 김지미는 75세이다.

지난 10일 재향군인회 회장 선출은 76세 조남풍 후보가 63세 신상태 후보한테 이겼고, 내년 20대 국회의원후보 예상자중 65세 이상 지공선생은 대구가 6명, 경북은 13명이나 된다.
3년 전인 2012년 우리나라 100세 이상 어르신은 2,386명 이었는데, 지난해 10월 말 현재 주민등록에 따르면 정확히 1만4,853명이다.

두 눈이 보이지 않고 말도 하지 못했던 헬렌켈러는 죽음을 앞두고 “난 정말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다. 내 인생에서 행복하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권력을 한손에 거머쥐었던 나폴레옹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복한 날은 엿새를 넘기지 않았다.”고 투덜거렸다는 것이다.

신임 지공선생은 이제부터 새 삶의 시작이다.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등 꼭 하고 싶은 것은 미루지 말고 죽을 때 후회가 없도록 모두 하도록 하자. 1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인가.

어르신은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훨씬 짧다. 누가 뭐래도 하현달이지 상현달이 아니고, 해가 저문 것이지 한낮의 뙤약볕이 아니다. 미련도 후회도 원망도 욕심도 모두 버리고, 언제든지 부르면 떠날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오래 산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2050년엔 세계 치매 환자가 1억 명, 한국은 노년층이 37%를 차지, 치매 환자가 27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지공선생은 “1.평소 모욕적인 말투나 잘난체하는 행동을 삼간다. 2.예의를 지킨다. 3.검소하고 단정한 옷차림을 한다. 4.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5.엄살 부리지 않는다. 6.지갑을 열어 베푼다. 7.나만 옳다고 고집 부리지 않는다.”는 어르신 7계명을 잘 지키길 바란다.

한국컴퓨터속기학원 원장
언론인 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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