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부’란 말이 있듯이 특히 5월엔 청첩장이 많이 와서 주말엔 늘 바쁘다.
예식장에 가보면 예식장 마다 신랑신부의 자리가 일정하지 않다. 일가친지를 비롯한 하객들은 혼주가 앉는 것을 보고 이쪽에 앉았다가 저쪽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가정의례 상식에 의하면 주례석을 북쪽으로 간주하고 신랑은 동쪽에 신부는 서쪽에 서도록 돼있다. 일찍이 우리의 선조님께서 펴낸 가정의례에 보면, 혼례식에 서동부서(壻東婦西)! “사위는 동쪽, 며느리는 서쪽으로 서시오”라고 위치를 정하고 있다.
그 위치가 남동여서(男東女西), 즉 주례석에서 보면 신랑은 왼쪽, 신부는 오른쪽이고, 하객이 볼 때는 신랑이 오른쪽 신부가 왼쪽이다. 예식장 마다 그 구조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주례석(상석)을 북쪽으로 간주하면 된다.
서양에서 가장 근엄하기로 정평인 영국의 왕실 결혼식을 보아도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이다. 주례가 보기로 신랑이 왼쪽(東) 신부가 오른쪽(西), 주례가 선 자리는 북쪽이다.
향교에서 올리는 전통 혼례식에도 당연히 서동부서(남동여서)를 지킨다.
얼마 전 경북 안동에 가서 친구 아들 주례를 봐주러 갔는데, 주례인 내말은 안 듣고 도우미
아가씨가 “여기는 이렇게 합니다”라는 말만 듣고, 서울 에서온 신부 아버지는 내가 위치를 바로 잡아 일러주어도 내말보다 무식한 도우미 말을 신뢰하는지 “그대로 하라”고 해서 대단히 난처했다.
주례가 선 방위가 동쪽이든 서쪽이든 주례가 서있는 곳은 북쪽이요, 그래서 양(陽)인 남자는 동쪽, 음(陰)인 여자는 서쪽이다.
다른 지방에서도 결혼식에 신랑 신부의 자리를 바꾸어서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대구 시내에서도 간혹 틀리게 하는 호텔이 있고, 서울, 울산, 포항 등 여러 곳에서 도우미 말만 듣고 틀리게 혼례식을 올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노인대학에서 강의 할 때마다 ‘남동여서’ 이것을 빼놓지 않고 얘기 한다. 주례 없이도 결혼식을 하고, 별의별 희한한 결혼식 행태가 많지만 주례가 임석한 혼례식은 주례 선생이 하자는 대로 따르는 게 맞으며, 주례를 서는 사람은 최소한 그 정도의 상식은 갖고 주례를 서야 할 것이다.
일당 몇 푼 받고 아르바이트 하는 도우미 아가씨가 무슨 깊은 상식이 있겠는가?
‘동남여서’는 신랑 신부와 양가 혼주석은 물론, 축의금을 받는 곳과, 폐백을 드릴 때도 병풍 있는 곳을 북쪽으로 생각하고, 동쪽은 신랑 측 서쪽은 신부 측이 앉아야 한다.
결혼식을 하기 전에 상견례를 할 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고급 식당에 병풍이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죽은 자의 위치는 여동남서(女東男西)로 결혼식과 정반대이다. 제사 지낼 때는 병풍이 서있는 곳을 북쪽으로 간주, 비위(여자)가 동쪽, 고위(남자)가 서쪽이다.
묘(墓)도 지방 쓰는 위치와 같이, 앞에 서서 보았을 때 오른쪽(동쪽)이 비위, 왼쪽이 고위인 것이다. 이것 때문에 결혼식도 헷갈려서 우기는 사람이 많다.
얄팍한 지식은 차라리 모르는 것만 못한 것이다.
제사 지낼 때 “감 먼저, 배 먼저 놓아라” 하다가 싸우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중요 과일 순서를 살펴보자. 조율시이(棗栗枾梨), 즉 대추, 밤, 감, 배 순서로 하는 사람도 있고, 조율이시(대추, 밤, 배, 감) 순서로 하는 사람도 있다.
대추는 씨가 하나니 임금이요, 밤은 씨가 셋이니 삼정승, 감은 씨가 여섯 개니 육조판서, 배는 씨가 여덟 개니 팔도 관찰사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개량종이 많아 씨 없는 감도 있고, 장관을 한 사람이 도지사를 하고 있으니, ‘조율시이’면 어떻고, ‘조율이시’면 어떠리. 어느 것은 귀신 같이 안다고 하지 않는가.
경조사는 가능하면 의례에 따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다소 예법에 어긋나도 마음과 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수만 학국컴퓨터속기학원 원장·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