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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메르스 소동에 대한 소회(所懷)

admin 기자 입력 2015.06.24 20:38 수정 2015.06.24 08:38

유월 가뭄에 들녘이 타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메르스의 공격에 벌벌 떨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모든 이슈가 블랙홀에 빠져 버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쥐락펴락 갖고 논다. 그저 기막힐 지경이다. 중동지역에 다녀온 단 한명의 메르스 환자에서 촉발한 사태가 일파만파다.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든 엄청난 파장, 재앙이라 해야 하나.

인류역사상 역병(疫病)은, 늘 있었던 일이고 있어온 일이다. 콜레라, 페스트, 장티푸스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듣던 법정 전염병이다. 기후 변화, 환경오염에서 발생하는 신종 전염병이다. 온 지구인이 세계화로 인적 물적 교류의 증가로 각종 전염병이 언제든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

12년 전 사스(SARS)가 발생했고 지난 10년간 광우병, 신종인플루엔자, 구제역등 감염성 질환들을 경험했다. 모두가 조금만 차분하고 현명해지면 금방 끝낼 병이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야 할 것은 메르스가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다.

무능한 정부도 질책 받아 마땅하지만 메르스 불안증에 벌벌 떨고 있는 국민의식도 큰 문제라 생각한다. 음압병동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간호사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메르스 진료센터에서 진료하는 의료인의 감염 우려와 그 가족 간의 감염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로 의료인 가족을 따돌리는 부당한 사회. 민심이 이리도 야박하고 흉흉한가. 메르스의 소동, 언제쯤 끝날지 가슴이 답답하다. 경박스러우리 만큼 소란한 국민의식 참 딱하다.

2011년 3월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을 보았다. 인재로 인한 엄청난 재앙이다. 지진이 몰고 온 쓰나미에 원전이 무너지고 수많은 인명을 잃은 슬픔에도 아픈 상처를 일본인은 어찌 극복하던가.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 일등국민다운 숙연함 감동적이었다.

지난 5월에는 가난한 나라 네팔이 지진 사태로 8,000명 이상이 숨지고 수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가족을 생매장한 비통함에도 슬픔을 감추고 눈물만 그렁그렁한 눈빛엔 선(善)함이 돋보였다. 생로병사는 인간세상 어딘들 다를 바 없을 텐데 유독 우리만 가족애가 그리도 대단한지. 뉴스를 접한 세계인은 메리스 공포감에 혼비백산한 우리를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외신이 궁금하다.

메르스 사태를 신속하게 처리 대응 했더라면 이렇게 혼란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컨트롤 타워가 어딘지 허둥대는 미숙한 대처에는 실망이 크다. 초기대응 실패로 2차 3차 감염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첨단장비를 갖춘 의료선진국이다. 또 뛰어난 의료기술은 충분한 극복 능력을 지니고 있는 국가이며 정부다. 세계가 인정하는 일류 의료국가, 자긍심을 갖고 기다리자. 메르스 치료센터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든 의료진에 격려와 박수를 보내자.

지금은 누굴 탓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고의로 병을 옮긴 것도 아닌 잠시 시련과 고통이 지나가는 과정으로 자위하면 어떨까. 나라의 운으로, 국민들의 운으로. 그놈에 메르스 침공에 속절없이 무너져서야 되겠나.

황성창 시인·수필가
부산문인협회 자문위원·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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