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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물 먹인 소

admin 기자 입력 2015.08.18 11:24 수정 2015.08.18 11:24

ⓒ N군위신문
소는 네 개의 위(胃)를 가진 초식동물이다.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을 소 같이 먹는다고 할 만큼 먹성이 좋다. 사람에 길들여지기 전에는 호랑이와 같은 맹수의 먹이가 되었다. 사람에 길들여지면서부터는 그의 순박함과 충직한 성품으로 농경시대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다른 동물에 비해 소는 위내에 금속성 이물질이 많다. 정미소에서 정비하다 잃어버린 볼트며 너트 같은 것이 등겨를 쓸어 담을 때 들어갈 수 있다. 예전에는 소여물을 끊일 때 등겨를 넣고 끊어서 먹였기 때문에 금속물질이 여물과 같이 섞여 위안으로 들어갈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 사람들은 위 내에 금속물질이 들어있으면 소가 야위어진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철물을 꺼내고 한 달 못가서 살이 보기 좋게 쪘을 것을 보고 그제야 이물질을 빼내는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낯선 한 젊은이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나는 어정쩡하게 청년을 맞으며 자리를 권했다. 젊은이는 대학동창인 내 친구 이름을 하나 둘씩 거명하면서 고등학교 선후배사이라며 자기소개를 한다. 내 친구이름을 소상히 말하기에 의심스럽게 대했던 내 마음이 약간 누그러졌다.

늘 그랬듯이 첫인사가 “어떻게 왔느냐”이다. 젊은이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저의 아버지도 원장님처럼 수의사입니다. 저는 그렇지 못해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하고 잠시 멈칫하더니 소 위에서 빼낸 금속물질을 꺼내 보이면서 이런 일을 하면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의심이 되었으나 관심은 없지 않았다. 위내에 들어있는 금속성 이물질을 꺼내는데 필요한 기구들을 살펴 보였다. 개구기며 자석, 금속 탐지기, 경구용 카데터, 용수철 와이어, 삼사십 센티미터 되는 pvc형 파이프 1개 등이다.

처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게 보였다. 먼저 금속탐지기로 제이 위 부근을 청진하여 이물질이 들어있는지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제2위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함으로 여기에 금속성 이물질이 들어있을 경우가 많다.

이물질이 들어있으면 금속탐지기에서 윙~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탐지기를 쇠 조각에 가까이 대어보고 윙~하는 소리와 비교해본다. 역시 윙~ 하는 소리가 같았다. 제이 위내에 금속성 이물질이 들어있음을 확인하고 처치하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이 구름떼 같이 몰려들었다. 소 몸에 들어있는 못을 뺀다는 소문을 듣고 먼 곳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신기한 듯 구경하려 왔다. 처치하는 과정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했다.

하루 전 저녁을 굶기고 다음날 아침 일찍 시작한다. 미지근한 물 두 양동이를 높은 곳에 올려놓고 소입에 재갈을 물린다. 사오 미터 되는 긴 카데터 한쪽 끝을 짧은 pvc파이프를 통해 제2위내로 이삼 미터 정도 밀어 넣는다. 카테터가 제2위로 정확히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바깥쪽에 있는 카테터 끝을 잡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어본다. 카데터가 정확히 삽입되었으며 위내에서 바람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정확히 삽입되었는지 다시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리고 위내 들어있는 카테터 반대쪽 끝을 높
은 곳에 올려놓은 미지근한 물이 담긴 양동이에 집어넣는다. 물이 위내의 음압에 의하여 제2 위로 빨려 들어가지 시작한다. 이삼십 리터 정도 넣은 다음 카테터를 입에서 완전히 빼낸다. 양쪽배가 새끼 밴 것처럼 불룩하다.

길이 십 센티미터, 무게는 오백 그램 정도 되는 막대자석이 용수철 와이프 끝에 달려있다. 이 와이프를 카데터 속으로 밀어 넣고 고정시킨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고정된 와이프를 제2위내로 조심스레 밀어 넣어야 한다. 카테터가 기관지로 들어가면 오염성 폐렴으로 소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물을 충분히 먹인 다음 처치하는 사람이 소 코뜨레와 카테터 끝을 검잡고 소와같이 달린다.

달리면서 처치하는 사람은 흔들리는 막대자석이 제2위내 골고루 닿도록 조절한다. 십 이십 미터 달리 후 조심스레 카테터를 입에서 꺼낸다. 자석 끝에 못, 쇠붙이, 숟가락, 젓가락, 열쇄, 보드, 나사못 등이 붙어 나왔다. 동네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소문이 꼬리를 물고 너나 할 것 없이 한 번씩 검진을 다 받았다. 쇠를 빼내고 난 소는 몇 개월 지나자 몰라보게 살이 쪄 축주들에게 기쁨을 한껏 안겨 주었다.

소가 야생동물에서 가축화된 것은 오래전이다. 기원전 육칠천년 경 중앙아시아나 서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지역에서는 유제품과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로 취급했다. 중국,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농경작업과 운송수단으로 이용했다. 인도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종교의식에서 신격화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십사억 마리의 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가 지닌 네 개의 위 역할과 명칭은 다양하다. 제1위를 반추위 혹은 양(소 밥통의 고기)이라고도 하며 전체 위의 80%을 차지한다. 제1위의 두꺼운 부분을 ‘깃머리’ 얇은 부위를 ‘양’이라하며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고 소화가 잘 된다. 제2위는 벌집위이라고도 한다. 이물질이 걸러지는 역할을 한다.

제3위는 겹주름위라 하며 천엽 이라고도 한다. 60~70% 수분과 광물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제4위는 진위라 하며 막창이라고도 한다. 소화효소 액이 분비된다. 여기에서 막창은 돼지막창과 다르다. 소 막창은 제4위를 말하고 돼지막창은 돼지의 큰창자를 말한다.

사람들의 생각은 비상했다. 이 작업이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난데없는 소문이 무성했다. 뱃속에 없는 못을 어디에 숨겨놓았다 자석에 붙여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냐하고 의심했다. 하는 수 없이 수 십 미터 밖에까지 소를 몰고 가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와 거기에서 카테더를 빼내었다. 자석에 붙어나 오는 크고 작은 못이랑 여러 가지 금속성 이물질을 보고서는 수긍했다.

한번은 쇠 조각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소문났던 그 이야기가 번개같이 스쳐갔다. 청진을 하면 분명히 윙~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대못이라도 나올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긴장과 흥분 속에서 주민들에게 알아듣도록 설명해야 했다. 날카로운 이물질이 위내에 들어갔을 때 위벽을 뚫지 못하도록 위 자체에서 이물질을 에워싼 현상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물질은 절대로 나오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네사람들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듯 했다.

당시에는 방앗간도 지금처럼 장비가 충분하지 못했다. 겨우 쌀만 찧고 왕겨만 따로 분리 될 정도이다. 돌 따위를 골라내는 석발기며 못, 철편 등을 분리하기 위한 자석을 이용한 철 수거장치(magnetic separator)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시설부족으로 여러 가지 금속성 이물질이 쌀, 등겨에 혼입될 경우가 많았다.

돌이켜 보면 농경시대에는 소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최선을 다해 진료를 받아왔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금속성이물질을 제거하는데 많은 관심과 호응이 이었던 것 같았다. 금속 탐지기를 들고 소에 물 먹이면서 못 조각을 빼내던 시절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남았다.

어느 듯 눈가 잔주름이 잔득 낀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면 즐거움을 감출 줄 모른다. 원장님 덕분에 소들이 살찌고 새끼도 많이 낳아 살아가기가 훨씬 좋았다 하며….

대구가축병원 원장·수의학박사 권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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