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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군위신문 |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건은 건강이다. 건강을 지키려면 치아가 튼튼해야 한다. 치아는 건강과 본래의 얼굴모습을 지켜주며 인체구조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주고 있다. 서른 여개의 치아가 건강을 지켜주는 대들보 역할을 한다. 치아의 생활사를 알아보고자 여러 곳을 섭렵하며 다녔다.
사람의 ‘이’는 위아래 합쳐 서른 두 개 이다. 사랑니를 빼면 스물여덟 개 이다. 사랑니는 어금니가 다 난 뒤 18-20살 사이 성년기에 새로 맨 안쪽 끝에 나는 작은 어금니이다. 치아중 제일 마지막으로 자라나는 ‘이’라 해서 ‘막니’라고 부른다. 막니는 사랑니의 방언이며 치아는 점잖은 말, 이빨은 속된 말에 속한다.
서른 여개의 치아는 모양새도 다를 뿐만 아니라 역할도 각기 다르다. 앞니는 중절치 라고도 하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음식을 잘게 써려서 부피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아래턱이 움직일 때 어금니끼리 닿지 않도록 한다.
송곳니는 개의 이빨을 닮았다 해서 견치라고도 하며 치아 중 가장 긴 치아로서 고기 육류를 찢을 때 주로 사용한다. 아래턱이 움직일 때 어금니 끼리 닿지 않도록 하며 치열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금니는 음식물을 씹을 때 저작력이 무려 40~50kg이다. 이 힘으로 단단한 음식물을 부스고 으깨서 삼키기 쉽게 만든 후 소화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옛말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불편함과 고통은 말 할 수 없다. 인간의 지혜가 발달하여 틀니며 임플란트로 어렵사리 살아가지만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음식의 고유한 맛도 느끼지 못하며 씹는 둥 마는 둥하면서 그냥 위로 넘긴다. 살기위해 먹는 것인지 죽지 못해 먹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뿐만 아니다. 이가 있어도 나이가 들면 어렸을 때 얼굴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어쩌다 한 번씩 이 없는 내 얼굴모습을 떠올려본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해야 되겠지 하면서도 생각자체가 역겹다.
젊은시절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큼 건강한 어금니로 거들먹거렸다. 병뚜껑 딸 때, 철사 굽힐 때, 실·고무줄 같은 것을 끊을 때 닥치는 대로 거뜬히 처리를 잘 했다. 어릴 적 싸움도 많았다. 싸움질 할 때 제일 큰 무기는 이다. 이로 옷을 먼저 물어뜯고 살갗이 나오게 하면 싸움은 끝난다. 이로 팔뚝을 물어 시커멓게 되어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벌어졌던 일 생각하면 추억거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청스러운 사건이었다.
초등동기모임에 갔다. 점심을 먹으면서 열무김치, 깍두기를 맛나게 먹었다.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깍두기를 맛나게 먹는 것보고 “와~ 진짜 너 치아 좋다”고 말했다. 나는 치통 때문에 이를 다 빼버렸다. 음식을 씹을 수도 없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몇 해 전 틀니를 했다. 틀니를 하고나니 음식 맛도 모르면서 그저 먹기만 한다. “이도 오복 중 하나에 들어간데이”하며 이가 튼튼할 때 조심하라 한다. 난 친구가 틀니로 고생한 것도 모르고 튼튼한 이 자랑하며 지껄댔던 것이 송구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이는 오복에 들어가지 않는다”하며 유식한 채 말을 꺼낸다. 오복은 중국 유교의 5대 경전 중 하나인 <서경>에 나오는 말인데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다. 장수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고 마음이 편해야하며 덕행을 좋아하고 제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다라고 일장 연설을 해 댄다.
내 심술도 만만찮았다. “자네가 한 이야기는 유교의 전통인 오복을 말하는 것이고 이친구가 말 한 것은 서민들이 흔히 사용하는 오복을 말 한 것이다. 서민들이 원했던 오복은 첫째가 치아가 좋은 것이다. 둘째가 자손이 많은 것 셋째가 부부가 해로하는 것 넷째가 재산이 넉넉한 것 다섯째가 명당에 묻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는 오복에 들어간다”고 했다.
덧붙여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육체적 정신적 욕구가 충족되어야한다. 코가 석자라도 먹어야 산다는 말 왜 나왔지? 코는 얼굴의 중앙에 위치하며 기세와 고집을 상징한다. 사람의 기세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배가 고프면 기세고 고집이고 모든 것이 없다는 뜻을 의미한다. 음식을 먹으려면 반드시 이가 필요하다. 이 없이는 절대로 살 수 없다. 이는 바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최후의 파수꾼이다”하며 우격다짐으로 한마디 퍼부었다.
소의 이빨은 문치 8개 구치 24개로 사람과 같이 서른 두 개 이다.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유치(젖니)는 빠지고 새로운 이빨로 교체된다. 소의 앞니는 위턱에는 없고 아래턱에만 있다.
소의 유치는 총 20개 이다. 위턱에 어금니 6개, 아래턱에 어금니 6개 앞니 8개 이다. 소의 영구치는 총 32개 이다. 위턱에 어금니 12개, 아래턱에 어금니 12개 앞니 8개 이다. 교체 시기는 약 2살까지는 유치상태로 있다가 5살 되면 거의 교체되어 모두 영구치로 바뀌게 된다. 유치는 2살 내 중간치는 3살 외 중간치는 4살 우치는 5살 정도 되면 모두 영구치로 바뀌게 된다. 소의 이빨을 보고 대략적으로 연령을 추정한다.
지난 날 치아를 못살게 괴롭혔던 추억거리가 아련히 떠오른다. 젊었을 때 남들이 잘한다는 말에 기가 살아 죽는 둥 마는 둥 치아로 병뚜껑을 거침없이 땄다. 차아로 병뚜껑을 딴 친구는 나 이외는 아무도 없었다. 우쭐되며 지냈던 시간도 잠시 순간이었다.
보석처럼 아껴야했던 어금니를 아무데나 사용한 탓으로 지금은 무거운 철판으로 뒤집어씌우고 숨도 옳게 쉬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세안 후 거울 앞에서 입을 딱 벌리고 어금니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멀쩡했던 이가 민둥산처럼 되어 밋밋해져 버렸다.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도 있는가?”하면서 토하듯 탄식한다.
사랑니는 정말 발치해야할까? 사랑니에 충치가 생겨 견디기 힘들 만큼 통증이 심할 때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 사랑니는 13~18개월 되어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덧니로 발생 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사랑니는 잇몸 속에 묻혀있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랑니가 자라면 턱뼈 안쪽에 물혹이라는 혹이 생겨 안면비대창이 될 수 있다. 사랑니가 세균에 옮아 근처에 있는 이가 감염될 수 있다하여 발치할까?.
그렇지만 사랑니는 치아교정으로 견인할 수 있어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곧 사랑니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오늘 이때까지 치아를 혹독하게 부려먹기만 했고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고 지내왔었다. 그럼에도 치아는 나를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동행해왔다. 언제나 튼튼히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왔던 나 너에게 송구할 뿐이다.
치아가 없는 세상을 바라본다. 심미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늦었지만 치아를 사랑하며 아껴줄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대구가축병원 원장·수의학박사 권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