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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과유불급(過猶不及)

admin 기자 입력 2015.09.17 17:53 수정 2015.09.17 05:53

↑↑ 김화동 사장
ⓒ N군위신문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다. 정부에서는 연초부터 각종 기념사업을 전개해왔다. 각 기관이나 조직에서도 별도의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공사에서도 독자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광복 70년 기념 ‘메달+요판화’ 세트 제작은 그 일환이다.

메달의 경우는 오랜 주화 제조 경험과 기술이 있고 요판화는 지폐를 만들 때 사용하는 특수기법으로 손으로 만지면 오돌토돌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공사가 경쟁력이 있는 분야다. 발행량은 500세트로 한정함으로써 가치를 높이도록 했다. 우선 광복과 관련성이 높은 인물 다섯 분과 독도를 소재로 선정했다. 2개월 간격으로 총 6회 발매한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상반기 발매된 인물(류성룡·한용운·윤봉길) 세트는 3주 내 매진됐다. 헌데 은색 메달과 고지도를 배경으로 동도 서도 섬을 부각시킨 독도 세트는 지난달 1일 발매 후 사흘 만에 매진되는 기세를 보였다. 미처 구입하지 못한 분들께서 추가 제작 계획은 없는지 물어왔다.

하지만 당초 500세트를 발매하기로 한 점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많은 이들이 못내 아쉬워했다. 독도는 역시 ‘대한민국 주권회복의 상징’임을 느꼈다.

필자는 당초 500세트 발매를 예고했으나 독도에 대한 높은 관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추가 제작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담당 팀장에게 말했다. 며칠 후 팀장은 원래 작품의 분위기나 도안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제작하면 우리 공사의 약속을 지키면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달 색깔을 은색에서 황동색으로 바꾸고 독도 전경의 배경으로는 고지도 대신 태극기를 넣는 안을 제시했다.

물건이 되겠다 싶어 즉시 특별판으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수량은 광복 70주년의 뜻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700세트로 정했다. 8월17일 아침 특별판 신청을 받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불과 3시간 만에 동이 나버렸다.

놀라운 반응이었다. 결과를 전해 들은 필자는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옳지는 않지만 한 번 더 추가 제작해도 욕먹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궁리 끝에 팀장을 불러 2차 특별판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운을 뗐다. 팀장은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사장 면전이라 바로 거절하지는 못하고 “일단 검토해보겠다”며 물러났다.

퇴근 후 식사를 하면서도 찜찜한 기분이 영 가시지 않았다. 좀 팔린다고 해서 사전 공지한 계획을 무시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믿을까. 평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떠들기도 하지 않았는가. 나아가는 것보다 멈출 지점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지. 고민하고 있을 팀장에게 없던 일로 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역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글 출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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