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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동물도 사랑할 줄 안다

admin 기자 입력 2015.09.19 12:26 수정 2015.09.19 12:26

ⓒ N군위신문
종족번식을 위한 모든 동식물 생명체는 자연스러운 성행위로 이루어진다. 이른 봄 활짝 핀 꽃들도 아름다운 자태로 향기를 발산한다. 만개한 꽃잎에 날아온 벌과 나비는 침과 혀로 꽃술을 애무하며 사랑을 속삭인다. 열병같은 사랑에 빠진 희열은 수컷만 느낄까? 아니면 암컷도 느낄까?
“수컷은 씨만 뿌리고 암컷은 거두어들이기만 한다”는 말 있다. 동물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종족을 번식시켜가며 살아가고 있다. 맹수부터 고슴도치까지 심지어 밟으면 없어질 것 같은 작은 곤충까지도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자연의 순리에 따른다. 동물에 따라 번식시기가 각각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소와 같은 대가축의 경우에는 주로 봄가을에 발정이 많다.

발정주기 때 발정행동은 조용하게 넘기는 축종, 주위가 시끄러울 정도로 괴성을 지르며 호객하는 축종 등 각양각색이다. 암소와 같은 경우에는 땀벌창 되면서까지 이삼일 동안 괴성을 지르며 주위를 시장터처럼 만들어 버린다.

암소가 발정이 시작되면 꼬리 뒷부분과 엉덩이는 질분비물로 칠갑되어 얼음처럼 반지르르 하다. 흥분을 삼키지 못한 암소는 알아듣지 못한 괴성을 지르며 계속 서성거린다. 머리로 옆에 가만히 있는 소들의 배를 쿡쿡 들어 박기도 하며 승가하기도 한다. 소등에는 마치 온천처럼 뜨거운 열기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어쩜 물에 빠진 생쥐모양과 흡사하다. 눈은 동그렇게 뜨고, 양쪽 귀는 쫑긋하게 해서 무엇을 찾는 듯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린다.

암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내로라하는 수컷들은 다 모여든다. 수컷들은 만나자 마자 자리다툼으로 머리를 맞대고 힘으로 서열을 가린다. 젖 먹은 힘 다하며 불꽃 튀기는 기싸움이 시작된다. 이긴 수컷은 늠름한 자세로 암컷에게 뚜벅뚜벅 걸어간다. 암컷은 수컷의 상처를 핥아주면 위로한다. 말없이 행동으로 표시하는 동물들의 애정표시는 사랑이라 하기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남자는 세계를 지배하고 여자는 남자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동물에는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성 간에는 여성이 절대적이다. 풀숲의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사마귀도 짝짓기를 하다 수컷을 잡아먹기도 한다. 사마귀의 사냥의 본능, 종족보존을 위한 희생, 아니면 잡아먹힐 때의 성적쾌감일까?

작고 보잘것없이 보이는 곤충들이라도 몸은 비록 작지만 생각, 지혜, 생명까지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생명은 크다고 귀하고 작다고 천한 것은 아니다. 생명은 고귀한 것이다.

초등시절, 우리 집에 집체만한 황소 한 마리 있었다. 동네 암소들이 발정 오면 거의 모두 우리 집에 몰고 왔다. 또래 친구들이 구경하려 모여들었다. 어른들은 어린 것들이 보면 안된다하며 구경 못하게 했다. 또래들은 어른들이 안 된다하니 더욱 보고 싶어 했다.

먼발치에서 숨죽여가면서 구경했다. 황소가 암소위에 올라가서 붉은 막대기 같은 것을 암소 엉덩이에 넣고 내려왔다. 암소는 잠시 동안 허리를 펴지 못한 채 활모양처럼 구부러져있었다. 이를 보고서 소가 ‘헐래붙었다’하며 또래들이 나를 괴롭혔던 일 생각하니 아련하다.

종족보존에 입은 상처는 영광스러운 흔적이었다. 소의 수컷은 영광의 상처를 가슴에 새긴 채 암컷의 꼬리부분이며 귀 목 등을 핥아주며 구애한다. 가끔씩 암컷 허리를 머리로 슬며시 밀어본다. 암컷은 홱 돌아서서 수컷 머리를 한번 꾹 들어 박고서는 멀찍이 떨어져 가버린다.

한참 후 수컷이 승가 한다. 암컷은 꼬리를 옆으로 돌려주면서 수컷이 쉽게 승가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짝짓기 끝난 후 수소는 암소 곁으로 가서 암소얼굴을 핥아주며 하얀 이빨을 들어내 보이며 싱긋이 웃는 얼굴을 짓는다. 사랑의 희열을 만끽한 표시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암소 곁에서 밤을 지새운다.

소가 새끼를 분만하고 나면 성격이 다소 예민해 지는 것을 가끔씩 본다. 주인도 들어가면 뿔로 공격할 정도이다. 함께 있는 소끼리도 주위에 얼렁거리지 못하게 한다. 새끼잠자리 까지도 다른 짐승들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이삼일 절식해가며 보호한다.

‘우생마사’와 같은 지혜로 자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다. 소의 지혜
로움과 영리함은 이루다 말 할 수 없다.

새끼는 아름다운 성행위의 산물이다. 암사마귀가 교미 때 수사마귀를 잡아먹는 것을 본다. 수소가 피흘려가며 암소를 지키는 것을 본다. 짝에 대한 마지막 작별의 애절함, 성적쾌감, 종족 보존을 위한 희생일까? 동물과 곤충은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뿐이지 종족을 번식시키고 보존하는 방법은 다를 바 없다.

대구가축병원 원장/수의학박사 권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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