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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초원의 나라 뉴질랜드

admin 기자 입력 2015.11.08 21:24 수정 2015.11.08 09:24

↑↑ 권춘수 박사
ⓒ N군위신문
생각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2015년도 군위축협에서 우수조합원 해외 선진지 견학이란 안내장이 날아왔다. 참석인원 32명은 축협직원과 여행사 직원의 인솔로 부푼 꿈을 안고 9월 12일 초원의 나라 뉴질랜드로 출발했다.

뉴질랜드는 평소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마음에 담아 두었던 뉴질랜드를 간다는 생각에 잠시 흥분되었다. 여행은 사람의 안목과 지식을 여과 없이 전달 해주는 안내자이다. 새로운 세계를 보고 어떤 가치를 찾음으로써 내 생활과 축협미래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우리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자 4박6일 일정으로 뉴질랜드 북 섬으로 떠났다.

첫째 날, 동심이 발동하여 새벽녘 같이 일찍 일어났다. 창밖에는 꽃비가 쉴 사이 없이 주룩주룩 내린다. 이른 새벽이라 어둡사리가 아직 끼여 회원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무사히 다녀오기를 서로 격려하며 정해진 시간에 축협관계자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출발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도중 여행사 책임자가 뉴질랜드의 역사와 생활방식과 음식문화, 기후 등에 관하여 소상히 설명했다. 동참한 조합원 상호간 친목을 도모하기위하여 자기소개를 하면서 즐겁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몇 해 전에 왔었던 인천공항은 온전히 그대로 있는데 내 몸과 마음은 저만치 가버렸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 11시간이란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어 나갈까 하는 생각이 나를 무겁게 했다. 오후 4시경에 출발해서 밤새껏 달려가 다음날 아침 7시경 내가 동경해왔던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둘째 날, 우리들은 현지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버스에 승차했다. 오클랜드 공항을 벗어나 헤밀턴으로 이동하면서 가이드는 자기소개와 이곳의 역사에 관하여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다민족 국가로서 공무원 청렴도와 국가 안정도가 세계1위이다. 국토면적은 남한의 2.75배 인구는 약 사백사십만 명 기후는 사계절이다. 여름 평균 25도, 겨울 영상 10도, 연중 서늘하고 온화한 편이며 일교차가 심하다.

뉴질랜드는 10세기경 마오리족이 폴리네시아에서 이곳으로 이주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유럽인으로는 1642년 네덜란드 타스만이 최초로 발견했다. 뉴질랜드는 네덜란드 지리학자가 네덜란드 지명인 zealand에 new자를 붙여 New zealand라는 이름을 붙였다. 1840년 영국과 마오리족 대표사이에 조인한 와이탕이 조약 이후부터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마오리족은 뉴질랜드를 ‘길고 하얀 구름의 나라’라고 불렸다.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에서 귀국길에 오르면서 뉴질랜드 낙농업을 시찰하고자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당시 박근혜가 영어통역으로 가까스로 승낙을 받고 입국하게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공항에 서부터 따뜻한 영접을 받지 못했다. 마중 나온 사람이라고는 총리가 아니고 축산국장도 아닌 낙농 담당과장이 나와서 영접을 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낙농업 전반을 시찰했다. 젖소 102마리를 선물로 받아 대관령목장에서 낙농을 시작하게 했다. 한국의 낙농은 1902년 프랑스인 쇼트가 20여두의 젖소를 들어와 목장을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낙농의 시초였다. 1962년 낙농육성정책을 실행하면서 뉴질랜드에서 매년 젖소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낙농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했으리라 생각된다.

피곤에 겹쳐 졸음이 왔다. 가이드는 잽싸게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7월말 어느 면에 면장이 취임했다. 시냇가를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옷을 벗고 물놀이를 하고 있다. 면장이 한 아이를 불러 고추를 만지작거리면서 이것 무엇 인고 하고 물었다. 아이가 대답하길 좆도 모르면서 면장 하느냐 하며 달아났다”, “수참새가 암 참새 털을 다 벗기려는 찰라 한 포수가 정조준해서 암 참새를 쐈다. 수참새가 포수보고 암 참새 옷 다 벗겨 놓았는데 하며 투덜거렸다.” 버스 안은 갑자기 웃음바다로 변해버렸다.

졸며 웃고 하는 동안 버스는 헤밀턴에 있는 한 우수한 낙농가에 우리를 안내했다. 아직 여독이 가시지 않는 탓인지 정신이 흐릿했다.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목장주인과 현지통역인이 우리를 반가이 맞이해준다. 통역가가 농장경영에 관하여 전체적으로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난 뒤, 한 회원이 우유가격이며 일일 생산량이며 판매하는 과정과 건초저장 방법 등에 관하여 다양하게 질문했다. 목장주인은 많은 질문에 반색하는 얼굴로 미소까지 지으며 열심히 답변했다. 그의 낙천성과 성실함이 우리들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주었다. 설명이 끝난 후 준비한 소주 두병을 선물로 전했다. 변변치도 못한 선물에 감사하다는 인사가 지나칠 정도이다.

아쉬운 작별인사하고 틸포드 바비큐 요리로 아침 겸 점심시간을 가졌다. 식성이 채식에 가까운 편이라 할까 불에 구운 고기냄새가 나를 곤욕스럽게 했다.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모르면 여행하지 말라고 했다. 여행할 적마다 생기는 이러한 괴이한 현상은 한두 번 아니었다. 식복을 감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새로운 문물을 접할 때 마다 느끼는 그 즐거움 때문에 따라 나섰다. 이럭저럭 지내다보면 모든 나라의 음식문화를 접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버스를 타고 로토루아(Rotorua)에 있는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와이토모 석회동굴에 갔다. 와이토모라는 말은 마오리어로 ‘구멍을 따라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와이토모동굴 안에는 종유석과 석순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하면서 매달려 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묵묵히 긴 세월동안 쌓아온 자연의 섭리일까? 지금도 석순 끝에 매달려있는 물방울은 쉬지 않고 똑똑 떨어지면서 멋있는 석순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석회동굴 안에는 또 다른 세계를 맛 볼 수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안에는 잔잔히 일렁이는 물소리와 쓸쓸히 주인을 기다고 있는 나룻배 한척 이외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룻배 안에 누가 있는지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인상이 고약하게 생긴 사람이 나타났다. 배에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겁에 질려 몸을 도사리며 올라갔다.

나룻배는 우리를 태우고 캄캄한 동굴 속으로 소리 없이 미끄러졌다. 동굴 천장에는 수많은 반딧불이 별무리를 이룬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반짝이는 반딧불에 넋을 잃고 말았다. 삿대도 없는 나룻배는 한사람의 힘에 의지하면서 고요함과 썰렁함과 황홀감이 교차되는 세계에서 동굴 밖으로 빠져나왔다. 일행들을 태운 버스는 폴리네시안에 있는 노천 유황온천으로 안내했다. 남녀 공동탕이었다. 노천 온천이라서 그런지 온천수의 온도가 42~40도 되어도 온천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쨌든 누적된 하루의 피로가 가시고 무겁던 몸이 가벼워 마음도 상쾌했다.

셋째 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봄맞이꽃들이 앞 다투어 제 얼굴모습을 여과 없이 들어내 보이고 있다. 동백과에 속한 꽃들은 이미 시들어져 가는 것 같고 이름 모를 꽃들이 울긋불긋 단장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벌과 나비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꿈틀대고 있었다. 이억만리 타국에서 너를 만나려 여기까지 왔었는데 인사도 없이 아직도 잠자리에 있다니 못 땐 것들.

로토루아에 있는 호수를 가기위해 새벽녘같이 일어났다. 로토루아로 가는 도중 산과 들판에 펼쳐진 초원은 끝없는 지평선을 연출케 했다. 초원의 나라, 뉴질랜드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호수 가에 배 한척이 외로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안은 깨끗하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도 많아 구미가 당겼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오랜만에 배불리 많이 먹었다. 피로도 풀어지고 기분도 상쾌하여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시간이 곤두박질쳤다. 아침 지난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점심때 되었다. 스카이라인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 현지식 뷔페로 중식을 하며 로토루아 전경을 감상했다. 초원을 떠나 도심에서 내려다보는 로토루아는 아름다웠다. 잠시 잊어보았다. 호화로운 음식 분위기와 펼쳐진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보면서 맛있게 먹는 식사시간은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었다.

타우포로 이동하면서 창밖을 내다봤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뉴질랜드는 우리들이 부러워하는 세 가지의 좋은 조건을 다가졌다. 끝없이 펼쳐 보이는 광활한 초원, 티 없이 맑은 하늘이며 울창한 나무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어 우리나라도 금수강산이 되살아나면 여기 못지않게 아름다울 것이라 확신했다.

푸카 폭포에 도착했다. 쭉 뻗은 나무들이 빽빽한 산림 속에서 가느다란 물줄기를 타고 쉴 사이 없이 물이 흘러내렸다. 청아한 물이 큰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괴성을 지르며 아픔을 토해냈다. 산줄기에서 조용히 내려오는 맑은 물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무서운 폭포로 변해버렸다. 폭포는 순식간에 햇볕을 받으며 오색찬란한 옷으로 갈아입고 넓은 바다로 달려갔다. 아름다운 신비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자연에게 물어봤다. 맑은 공기며, 지저귀는 산새소리며,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르는 괴성 속에서 어떻게 지내느냐? 아무도 모른다.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 종종걸음으로 내 곁을 떠나 버렸다.

지열을 이용하여 전기로 사용하는 지열발전소가 여러 곳 있었다. 이상한 것은 거대한 지열발전소에 경비원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시끌시끌하며 불안한 세상에서 서로 믿고 사는 이곳 뉴질랜드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다. 느닷없이 가이드가 치질 있는 사람 손들어 보십시오. 제가 고쳐드리겠습니다 하며 지열로 유황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안내했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유황의 높이는 무려 수 십 미터에 달했다. 평평한 바위위에 십 여분만 누워있어도 관절통 신경통이 거뜬히 낫는 신기한 바위라 하며 누워보라 했다.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넓적한 바위위에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모두 누웠다. 얼마쯤 되었을까 엉덩이며 등에 불이 나는 것 같이 후끈후끈한 열기가 솟아오른다. 뜨거워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욕심이 생겨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디고 일어났다. 허리통이며 관절통이 조금 나은 것 같았다.

거뜬한 기분으로 지열체험을 마치고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촬영지로 떠났다. 파란하늘 출렁이는 물결이 점프대를 한껏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점프대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팔을 펼치고 새처럼 나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높은가 하고 점프대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담력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아래로 내려다보는 순간 아찔하다 못해 현기증이 났다. 젊음의 상징은 체력과 담력이다. 젊은 남녀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손을 흔들며 당당히 점프대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 부러웠다. 관광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얻은 것을 내 삶의 질에 접목시켜 보다 좋은 생을 영위하고 싶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순간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레드우드가 울창한 삼림에서 트래킹을 가졌다. 레드우드(red wood)는 뉴질랜드 한 병사가 영국에서 가져온 나무를 심어 전역에 울창한 산림으로 만들었다 하여 기념을 기리고 있다. 사람과 말이 다니는 트래킹 코스가 따로 되어있어 이색적이었다. 산에 올라가는 길바닥은 나무껍질이 질퍽하게 깔려있어 발이 땅에 닿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나무에서 뿜어내는 향은 거의 맡아볼 수 없었다. 관광을 즐기는 것 중에도 휴식이 하나있다. 내일을 위하여 힘을 보충해야한다.

넷째 날, 젖소뿐만 아니라 양들의 수도 엄청 많았다. 아그로돔에서 20여두의 양 쇼와 양털 깎기 쇼를 보면서 모피생산은 상당하겠다고 생각했다. 송아지 우유먹이기, 젖소 젖 짜기 대회를 하며 잠시나마 웃으면서 농장과 관광객의 일치를 이루었다. 이날따라 이른 봄 날씨답게 쌀쌀하다. 양과 오리몰이 하는 개의 묘기를 보고 난 후 트랙터를 타고 43만평되는 넓은 농장을 관광했다.

농장 가이드가 쉴 사이 없이 설명했다. 양에 먹이를 주는 체험은 즐거웠다. 양털이 몸에 가지런히 붙어있으면 통풍이 잘되어 시원함을 느낀다. 양털이 삐쭉삐쭉하게 서있는 것은 보온되기 때문이다. 모피는 4천 미터이상 되는 천박한 땅에서 기르는 양털이 제일 좋다. 양모에는 메리노라고 부르는 양의 털과, 알파카라고 부르는 양의 털 두 종류가 있다. 모피에 얼룩이 생기면 베이비파우더(알카리성)를 사용하면 좋다.

설명 듣는 것만도 충분한데 포도밭에서 직접 제조한 포도주를 시음케 했다. 내 입맛과는 다르지만 일행들은 좋아했다. 오늘 일정이 계속 진행됐다. 테푸이아 마오리 민속촌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민속생활과 거의 비슷했다. 얼굴에 새겨진 문신은 계급을 나타내는데 추장만 여러 개 할 수 있고 일반인들은 하나 아니면 두 개 뿐이다. 마오리족들은 자기들의 마을을 복원하기위하여 기술공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로토루아 시내에 있는 18세기 영국총독이 사용했던 거버먼트 가든을 둘러보았다. 서쪽으로 기우러지는 붉은 햇볕을 받으며 거버먼트 가든은 찬란한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쏟아낸다. 식민지시대 관청으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박물관과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저녁은 마오리족의 항이 디너와 디너쇼를 즐기면서 식사를 하겠습니다하고 가이드가 안내했다. 일행들은 기대를 걸며 시간 맞게 도착했다. 입장부터 요란했다. 중국관광객과 섞여 대 혼잡을 이루었다. 무사히 입장을 마치고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는 순서에 따라 진행되었다. 얼마쯤 되었을까 관광객들이 앞 다투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바람에 음식이 진열된 뷔페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먹음직스럽게 만든 음식 맛이 어떨지 궁금하게 생각하며 접시에 음식을 골고루 조금씩 담았다. 마오리족음식은 빛깔은 좋으나 향과 간이 맞지 않아 식사하는데 고통스러웠다.

디너쇼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조롭게 보였다. 쇼의 내용과 구성도 모르면서 쳐다보고 앉아있는 내 탓도 없지 않았다. 한껏 걸었던 기대가 한순간에 물거품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현대 무용에 깊은 관심도 없으면서 마오리족들의 옛것을 비평하는 내가 스스로 부끄러웠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손짓 눈짓으로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진 무대는 정말 멋있었다.

다섯째 날, 관광도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가 보다. 이곳에 머무는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켐브릿지에있는 축산 농가를 방문했다. 나이가 약간 들어 보이는 부부와 통역사가 함께 도로까지 나와서 밝은 표정으로 우리들을 맞이했다. 첫 번째 방문했던 농가보다는 규모가 약간 큰 것 같았다. 통역사를 통해 자기소개와 농장전반에 걸쳐 농장지도를 보이며 설명했다. 여기에서 소 한 마리 당 키울 수 있는 면적은 1200평, 양은 200평이다. 생각할 수 없는 넓은 면적에 가축을 기르고 있었다.

우유수거 방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우유가격은 1리터 당 400원 정도였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1리터 당 1,100원 정도이다. 정도라는 의미는 젖을 짜서 검사실에서 수분 80%를 제거하고 건더기(무형고분, 유단백, 유지방)만을 가지고 가격을 정함으로 가격에는 유동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장의 생명은 광활한 대지와 초원이다 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목장부부는 손수 만든 치즈와 방금 짠 우유를 먹어보라하며 권했다.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주택은 아담하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한국소주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우리들이 준비한 소주 두병을 선물로 전달했다. 환한 웃음 지으며 감사를 표시했다.

목장부부의 심성에 진정 감사드리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서쪽하늘에서 쏟아 붓는 석양이 오클랜드 항만과 하버브릿지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꾸민다. 황혼빛 석양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뉴질랜드와 아쉬운 석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여섯째 날 여느 때와 같이 정해진 시간에 기상했다. 4박6일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오클랜드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준비에 분주했다. 탑승, 좌석, 출발로 시끌시끌했던 기내가 갑자기 조용했다. 천장에서 내 좌석에 내리꽂는 불빛에 의지하면서 잠시나마 정신없이 쏘다녔던 지난 일정을 고요 속에서 더듬어 봤다.

뉴질랜드는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의 땅이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과 따사로운 햇볕아래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와 양떼들의 모습이며 자연과 더불어 평화를 누리면서 살고 있는 국민들의 자긍심을 볼 때 모두가 행복하게 보였다.

대구가축병원 원장
수의학박사 권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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