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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당하고 나서 테러방지법 만들려는가

admin 기자 입력 2016.01.03 21:45 수정 2016.01.03 09:45

↑↑ 문혜강 원장
ⓒ N군위신문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에도 테러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범국가적 차원의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와는 무관한 옛일로 잊고 지내다가 지난 11월 13일 ‘파리 연쇄 테러’가 발생하자 테러의 위험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파리 테러의 주범이며,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 테러를 자행하는 IS가 테러 대상국으로 지정한 이른바 ‘십자군 동맹’ 62개국 중에 한국을 26번째 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등 우리에게 테러의 검은 그림자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테러를 막기 어려운 것은 전선이 없고 침략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적이 어느 쪽에서, 어떤 모습으로 침투해오고 있는지 미리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은 9·11 이후 대테러 법률을 모두 정비했다.

여러개 부처에 분산돼 있던 관련기관을 통합하여 DHS(국토안보부)를 창설하고 ‘애국법’(테러대책법)을 제정,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사전 차단하고 있다.
영국은 2000년 반테러법을 제정하여 테러용의자의 재산몰수는 물론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 및 구금할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은 국가 안전에 위협이 되는 사범에 대해서는 변호인 접견권도 제한한다.
UN도 각국에 테러방지 법령을 정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OECD와 G20 회원국 중 37개국이 이미 테러방지법을 갖추고 (4개국만 미비) 정밀하게 테러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테러대비책은 1982년 제정된 대통령 훈령 47호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뿐이다.

대통령 훈령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내부지침에 불과하다.
테러대비책의 본질은 예방이다. 법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필수적인 예방활동이 가능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9.11 직후 테러방지법이 발의된 후 몇차례 더 발의됐으나 14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테러 대비체계가 취약하고 대테러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전문기구나 컨트롤타워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국회에서 여야 간 테러방지법 제정 협의에 속도를 내는 듯하다가 ‘국회 안에 테러대책기구를 실시간 감독하는 정보감독지원관실 신설’ 문제로 합의가 무산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어렵다고 한다.

테러 예방의 핵심은 정보다.
국가차원의 정보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대테러 종합정보센터를 마련, 관련첩보를 사전에 수집ㆍ분석하고 용의자를 검거하는 등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11월 30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개최한 국제포럼에서 라이언 스콧 퍼버 미국 연방법무부 검사장은 “9ㆍ11 이후 미국의 정보·사법기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테러 징후를 사전 탐지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테러 탐지 기법에는 용의자의 수색과 감청뿐 아니라 위성 감시, 계좌 추적 등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공공기관에 테러 용의자가 전화, 이메일 등을 시도한 경우 감청까지 허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도 대테러 정보센터를 중심으로 정밀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효과적인 대테러 체계, 즉 테러방지법과 전문 대응기관의 미비는 테러를 불러들이는 초대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문화체육시설·공항·항만·지하철·터미널 등 공공다중시설의 대부분이 테러에 무방비 상태다.

2013년 내란음모 혐의로 사법조치된 통진당 이석기 일당의 행태에서 보듯이 원자력발전소·가스저장고 등 국가 핵심시설이 테러집단의 공격목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테러 관련 고위험 인물 및 조직에 대한 신상정보 및 위치 파악은 물론, 금융ㆍSNS 정보를 들여다볼 수도 없다.

테러를 선전·선동해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심지어 IS를 지지 또는 가입 의사를 표명해도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법 제정을 미루다가 스스로 국가적 위험을 불러올 것인가. ‘현명한 사람은 들으면 알고, 똑똑한 사람은 보면 알지만, 미련한 사람은 당해야 안다’는 말이 있다.
대형 테러 피해를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 문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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