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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명산(名山) 백암산과 만남 그 이야기

admin 기자 입력 2016.01.17 22:54 수정 2016.01.17 10:54

↑↑ 김기탁 효령 부면장
ⓒ N군위신문
경북 울진으로 향하는 버스 안, 아침 일찍 출발한 터라 곧장 곯아 떨어 질만도 한데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에 회원들의 표정은 밝다. 검푸른 바다와 흰 파도, 그리고 해송이 연출하는 다채로운 풍광에 지루할 사이가 없다. 시선은 줄곧 창밖에 꽂힌다. 대구에서 세 시간 남짓 내달려 백암산 어귀에 다다른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백암산은 ‘흰 바위산’이라는 이름 그대로 정상의 바위가 희고 또한 1,004m의 산답게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행 후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겨울바다를 찾는다면 금상첨화다. 백암산은 등산코스도 다양해 겨울산행지로 제격, 아침 일찍 산행을 하면 정상에서 동해 일출의 장관도 맛볼 수 있다. 산의 규모와 풍부한 수림지대, 백암폭포와 계곡등 고산다운 중후한 산행 맛이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백암산은 태백산맥의 허리부분에 해당된다.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 깊은 계곡과 치솟은 봉우리의 중후함을 두루 갖춘 동해의 명산이다. 정상부에 있는 바위가 유난이 흰빛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그러면 지금부터 얼마전 다녀왔던백암산과의 만남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산행이다. 온천지구의 끝 지점을 들머리로 삼아 힘찬 첫걸음을 내딛는다. 널찍한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오르자 이내 오솔길로 바뀐다. 숲에 휩싸인 길은 호젓하고도 정겹다. 초입인데도 몸은 이미 깊은 산속에 들어선 듯하다. 쭉쭉 뻗은 솔숲은 고향의 품안 같다. 잠시 번잡한 일상을 내려놓는다.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는 그대로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연주다. 자연의 경연장에 잠깐 땀을 식히며 바삐 걷느라 마주하지 못했던 서로의 눈길을 바라본다.
숨길 수 없는 표정 속에 거짓 없는 마음도 담아 본다. 더 많이 걷고 빨리 쉬어야 한다는 욕심만 버리면 자연은 늘 이렇게 많은 것을 내어준다.

시간을 아껴 다시 산길을 오른다. 겨울은 산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계절, 울창한 활엽수림은 가식을 떨쳐내고 찬바람에 잔가지를 내맡기고 있다.

등산로엔 가을이 지나면서 떨어진 낙엽들이 카펫을 이루었다. 발바닥에서 부스러지는 잎사귀에서 푸근한 쿠션감을 느낄 정도다.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던 길이 갑자기 좀 희미해진다. 왕래하는 사람이 적은 탓이다. 갈림길에선 앞선 사람이 이정표가 되고, 함께 나누는 담소에 터지는 웃음만으로도 청량제가 된다. 사박사박 걷기 좋은 흙길이다 싶으면 울퉁불퉁 심술 궂은 돌길로 바뀌는게 산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높고 곧게 뻗은 나무들이 지친 걸음에 바람을 실어 주고, 계곡의 경쾌한 흐름에 눈과 귀가 시원하니 어찌 힘들다 하겠는가. 백암폭포는 이산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꼽힌다. 거대한 빙벽을 바라만 보아도 전해온 냉기에 가슴이 얼얼하다. 송송 맺힌 땀방울이 놀라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적잖은 경사도에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이 무겁고 더디다.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 봉우리는 하늘 높이 치솟는다. 이렇듯 산꼭대기까지 길을 낸 이들은 하늘을 바라는가, 구름을 바라는가. 백두대간 백암산 자락을 꾹꾹 밟고 올라서 가쁜 숨을 고른다. 등줄기는 땀에 젖어 찬바람이 무색할 정도다.

굽어본다는 것은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무엇을 이뤘다는 성취감속에 산하를 내려다본다. 발 아래로 백암온천지구의 건물들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고, 부드럽게 연결된 산 너울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코끝으로 밀려든다.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 비길까. 젖은 땀이 식을 때쯤이면 마음은 벌써 천상에 가 닿는다.

사람들은 흐르는 시간이 아깝고, 한꺼번에 더 많은 걸 이루려고 애쓴다. 훌쩍 떠난 산행에서 조차 여유를 갖지 못하고 서둘러 떠나기 일쑤다. 아쉽지만 정상을 코앞에 두고 새터 바위에서 걸음을 되돌린다.

동해의 명산을 둘러보고 나니 시장기가 돈다. 산행을 한 뒤 생선회를 맛보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자연산 생선회의 쫄깃쫄깃한 맛은 그야말로 별미다. 하도 맛이 좋아 입속에 머무를 새도 없이 절로 넘어간다. 다들 허기진 뱃속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탁 트인 바다를 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며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세찬 바람에 탄력을 받은 물결이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튀어 오르는 하얀 포말. 마음은 벌써 부서지는 파도를 따라 밀려들고 밀려나가며 한해의 묵은 상념을 말끔히 씻어낸다.

주어진 시간을 아낌없이 즐기려는 우리에게 하루해는 야속 하리 만큼 짧다. 백암산 산행을 기억속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며 이로써 한해의 산행을 모두 접는다. 네 차례 치룬 산행에서 한 건의 사고도 없이 무탈하게 넘긴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목에는 절망의 골짜기도 있고, 그 굽이마다 반짝이는 희망도 숨어 있다. 절망과 희망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 아직은 존재하지 않은 미래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오는 듯 가버리는 가을을 지나 스산한 겨울한철, 멈칫멈칫 마음이 시린 것은 함께 마음 나눌 사람이 절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날씨가 추워졌다고 푸념할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길을 나서면 될 터이다. 새해에는 우리 산악회가 새로운 Dream -Start(꿈의 시작)를 하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기탁 효령면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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