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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원장 |
ⓒ N군위신문 |
어릴 적 할머니는 해마다 섣달 그믐날 이면 촛불을 켰다.
마루, 부엌, 외양간, 우물 등 여러 곳에 촛불을 켜놓았다. 새해에는 밝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염원하는 할머니만의 의식이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가 결정되자 주말마다 ‘촛불 시위’와 ‘태극기 시위’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촛불을 든 시위대는 “박근혜 즉각 퇴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 “탄핵 인용” 에다가 “이석기 석방”을 외치고 있다.
태극기를 든 시위대는 “탄핵 반대” “탄핵 무효” “누명 탄핵”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반국가 세력이 나라를 뒤집으려 하고 있는데 가만있어서야 되겠느냐”며 “태극기의 바람이 태풍이 돼 저 촛불을 꺼버리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는 대단히 오래 갈 것 같아 걱정이다.
대의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집단 시위로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백성은 법을 믿고 사는 것이다. 그 누구도 법의 심판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인 것이다.
설사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촛불 민심’이 바라는 것과 다른 판결을 내려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것이 법치인 것이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 이고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말처럼 자기들이 잘못해서 구속되면 무조건 야당 탄압이고 잘못된 판결 이라며 사법부를 질타하고, 자기들한테 유리한 판결은 잘된 것이라고 말하는 심보는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했을 때 문재인 씨는 “헌재의 결론이 일반 국민의 상식과 똑같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같은 해 헌재가 수도이전이 관습 헌법에 어긋난다며 기각했을 때는 “선출된 권력이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최근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찾겠다”고 하고, 북핵 방어에 필수적인 “사드배치도 다음 정부로 미루라”고 하며,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이 이 나라 제1 야당의 대선 유력주자이다.
6.25를 겪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태극기를 들고 “친박집회” “애국집회”에 참석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친박집회에 참석해 “아무리 부인해도 문제는 이념”이라며, “좌파들이 벼르고 별러서 이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촛불시위장엔 내란 선동죄로 수감된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형 풍선이 등장 하자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종북은 촛불에서 빠져라”며,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 때문에 촛불집회의 순수성이 오해받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촛불시위가 전부 옳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래도록 나라를 혼란케 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기억하고 있다. 촛불 뒤에 숨어서 국가질서를 문란케 하여 정부를 뒤엎으려는 종북, 반정부 상습 데모꾼들을 경계해야 한다.
주말마다 촛불 시위대와 태극기 시위대의 세대 결은 갈수록 경쟁적으로 치열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탄핵 인용”, “탄핵 기각”으로 나뉘어서.
그러나 그 곳에 참석하는 사람만이 애국자 이고 국민 전부라는 큰 착각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수천만 명의 국민이 진정한 민심인 것을 헌법재판관은 인식하고, 정치권의 어떠한 압력이나 동원된 시위대의 구호에 영향을 받지 말고,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국격에 맞는 당당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연말연시에는 집집마다 소원을 비는 촛불을 켜고, 희망에 찬 2017년에는 훌륭한 대통령을 선출해서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기를 바란다.
이수만 칼럼니스트
한국컴퓨터속기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