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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선 운영위원 |
ⓒ N군위신문 |
오늘이 우수인데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초목에는 싹이 튼다고 하는 절후인데 겨울의 끝자락이 꼬리를 감추고 춘풍화기(春風和氣)에 꽃망울이 터질 때면 등장하는 말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를 밉살스레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정녕 사람들은 제 마음의 봄을 이루지 못함을 빗대어 표현하는 듯하다.
그러나 봄은 오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주역』에서 왜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이라고 했는지 생각해 보면 창조력은 일음일양(一陰一陽)이 끊임없는 음양의 교섭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는다. (天地以生物爲心)”고 말했다. 대구수목원에 납매가 꽃망울을 터뜨려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처음으로 양의 기운이 움직이니(天地初陽動), 차가운 매화가 일찍이 봄을 차지했구나. (寒梅早占春) 화신풍에 있는 개화기를 매화는 1월6일, 살구꽃은 2월24일 이다. 『삼국유사』 에 일연선사는 신라에 불교가 전파된 것을 매화로 상징하여 표현한 시에 “금교에 눈이 쌓이고 얼음도 풀리지 않아 (雪擁金橋凍不開),
계림에 봄빛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鷄林春色未全廻),
영리한 봄의 신은 재주도 많아 (可怜靑帝多才器)
모례(毛禮)의 집 매화에 먼저 꽃을 피웠네 (先着毛郞宅裏梅)
눈 덮인 금교와 계림은 불법이 전하지 않는 신라 땅을 가리키고, 봄은 불법을, 봄의 신인 청제는 법신(法身)을, 모례의 매화꽃은 불법을 상징하고 있다.
꽃이 피어가는 순서를 당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의 「춘풍」이라 읊은 시에 “봄기운에 정원안의 매화가 가장 먼저 피어나고,(春風先發苑中梅), 뒤이어 앵두, 살구, 복숭아, 자두 꽃이 차례로 핀다.(櫻杏桃李次第開)” 이와 같이 봄소식을 가장먼저 알려주는 매화는 봄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봄소식을 알리는 꽃으로 황매, 목련, 개나리, 등은 모두 영춘화(迎春花)란 별명이 있다. 그래서 2월을 행월(杏月), 3월을 도월(桃月)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의 한시(漢詩)에 매화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청빈한 선비인 한사(寒士)을 상징하여 허균의 『한정록(閑情錄)』 에 실려 있는 「병화인(甁花引)」에는 병화를 목욕시킬 경우 매화는 은사(隱士)를 가장 좋아 한다고 했다. 매화는 또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절조, 또는 절개를 상징하는 것으로 학자, 문신인 상촌 신흠(象村, 申欽)의 시 가운데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잃지 않고 <桐千年老恒藏曲>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라고 했다. 옛날부터 매화는 사군자인 매란국죽(梅蘭菊竹)의 하나로 호문목(好文木), 매형(梅兄), 춘고초(春告草)등 다른 이름을 가지고 문인, 묵객들의 귀염을 받고 있다. 고매분재(古梅盆栽)는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꽃말을 “결백” ”미덕“ 이다.
퇴계 선생은 천품이 고결하고 수양을 거듭하여 도를 지닌 대학자이다. 그는 매화에 대한 사랑이 남달리 유별났으며 “내평생 즐겨 함이 많지만 매화를 혹독할 만큼 사랑 한다.(我生多癖酷好梅)”고 매화시첩에 적고 있다. 퇴계의 「대매화답(對梅話答)」의 시에 눈 내리는 겨울 밤 도산의 서당에 홀로 분매(盆梅)와 마주 않아 술상을 가운데 놓고 “매형 한잔, 나 한잔” 하며 시정에 취하여 읊기도 했다.
“마음은 언제나 산속의 매화와 함께 있고<心期獨在山中梅>
밤마다 매화꽃 송이를 어루만지는 꿈뿐 일세 <溪夢夜夜探梅夢> 또 퇴계는 도산에 백여 그루의 매화를 심고 가꾸면서 청정한 세계를 꿈꾸었으며 매화가 한창 필 무렵이면 매화를 배회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도산월야 영매 시」를 읊기도 했다. 그리고 임종(臨終)때 “매화에 물을주라(命淮盆梅)” 고 하고 매화를 바라보면서 좌절(坐折) 하였다고 한다.
십죽제화보(十竹齋畵譜) 에 의하면 이른 조매(早梅)는 꽃다운 소식 전 함이오(芳信先傳), 설매(雪梅) 는 얼음병에 엄영(氷壺掩映)이오, 죽매(竹梅)는 군자의 사귐(君子之交)이오, 달(月) 매화는 가만히 향기 떠 돌음(暗香浮動)이오, 마른매화(枯梅)는 따사한 골짜기 봄볕이 돌아옴(暖谷回陽)이오, 풍매(風梅)는 표표히 신선될 것 같음(飄飄欲仙)이오, 낙매(落梅)는 수양공주 단장을 점철함(壽陽點粧)이라고 했다.
중국의 남조(南朝) 시대 송나라 시인 육개(陸凱)가 범엽(范曄)에게 보낸 시에서 “강남무소유(江南無所有), 료증일지춘(聊贈一枝春)”에서 유래되는 한가지의 봄(一枝春)은 곧 매화가 봄소식을 가리키는 것이다. 매화와 봄을 읊은 시 가운데 압권(壓卷)으로 평가 되는 시가 있다.
“온종일 봄을 찾아 보았으나 봄은 보지 못하고<終日尋春不見春>
여장을 짚고 구름이 쌓인 곳까지 답파 하였네 <杖藜踏破幾重雲 >
돌아와 시험 삼아 매화가지 잡고 보니<歸來試把梅梢看>
봄이 가지 위에 이미 온통 와 있어 구나 <春在枝頭已十分>
이시는 남송의 대익(戴益)의 「탐춘(探春)」이란 시 한 수만을 남기고 있다. 이와 비슷한 박춘묵(朴椿默)화백의 우리말 화제시(畵題詩)가 있다.
임금으로 상징된 매화는 고려조 문장가 목은 이색의 시조에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험 하도다,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였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라는 시조가 현재의 국운(백설)이 다 기울려 간 곳에 간신(구름)들이 득세하여 야단들인데(집회) 반가운 임금님(매화)은 어느 곳에 계시는지(피었는가) 참으로 답답하고 궁금한 지조를 둘 곳을 찾지 못하는 고려 말 국운이 현재의 시국과 비슷하다.
우리는 매화에 대한 희망 재생 등의 민족의 불굴 불요(不撓)의 정신으로 조국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매화향기를 환각 하면서 영남의 선비정신을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일기예보에 내일은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린다하니 “해마다 봄비에 꽃은 붉게 피는데(年年春水紅花發), 어찌하여 내 인생은 새봄이 오지 않는가(然故人生更生春) 이 봄비가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올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홍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