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성보 작가 |
ⓒ N군위신문 |
달라는 사람에겐 못 당한다는 말이 있다.
집요하게 매달리면 안 주고 못 배긴다는 뜻일 게다.
자생란의 중간 상인인 B씨는 해남에 있는 모씨의 중투에 눈독을 들이고는 2년 동안 끈질기게 달라붙어 끝내 자기 손아귀에 휘어 넣는데 성공하였다. 그 중투는 대중투에 가까운 것으로 나무랄 데가 거의 없었다.
자금이 넉넉지 못한 B씨는 빚까지 얻어 거금의 난 값을 마련하였지만, 제법 큰 재미를 볼 것 같아서 여간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다.
마침 원매자까지 나선 까닭에 서울로 가져가기만 하면 큰 돈이 들어오게 되어 있는지라 어깨 바람이 절로 났다.
다음날 날이 밝는 대로 상경하기로 하고는 우선 여관에 들었다. 샤워를 하려고 했으나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면서 난을 깨끗이 씻었다.
난을 쏟아 뿌리를 확인하고 은박지로 싸 놓았기에 때깔을 곱게 하기 위해서 잎과 뿌리를 말끔히 씻은 것이다.
물기를 말리느라 난을 세면대에다 두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혹시나 도둑이 들까 해서 욕탕 문을 열어 둔 채 잠을 자는 도중 끈끈한 감을 느끼어 눈을 떠보니 방안에 수증기가 가득했다. 화들짝 놀라 욕탕으로 달려가 보니, ‘맙소사!’ 세면대엔 끓는 물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아뿔싸!’
샤워를 하려고 틀어 놓은 온수 꼭지를 더운 물이 안 나오자 잠그지 아니하고 무심코 그냥 둔 모양이었다.
새벽에 보일러를 가동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정말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이다. 급히 물을 잠그고 난을 건져보니 잎은 데치어져 흐느적거리고 벌브는 물컹거렸다. 그 바람에 김이 쭉 빠지고 맥이 탁 풀렸다. 동시에 덜컹덜컹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욕탕을 차고 넘치고 있었다.
누구를 원망해 이 못난 내 청춘을….
글쓴이: 이성보
-저서 : 「난향이 머무는 곳에도」,「석향에 취한 오후」, 「난에게 길을 물어」,「세상인심과 사람의 향기」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