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종오 고문 |
ⓒ N군위신문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군위군이다. 내 고향 군위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인정 많고,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태어나서 유년기를 거쳐 수십년이 지나, 서울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고향을 찾으면 풍요로운 농촌 풍경은 시간을 되돌린 듯 여전하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릴 적 시끌벅적 사람냄새 나던 동네는 이제 어린아이 소리 드물고 어르신네들만이 마을의 존재감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군위군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경상북도 군위군’이라 하면 한참을 생각한 후에 겨우 돌아오는 대답이 ‘아…구미요?’인 경우가 많아 웃지못할 허탈감에 빠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존재감이라곤 없었던 군위가 최근 대구공항 이전이다, 군수 주민소환이다 해서 언론이며, 방송이며 수시로 등장하면서 때 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영남권 신공항 무산이 결정되기 전까지 대구와 경북, 경남이 모두 한 마음으로 공항 유치를 열망하던 시기가 불과 얼마 전이다.
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나면서 대구 경북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구공항 통합이전 발표는 달랐다. 사실상 대구와 경북의 관문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비전으로 시작된 일에다, 그 파급효과 역시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못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반응은 제각각 엇갈렸다.
이전을 희망했던 대구에서도 막상 이전이 결정되니 미래도시의 근간은 공항이라며, 민항 존치를 주장하고, 경북은 대구·경북의 경기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으며, 김해는 ‘우리보다 더 큰 공항은 안돼’라며 통합공항 건설을 경계하기 시작하고, 타 군은 공항 유치만이 살길이라며 민간에서 먼저 유치를 선언하는 등 기대감으로 지역이 들썩였다.
특히 ‘공항’은 발전을 위해선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입장인 듯 보였다. 그러나, 정작 후보지로 포함된 군위군만이 유치를 희망한 군수를 배신자로 몰며 반추위에서 맹렬히 공격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대구공항을 단순히 ‘대구시의 골칫덩어리’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대구와 군위는 애초에 비교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군 공항은 그렇다치더라도, 민간공항은 대표적인 선호시설이다.
공항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 신도시 건설, 물류와 산업단지, 상업과 컨벤션 기능 활성화까지 최근 공항 건설은 단순한 시설 건설 차원을 뛰어넘어 새로운 ‘에어시티(공항도시)’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 개발과 거리가 멀었던 우리군 입장에선 상당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공항으로 지역을 떠나야하는 분들의 아픔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도 터전을 옮길 때는 많은 준비가 따르는데, 평생을 고향 땅을 지키며 살아온 어르신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머물러서는 미래의 군위는 어느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옛 말에 삼희성(三喜聲)이란 말이 있다. 3가지 기쁜 소리로, 첫째가 어린아이 울음소리, 둘째가 책읽는 소리, 셋째가 다듬이 소리를 뜻한다. 아이가 태어나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고, 글을 읽어 세상을 이끌 역량을 쌓으며, 안으로는 살림에 충실하여 집안을 안정시키는 것. 이것은 현재의 지방자치에도 적용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우선으로 꼽는 것이 아이 울음소리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꽃피는 산골’에서는 더 이상 아름다운 ‘고향의 봄’을 꿈꿀 수 없다.
2017년 군위군은 ‘꽃 피는 산골’에서 ‘사람과 활기가 넘치는 신도시’로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현실의 벽을 깨고, 변화에 맞서, 이 꿈이 현실로 실현되길 출향인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한다.
재경군위군향우회 고문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