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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영원한 전 직 대통령

admin 기자 입력 2017.07.03 17:08 수정 2017.07.03 05:08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하늘이시여! 비몽사몽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란 어인 말입니까? 만고강산 온 천하가 요동쳤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이 정지된 것도 불행한 사건인데, 헌재의 탄핵소추안이 인용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우리 헌정사에 큰 비극이다.

탄핵 인용 다음 날 아침 티브이 뉴스시간에 청와대 정경이 방영됐다. 청와대 푸른 경내에 늘 태극기와 함께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걸렸는데 어느새 내려 보이질 않았다.

대통령의 유고, 아웃되었다는 뜻인가. 권력이란 무상하고 허무하다. 봉황기 조차 지키지 못 할 상황까지 왔으니 착잡하고 씁쓸하다. 봉황은 백성을 다스리는 대통령의 덕목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어쩌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는 치욕과 불명예로 물러나다니 안타깝다. 지금부터 우리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영원한 전 직 대통령이다. 불행하게도 아픈 추억 속에 기억되는 과거의 대통령이다. 어머니 육영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두 분 다 흉탄에 잃은 후 질곡 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운명은 또다시 질곡의 살을 안겨 주고 있다.

지난 날 찬란했던 날, 많고도 가득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당을 위해 구원 투수격으로 당대표에 올라 17대 총선을 지휘 예상을 넘는 121석을 획득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선거의 여왕답게 모든 선거에서 승리 강력한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도 보였다.

2012년 대선에선 51%넘는 과반득표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 후 취임식 때 박 대통령 취임사가 아직도 내 귓전을 울린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으로써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오천만 국민 앞에 선서하던 박 대통령의 모습이 생생하다. 대통령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파면을 당하다니 이일을 어쩌랴.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서 고시를 통과하고 박사 학위 받은 인재들이 최순실 같은 사람이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서 국정을 농단하도록 왜 방치했느냐다. 어이없는 사단(事端)이다.

대통령을 기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면서도 어느 누구 자리를 내걸고 직언한 충신 하나 없었다니 어디 간신 역적들만 우글거렸든가. 대통령 보좌에 태만했던 참모들이나 그 많던 친박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망쳐 놓은 거나 다름없다. 칼날 퍼런 검찰이나 청와대 민정관은 녹봉은 챙기고 밥그릇만 비우는 “짓지 않는 개”와 다를 바 없다. 우리속담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말이 있다. 딱 그 짝이다.

말 많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얘기가 나왔으나 그때 마다 박 전 대통령은 같잖은 것들을 감싸 돌기만 했다. 인지상정이라지만 그런 게 싸여 온갖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원인의 시작이다. 다산의 목민심서에 “아첨 잘하는 자는 충성하지 못하고, 간쟁(諫爭)을 좋아하는 자는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속담에도 “사주에 없는 관(冠)을 쓰면 이마가 벗겨진다”는 말도 있다. 애초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준 게 탈이다. 중국 촉나라 제갈량 읍참마속(泣讖馬謖)하듯이 박 전 대통령도 질긴 인연들을 단칼에 내쳤으면 오늘의 치욕적인 모멸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일으켜 세운 나라에서 대를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업을 이루고자 했던 꿈이 백일몽에 그칠 줄 상상인들 했겠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래저래 지키기 힘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 같다. 지금 후회한들 어쩌겠나. 모두가 자업자득인데.

수개월이 지난 것도 아닌데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이 방영됐다.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지만, 구속하는 것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다. 하물며 박 전 대통령이 도망을 가겠나.

한때 전 직 대통령을 잡범 취급하듯 구속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 유·무죄를 떠나 지난 대선에서 51%의 국민이 뽑았던 대통령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을 증오하는 반대 세력에겐 수갑을 찬 모습에 미소 짓고, 환호하고 박수치며 속 시원해 할 지 몰라도 우리 민족의 도덕적 심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이목이 무섭고 두렵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불행을 기다렸다는 듯 다리 부러진 사자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처럼 박 전 대통령을 물고 뜯고 오만 잡스러운 공격을 다 한다. 교수, 평론가, 변호사, 의사들까지 종편 티브이에 쭉 출연해 대단한 특종이라도 터트리듯 기세가 가관이다. 대통령이 연애를 했느니, 미용 아줌마가 어떻고, 성형 시술이 어떻고, 태반 주사에 비아그라까지 들먹이니 이런 게 탄핵 감 뉴스라도 되는 냥. 대통령 사생활까지 억측과 카드라 풍문을 거리낌 없이 시시덕거리는 사람들 보기도 딱하고 민망스럽다. 진실과 거짓을 규명하는 진지한 담론이 아니라 소설 같은 잡담이다. 대통령도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다. 탄핵의 폭풍이 내 작은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나는 작가다. 작가는 글로 말하고 작품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탄핵 이후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다. 뭐가 뭔지 퍼즐이 맞지를 않는다. 정치와는 무관하게 박근혜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서 지지했던 마음의 허탈감인 듯하다. 심지어 보던 신문도 몇 달째 보지 않고 쌓아 두기만 했다. 대문짝만하게 찍힌 탄핵 활자체가 보기 싫어서다. 종편 채널은 아예 외면 한다.

탄핵소추안이 통과한 지난해 겨울부터 정유년 봄까지 몇몇 문예 단체로부터 작품 청탁을 받았으나 단 한 편의 원고도 보내지 못했다. 특히 가수로 활동 중인 친구의 작사 요청에도 매한가지다. 탄핵이란 날 벼락에 정신적 붕괴로 지금도 가슴앓이 중이다. 금쪽같은 반년세월을 멍청하게 보냈다.

올해는 붉은 닭 해, 정유년이다. 붉은 닭은 금계(錦鷄)를 뜻한다. 점쟁이 말에 목매지는 않지만 붉은 닭 해는 나라의 운도 좋다 든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도 좋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여차하면 잘 못 만난 운명 탓하며 살게 된다면 너무 가혹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볼 때 분노가 오른다. 촛불시위에 놀란 한때의 친박, 탈박의원들이 지레 겁을 먹고 탄핵을 주동하여 찬성표를 던졌다. 주군을 능멸하다 못해 주군의 등에다 칼까지 꽂아서야 되겠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총선 때마다 전국을 돌며 동료 의원들의 당선을 위해 유세를 다녔다. 박 전 대통령 덕에 수차례 금배지 달고 높은 자리까지 꿰찼던 사람들이 탄핵에 주동적으로 가담한 것은 시정잡배도 안하는 짓이다.

친박이란 사람들이 새로운 권력에 눈치 보고 혹여 다칠세라 옛날 주군의 외로운 고행도 외면한 채 납작 엎드려 있다.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김수영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다. 옳고 그름 이전에 도리나 예의에도 어긋난다.

비록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조사는 받지만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는 죄인도 아닌데 불구속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한다고 고위층을 향해 일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다. 의리도 없는 사람들이다. 기대했던 마음 허망하다. 그런 의리 없는 자들에게 둘러싸였던 게 박근혜 전 대통령 불행의 시작인가 싶다. 박 전 대통령이 언젠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석상에서 “배신의 정치를 꼭 심판해 달라”든 말이 불행을 예감한 독백처럼 들린다. 배신자란 비굴한자의 딱지다.

정유년의 잔인했던 봄이 왔다가 떠난 지 오래인 것 같다. 오월 붉은 장미에 눈길 한번 못 맞추고 어느새 한 여름 폭염 속에 있다. 나도 이제 절박감에서 헤어나 하얀 여백에 다시 글을 써야겠다.

황성창 시인
재부군위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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