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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보 작가 |
ⓒ N군위신문 |
자생란이 돈이 된다는 일로 인하여, 그것도 큰돈이 된다는 사실로 인하여 인간성의 한 귀퉁이가 오염되어 가는 일들을 목도(目睹)하거나 자주 듣게 되었다.
맑은 시냇물에 귀를 씻고픈 지저분한 얘기들인지라 들먹이고 싶지도 않지만, 속에 담아 두기엔 너무 거북할 뿐만 아니라, 자꾸만 신트림이 올라오기에 한번 옮겨 보기로 한다.
지금부터 4년 전 전남 곡성군 백아산에서의 일이다.
K선생은 모처럼 산반(散斑)를 만났다. 그것도 여남 촉이나 되는 큰 포기였기에 너무 기쁜 나머지 ‘산반!’ 하고 냅다 고함을 치고는 난 주위에 있는 낙엽을 말끔히 긁어내었다.
그리고선 돌아서서 배낭속의 피켓을 끄집어내고 보니, 어느 사이에 난이 보이지 않았다.
배낭을 여닫은 시간이 길어야 3~4분 정도였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고개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G선생이 문제의 난을 캐들고는 싱글벙글 하고 있었다.
‘산반’이란 고함소리를 듣고는 달려 왔다는 것으로,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K씨는 소리 질러 기분 좋고, 나는 캐어서 기분 좋고” 하면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너울지게 어깨 짓까지 했다.
난을 돌려 달라 했으나, 자기가 캤다면서 돌려주기는커녕 배낭 속에 챙기는 것이었다.
K선생은 G선생이 장난을 하는 줄 알았다.
집합시간이 되어 봉고차에 모인 일행들은 신바람이 난 G선생의 ‘소리 질러 좋고, 캐어서 좋고’ 하는 얘기를 듣고는, ‘좋은 일은 나눌수록 기쁨이 커지는 법’이라고 멋모르고 맞장구를 쳤다. 그때까지도 K선생은 장난하는 줄로만 알았다.
서울로 향하는 차속에서도 G선생은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휴게소에서 G선생이 내는 장원 턱을 얻어먹으면서도 K선생은 장난이 계속 되는 줄 알았다.
서울에 도착하면 돌려주겠거니 하고 느긋하게 생각했다.
서울에 도착 후 돌려줄 줄 알았던 난은 끝내 G선생의 배낭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K선생은 빈손으로 귀가 길에 오르면서 그때서야 장난이 아님을 알았다.
그리고선 빈 배낭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난을 잃은 허전함보다도 사람을 잃은 슬픔이 빈 배낭을 차고 넘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그 후 산책길에서나, 난가게에서나, 전시장에서 G선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글쓴이: 이성보
-저서 : 「난향이 머무는 곳에도」,「석향에 취한 오후」, 「난에게 길을 물어」,「세상인심과 사람의 향기」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