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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먼저 캔 놈이 임자

admin 기자 입력 2017.11.05 21:36 수정 2017.11.05 09:36

난과 돌의 美學… 이성보 작가 에세이 연재

↑↑ 이성보 작가
ⓒ N군위신문
물장수 3년에 엉덩이짓만 늘고, 돌 장사 3년에 짱돌만 남고, 난 장사 3년에 민춘란만 남았다고 하더니, Y선생은 산채 5년에 푸념만 늘었다고 넋두리가 대단하다. 휴일마다 산채 길에 나섰건만 꿈에도 그리는 중투를 아직까지 1촉도 만나지 못하였으니 푸념이 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노래를 불러대는 중투는 참으로 알현(謁見)하기가 어렵다. 어떤 이는 지친 나머지 중투가 비싼 게 당연하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산채 도중 그러한 중투를 만나면 ‘뿅’ 간다. 귀하고 귀하다는 숫처녀를 만난 것 보다 더한 기쁨이 출렁거리어 희열은 환희의 절정을 이룬다. 넘친 환희로 미쳐 날뛰는 사이에 남이 그 중투를 날름 캐 갔다고 한다면….

수 년 전 장상에서의 일이다.
D시에 사는 젊은 층의 산채꾼들이 서삼면으로 산채를 갔다.
뿔뿔이 산속으로 흩어졌는데, 얼마 후에 ‘중투, 중투’ 하고 숨 넘어 가는 고함소리가 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행들은 ‘중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숨을 학학 몰아쉬며 부리나케 달려가는 도중(남보다 빨리 가면 행여 백벌브라도 얻을까 하여) 이번에는 ‘이이구 나 죽는다’는 비명 소리를 듣고는 다들 영문을 몰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좋아서 질러대는 ‘나 죽는다.’가 아닌 처절한 비명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리 나는 현장에 도착한 일행들은 상처 난 손을 붙들고 울부짖는 L선생으로부터 손을 다친 사연을 듣고는 난을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빠져 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L선생이 손을 다친 사연은 이러했다.
난생 처음 중투를 발견하고는 흥분한 나머지 땅바닥에 꿇어 앉아 난을 들여다보며, ‘중투, 중투’ 하고 고함을 치고 있는 사이에 일행 중 한 사람이 어깨너머로 휴대용 곡괭이를 휘둘러 ‘먼저 캐는 놈이 임자’ 라고 하면서 난을 파 가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써 곡괭이를 휘둘러 난을 파면서 땅바닥에 대고 있던 손에 상처까지 입혔다는 것이다.

중투를 만나 제정신이 아닌 사람에게 날벼락도 유분수지, 난은 고사하고 손에 상처까지 입혔으니, 당사자는 얼마나 놀랐겠으며, 그 충격이 어떠했는지는 보지 않았어도 짐작이 간다.

하기야 가판 신문은 먼저 사는 놈이 임자며, 처녀와 산중 과일은 먼저 따먹는 놈이 임자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진작 난을 발견한 사람이 임자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수석(壽石)을 찾는 탐석(探石)에서 쓸 만한 돌을 발견하면 침을 발라 두기만 해도 남이 손을 대지 않으며, 두 사람이 나란히 걷다가 동시에 돌을 발견했을 때, 조금이라도 돌에 손이 먼저 닿은 사람이 임자가 되는 것은 그 방면의 불문율이다.

난이 무언지, 아니 그 놈의 돈 때문에 아까운 사람들을 많이 못 쓰게 버려 놓았다.
견분(犬糞)같은 얘기를 듣는 순간 귀를 막고 싶었으며, 사실이 아니고, 누가 꾸며 낸 얘기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군자라 칭하는 난을 하는 사람들이 행티 사납게 망나니짓을 하고 있음을 슬퍼 할 따름이다. 그 같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신음 같은 한숨을 깨물었다.
머나먼 난인(蘭人)의 길, 그 길의 종착점은 어디에 있는 지, 난곡(蘭谷)은 깊고 험하기만 하다.

▶글쓴이: 이성보
-저서 : 「난향이 머무는 곳에도」, 「석향에 취한 오후」, 「난에게 길을 물어」, 「세상인심과 사람의 향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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