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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춘수 원장 |
ⓒ N군위신문 |
저희나라란 말은 들을 때마다 듣기가 거북하고 부담스럽다. 저희라는 말은 약간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낮춤을 의미한다. 나라의 국격이 떨어지는 저희나라란 말은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도 사용하는 사람들 있다. 표현은 자유라 하지만, 말을 가려가며 쓸 줄 아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한다.
겨울 어느 일요일이었다. 마구간에서 거름을 치면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최고경영자들에게 강연하는 것 같았다. 경영에 관심이 있어 하던 일을 잠시 멈추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정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
그리고 매우 유익했다. 그러나 이따금 강연 도중 저희나라라고 하는 바람에 실망했다. 사회자가 강사 약력을 소개한다. 경제 산업 분야에 대해 저명하신 분이다. 더욱 실망했다. 일제 강점기 때 살아왔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생각했다.
일상 저희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되었다. 스스로 낮춤을 의미해도 유행어는 어쩔 수 없었다. 자동차를 정비하러 정비공장에 갔다. 정비기사들의 말투가 하나같이 똑같았다. 첫 마디가 저희가 라는 말로 시작한 것이다. 상스럽지가 않았다. 찌그러진 자동차들로 가득한 공장의 풍경을 이채롭게 했다. 왜 저희란 말을 쓰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이 단순했다. 유행어이잖아요 한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코미 더 언 이 서울말 흉내를 낸다면서 말끝을 올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 후 사람들은 농담 비슷하게 말할 때마다 말끝을 올려서 했다. 서울 말씨가 유행어처럼 깊은 산골까지 퍼졌다.
한 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간에 앵커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으로 선진국대열에 들어섰다고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엊그제만 했어도 굶주림에 시달리며 가난에 허덕이었던 우리나라가 아니었든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전자 정보기술에서 강국이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국내외 뉴스를 라디오에서 동시에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몇 해 전만 해도 뉴스를 들을 수 없는 난청 지대가 있어 불편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일 할 때나 드라이브할 때 즐겨 들을 수 있어 좋다. 특히나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삶의 질을 높여준다.
텔레비전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방글라데시 편인 것 같았다. 프로듀서가 열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에게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여자아이가 대답한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포기했다.” 한다. 코리아는 부자나라이기 때문에 가고 싶다.
거기 가면 학교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주어진 곳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일하고 벌고 해서 살아온 것이 전부였다. 잘 산다고 느껴본 적 한 번도 없었다. 우리나라가 잘 살고 부자나라라는 것도 저희라는 말처럼 유행어가 되어 이곳 방글라데시까지 전파되었던 같다.
비록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대국임을 자부한다. 장엄하고 섬세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앙코르와트, 바다 위에 수천 개의 섬이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하롱베이가 세계인들을 불러 모은다. 하나 부럽지 않다. 예술과 삶이 한 테 어우러진 불국사가 우리나라를 부국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도 일부 저명한 인사들은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서 버젓이 저희나라라 한다.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말인 것 같아 비통함을 느꼈다. 왜 우리나라라고 떳떳이 말 못하는지 의문이 생기고 고민했다. 고민 끝에 문화연대 성기지 학술위원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간추려 보았다.
우리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또한, 저희라는 말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한테 사용하는 말이다.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는 평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높임과 낮춤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만 저희나라로 사용하면서 스스로 낮춤을 말한다. 부끄럽고 치욕스럽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만, 회사를 지칭할 때 귀사(貴社) 폐사(弊社) 자사(自社) 당사(當社) 등으로 표현한다. 유별나게 폐사(弊社)란 말이 사라지고 저희회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을 본다.
세계 10대 강국이면서도 들을 때마다 듣기가 거북하고 부담스러운 저희나라란 말 왜 쓸까? 낮춤은 겸양의 미덕이라 했지만, 지나치면 교만이다. 라는 영국 격언 있다. 정정당당하게 우리나라라고 하면 떳떳하고 좋을 텐데 왜 못할까? 우리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 어디에 또 있으랴. 우리 집, 우리 가족, 우리 마을, 우리나라, 우리 민족 우리 겨레 이 얼마나 듣기 좋고 아름다운 말인가.
대구가축병원 원장 권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