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대구 한국일보 권성우 기자 |
ⓒ N군위신문 |
‘신과 함께’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히어로물처럼 국적과 나이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상과 이야기로 꽉꽉 채운 결과일 것입니다.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에피소드는 모두 옛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죽음 너머의 세계는 고대로부터 큰 궁금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였고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빚어졌습니다. 이를 현대화해서 영상으로 만든 것이 ‘신과 함께’가 아닐까 합니다.
옛 이야기는 가장 든든한 보물주머니입니다. 그 속에서 발견한 스토리와 아이디어는 영화와 드라마, 게임은 물론이고 다양한 상품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만드는데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북 군위에는 한반도에서 탄생한 가장 훌륭한 이야기보따리가 하나 있습니다.
일연(1206~1289) 스님이 쓴 ‘삼국유사’입니다. 우선 그 탄생 시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원나라가 고려를 괴롭히던 시대, 스님은 타국의 침략으로 고초를 겪는 백성들에게 뿌리를 재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정체성을 잊지 않는 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민족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삼국유사’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삼국유사’에는 ‘신과 함께’에 내포된 옛 이야기들처럼 매력적인 콘텐츠들이 즐비합니다. 이를테면, ‘삼국유사’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호랑이가 등장합니다.
단군신화에선 인내심이 부족한 짐승으로 묘사되지만 다른 대목에서는 건달, 유모, 혹은 연인으로 등장합니다. 알천공이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소에 나타나 으르렁댔다는 호랑이는 건달을 연상시킵니다. 어떤 호랑이는 견훤에게 젖을 먹였고, 암컷 호랑이 하나는 여인으로 변신해 김현이라는 신라 남자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언젠가는 영화로, 드라마로, 또 뮤지컬로 재탄생활 훌륭한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일연도 알고 ‘삼국유사’도 달달 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안의 내용은 잘 모릅니다. 게다가 일연과 ‘삼국유사’까지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군위까지 생각이 이어지는 국민이 몇 퍼센트나 될지 궁금합니다. 그만큼 ‘삼국유사’와 군위가 단짝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삼국유사’는 폭압적인 세계화에 맞서기 위한 위대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역량으로 반격을 시작해야 할 시기입니다. 한국이 가진 문화적 역량으로 ‘삼국유사’의 풍부한 콘텐츠를 세계에 드러내야 할 때입니다.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반격입니다.
한 국가에는 다양한 자원이 있습니다. 석유나 석탄 같은 지하자원을 비롯해 사람을 일컫는 ‘근본자원’도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문화 근본자원’이라는 용어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위는 한반도가 생산한 ‘문화 근본자원’ 중 가장 멋진 원석 하나를 탄생시킨 곳입니다. 이 문화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은 지역민의 자부심을 북돋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문화에 가장 알차게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연 하면 군위, 군위 하면 삼국유사가 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연계해 ‘삼국유사’ 속의 풍부한 이야기들을 현대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때마침 올해 초 보물 제186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 권1~2’이 추가로 국보 지정이 예고되었습니다.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기세를 몰아붙여 삼국유사 속의 콘텐츠들이 ‘신과 함께’처럼, 군위와 함께 세계인들을 매혹시키는 한류 영화와 뮤지컬, 드라마로 빚어지길 고대합니다.
대구 한국일보 권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