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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세월도 멈춰선 곳

admin 기자 입력 2018.07.03 22:44 수정 2018.07.03 10:44

↑↑ 황성창 회장
ⓒ N군위신문
과거는 잊어지지 않았고, 6.25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푸른 유월, 봄기운으로 생명을 틔운 풀꽃들이 녹색 빛 짙어지는 유월이 닥아 오면 아프고 처참했던 기억들이 가슴을 할퀸다.

달력을 넘기면 속울음으로 서러움을 달래야하는 붉게 표시한 현충일이 있고, 맨 끝줄에 6.25전쟁을 상기시키는 울분의 그날을 참을 수도 잊을 수도 못할 한국전쟁일이 흑백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는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유엔공원묘지가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영원한 안식처다.

유엔군 전사자의 매장을 위해 한국이 토지를 유엔에 영구히 기증하고 유엔총회에서 결의문으로 채택, 이를 유엔군 사령부가 유엔공원묘지로 조성한 세계유일의 성역화 된 유엔군 묘지다.

6.25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은 개전 초부터 그 후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전투, 파도처럼 밀려드는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너무나 유명한 장진호전투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당했다.

그 와중에도 미군과 한국군은 물론 민간 피난민 십만여 명을 철수시킨 흥남대철수작전은 비록 세계전사에는 길이 빛난 전투작전으로 기록되었으나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다.

유엔 회원국으로 참전한 21개국 유엔군전사자 만천구의 유해가 유엔묘지에 봉안 중 그간 유해의 일부가 생전에 그리워하던 그들의 조국으로 귀환 이장되었다. 지금은 끝까지 유엔묘지에 안장되기를 염원한 열 한나라에 이천삼백 구의 젊은 영혼이 고이 잠들어 있다.

묘비 석에 스치는 바람소리도 가슴 후비는 흐느낌으로 들려, 흘러가는 세월도 지나가던 바람도 차마 흘러가지 못해 멈춰버린 적막한 공간이다.

유엔묘지에 안장된 영령들의 참전 당시의 연령들이 사자후를 토할 약관의 꽃다운 젊은 나이에 생소한 나라 전쟁터에서 스러져 가슴 치며 통곡하는 안타까운 절규가 지금도 들리 듯 귓가를 맴돈다.

피어나지 못한 채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꺾인 젊은이들의 묘소마다 영혼을 대하 듯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조용하고 아늑하고 양지바른 넓디넓은 공원묘지를 회양목과 무궁화로 아담하게 단장하고 경계수림으로 심은 구골나무와 가이즈카 향나무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는 젊은 영혼이 내뿜는 숨결은 잔잔한 물결 같기도 하다.

삶(綠)과 죽음(地)사이의 경계라는 뜻이 담긴 도은트 수水路를 지나 우리 정부가 조성한 유엔군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검은 대리석 명비名碑가 마치 군인들이 도열해 있듯 반듯하게 새겨져 있다.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전사자들이 젊디젊은 나이에 먼 타국 땅에서 고향에 두고 생이별한 엄마~를, 아버지~를 목매이도록 부르다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슬픈 이름들 하나하나 쓰다듬다 왈칵 눈물이 맺힌다. 과연 이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는지 하는 물음이 떠오른다.

여기에 묻힌 이들이 6.25전쟁에서 목숨을 바쳐가면서 남의 나라, 한국과 한국인의 생명과 재산,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도 여전히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아직도 남북관계는 대치중에 있다.
6.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전쟁폐허와 절망 속에서 탄식하던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 놀랍도록 발전 단기간에 세계 십위권의 경제대국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럼에도 나라의 안보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 전쟁이 나면 미국이 봐주겠지 하는 안보불감증 내지 안보 공짜 의식에 절어 지금까지 살아 왔다. 설마 북한이 또 남침이라도 하겠어, 오늘도 태평세월 두드리며 무상하게 살고 있다.

그런 반면에 북한은 핵무기가 없으면 자위력을 가질 수 없다며 핵과 미사일을 개발 시험 발사를 보란 듯이 펑펑 쏘아 올리고 배짱 좋게 실전 배치하고 있다. 또 서울을 향해 포문을 열어 둔 장사포로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거침없는 공격적 언행으로 걸핏하면 위협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대에 걸친 세습과정을 보면서 수령 절대주의라는 고질병에 걸린 전근대적인 체제의 폭력성과 야만적인 인권유린까지 일삼고 있다.

더욱이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도 북한의 실상이다.
무수한 젊은이가 하나뿐인 고귀한 생명을 6.25전쟁에 제물로 바치면서 지키려고 한 것이 고작 이런 현실은 아니지 않든가.

숱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실이 분명 젊은이들의 죽음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여기 누운 이들은 하나같이 전쟁은 결코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다.

더 이상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이제는 평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는 듯하다.

우리들의 몫은 영령들의 염원을 받들어 전쟁의 아픔을 딛고 넘어서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미꽃처럼 죽어간 젊은이들의 붉고 선연한 외침과 바라는 진실에 마음을 모을 때다.

푸르러 더욱 서러운 유월, 남북정상이 발표한 4.27일 판문점 선언의 내용이 공존공영과 자주통일, 핵의 완전한 제거, 전쟁위협의 실질적 해소, 평화통일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담았지 않았던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막혔던 남북이 대화로 소통하고 일단 평화로 모든 문제를 만약에 풀게 된다면 유엔공원묘지에 누운 젊은 영령들이 그때서야 고향과 같은 따뜻한 나라, 이역만리 한국의 땅, 유엔공원묘지에서 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황성창 / 부산연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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