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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백두대간 수목원

admin 기자 입력 2019.06.17 21:41 수정 2019.06.17 09:41

↑↑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초등 동기들이 만든 ‘일심회’가 있다. 어느 날 봉화 춘양에서 펜션을 경영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관광을 하러 오라는 초청을 받았다. 회원들은 초로의 나이임에도 기쁨에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한 회원은 젊었을 때부터 여행할 때마다 으레 집안일 때문에 갈 수 없다 하며 빠지고 했다. 사정사정하여 여행을 같이 다녀온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나마 못 이긴 척 슬그머니 나오면서 지껄이는 꼬락서니를 보면 가관이었다.

친구 성화에 못 이겨 부랴부랴 나왔다 하며 투덜거렸다. 그래서 어디 가려면 그 회원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이고 고민했다.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일말의 양심이 있었든지 오늘은 제 시각에 맞춰 부부 동반하여 한 사람 빠짐없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여행한다는 들뜬 기분에 장롱 깊숙이 넣어둔 옷을 꺼내 입고 화장한 얼굴로 한껏 멋 부리며 의젓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반기며 유심히 쳐다봤다. 의젓해서 의젓한 걸음이 아니 것 같았다다리 무릎관절 때문에 걸음을 옳게 걸을 수 없어 애써 걷는 걸음 같았다. 그 많은 세월 속에서 얼마나 고생하였기에 저토록 힘들어할까 지난날을 돌아보니서 가슴이 찡하고 뭉클했다.

30여 명 태운 버스는 미끄러지는 듯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얼마쯤 지나간 뒤 사무국장은 간식거리를 듬뿍 담은 시커먼 비늘 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하루 일정을 소개했다.

일련의 식순을 마치고 자유시간이 되었다. 회원들은 그동안 못 만났던 이야기로 버스 안은 갑자기 시끌벅적 해지기 시작했다.

농사와 자식 이야기 그리고 병원에 다녀온 일상 이야기로 벌집 쑤셔놓은 듯했다. 버스는 맑은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굽이굽이 돌아가는 고속도로를 바쁜 걸음으로 부지런히 달렸다.

차장 밖을 내다보면서 춘양은 봉화에서 깊은 산골에 있는 작은 읍으로 산세가 수려하고 선비정신이 깃든 예절의 고장이라고 생각하였다. 아마도 지금쯤은 아스콘 깔린 넓적한 도로와 맑은 물, 청량한 공기, 기름진 옥토, 국립 태백산 수목원으로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 태어나리라 조심스레 믿어본다. 나는 구불구불한 길 양편에 펼쳐진 빼어난 산맥과 풍광에 도취되어 정신을 잃었다.

어느 지점에 왔을까 여러 갈래 길에서 버스가 잠시 머뭇거리는 와중에도 나는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어깨를 맞대고 줄지어 앉아있는 모습에 내 눈 길을 뗄 수가 없었다.

어느새 버스 기사가 다 왔습니다. 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버스에 내리자 친구와 해설자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야트막한 봉우리를 품은 넓적한 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대지를 보고 눈이 고정되어 버렸다. 긴 여행에 피로도 잊은 채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기념관으로 들어가 보았다.

내부에 질서 정연하게 전시된 전경을 보고 가슴이 뿌듯해졌다. 깊고 깊은 산속에서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기념관이 우뚝 솟아 대지를 장악하는 듯 힘차게 뻗어 내린 힘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해설자는 수목원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며 길을 안내했다.
백두대간 수목원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1,400km 뻗어진 백두대간(白頭大幹) 중간 지점에서 소백산과 태백산이 갈라진 한가운데 있다.

수목원 면적은 5,179 헥타르로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이며 현재 62만 평 중점 조성 중이라 하며 관심을 보여 준다. 작년 2018년 5월에 개관해서 아직 미흡점 많지만 앞으로 수십 수백 년 지나면 훌륭한 수목원이 될 것이라는 야심 찬 설명에 귀감이 갔다.

춘양은 봄볕이 늦게 온다 하여 춘양이라 하듯 봄이 늦게 오는가 보다. 벌써 남부지방에는 꽃들이 만개하여 열매 맺을 준비 하느라 부산한데 여기는 아직도 봄이 온 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

부지런한 꽃들은 산골짝에서 얼음이 녹아내리는 청아한 물소리에 퍼붓는 잠에서 부스스 일어나 새봄맞이 옷을 챙겨 입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나마 화분에 핀 꽃들이 봄의 향기를 느끼게 해 주어 다행이었다.

우리 일행은 백두산 호랑이 생활환경을 보려고 방문자센터에서 트램(tram)을 타고 올라갔다. 구불구불한 길 따라 올라가는 길옆에는 온갖 나무들이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하늘을 찌르고 서 있었다.

그 속에서 뿜어내는 향긋한 냄새가 내 코 구멍을 실룩실룩거리게 하며 가만히 두지 않았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슴을 내밀어 청량음료 같은 맑은 공기를 허파에 마구 집어넣었다. 그럼에도 공짜라서 그런지 욕심대로 들어가지 않아 큰 비닐봉지를 가져왔더라면 하고 아쉬움만 남기고 또 올라갔다.
호랑이 있는데 까지 가는 길가에는 구경거리가 심심찮게 많았다. 수천 년 세월 속에서 모진 풍상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어 암석원이며 자작나무며, 이름 모른 꽃들이 눈길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진시왕 때 불로초라 하며 귀한 약초였던 ‘시로미 꽃’이 한 시대의 명성을 잃고 바위 틈새를 비비고 앉아 초라한 모습으로 우리를 인상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춘양은 보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과 종자를 후손에게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시드 볼트와 문화재용으로 사용하는 금강소나무 일명 「춘양목」 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아쉬웠다면, “국립 태백산 수목원”이 전국 주요 수목원 43개 명단에 올라가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대구가축병원 원장 권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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