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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비목(碑木)에 새겨진 병사의 한(恨) -2부

admin 기자 입력 2019.07.02 13:04 수정 2019.07.02 01:04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전호에 이어

아아, 우리 어찌 이날을 잊으랴. 오늘은 육이오 전쟁 69주년이다. 6.25전쟁 때 중공군의 개입만 없었어도 한반도 분단의 비극과 고통은 오래 전에 끝났을 것이다.

우리는 반세기 역사 속에서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 같은 수많은 외침을 당했으나 북한이 저지른 민족상잔은 6.25전쟁이 처음이다.

북한은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다. 전쟁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커녕 지금도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에 먹일 양식이 부족해 전 세계에 구걸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가역적不可逆的 핵무기는 계속 개발하고 걸핏하면 미사일을 탕탕 쏘아대면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군의 사격훈련과 관련 “남조선 괴뢰 군부 호전 광들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다가는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덧보태 ‘우리의 코앞에서 죽을지 모르고 함부로 까불어대고 있다’고도 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패륜悖倫 집단들이다. 가엽게도 하루살이 불나비들이 자기의 운명도 모른 채 ‘죽음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에 대해 “사상으로는 매우 고상하나 인류의 보통 관념으로는 가장 어리석은 물건”이라 했고,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자를 “조선시대 사대주의자 같다”고(태평양잡지 1925년 7월호)했다. “장자와 주자가 방귀를 뀌어도 향기롭다고 하던 자들을 비웃던 그 입과 혀로 ‘레닌의 방귀’는 단물이라도 핥듯 하니, 청년들이여 좀 정신을 차릴 지어다“(백범일지)고 그때도 얼치기 ‘사회주의 좌파’들을 질타했다.

이럼에도 3대에 걸친 공산주의 세습世襲 독재국가에 인도적 지원을 꺼내드는 정부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수령 절대주의라는 백두혈통 병에 걸린 독재체제의 폭력성과 인권유린을 일삼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란 가당찮은 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 1절 기념행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미국 전문가는 ‘음치音痴 같은 소리’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음치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혼자 엉뚱한 소리를 내는 사람을 뜻한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의 품격과 국익, 오천만 국민들의 자존심은 개골창으로 곤두박질하는 꼴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은 북한군이 우리 관광객을 사살한 북한 만행에 우리 정부가 취한 제재 조치다. 또 천안함 폭침으로 장병이 떼죽음을 당했는데도 북한은 일언반구 사과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병사들이 죽고 관광객이 비명횡사한 것을 없던 일로 만들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4.27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린다며 아무도 오지 않는 도보다리와 군사분계선 앞에서 행사도 했다. 윤이상 곡을 띄우고, 미국 첼로의 거장 린 하 델을 초청 연주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생중계까지 하고 있었다. 정작 북한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가운데 반쪽 행사로 끝난 걸 보면서 우리만 북한을 짝사랑하는 것 같아 안쓰럽고 창피스럽기도 했다.

최근에도 ‘최영함’ 입항 행사 도중 정박용 밧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해외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해군 병사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환영 나온 많은 사람들과 가족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순직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번에도 장례식장을 방문하지 않고 조화만 보냈다고 한다.

지난해 해병대 기동헬기 추락사고로 다섯 사람이나 순직했을 때도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추모식 참석은 병사의 죽음에 대한 국가 지도자의 예우가 아닐까. 항간에 소문대로라면 순국·순직한 용사에게 인색한 것은 북한을 자극할까 봐 눈치보고 그러는 건 아닌지 의심이들 정도다. 그런 생각으로 정부가 북이 싫어하는 일을 피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느 장병이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고 싶어 할까.

아무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불러 본들 북한의 일관된 작태를 볼 때 평화통일은 요원한 것 같다. 6.25전쟁에 꽃다운 나이에 참전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은 태산만큼 크다. 6.25발발 69주년을 맞이하여 호국 영령들의 희생정신과 그들이 이룬 위국헌신爲國獻身의 가치를 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평화를 원 하거 던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은 유명한 고대 로마의 격언이다. 누군들 전쟁을 원 하겠는가. 전쟁을 가장 두려워 할 사람들은 군인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 군인으로써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기에 전쟁 발발의 근원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러나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와 불퇴전의 용기가 없으면 평화는 지켜지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였던 미국과 북한의 두 원수元首가 싱가포르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 역사적 변혁기에 현충원이나 이름 모를 산하에 묻혀 있는 병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처럼 불행한 민족은 없다”고 했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고귀한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 좋은 세상에서 풍요를 누리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겠나. 그들이 목숨과 맞바꾼 대의大義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는 국군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병사들이 남긴 미완의 대업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6.25전쟁 실종자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전쟁포로의 귀환을 고대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용기와 온갖 고초를 감내하며 싸웠던 당신의 충렬忠烈을 어찌 잊으랴. 비목이여! 물망초 꽃말처럼 당신을 오래오래 잊지 않을 것이다.

황성창 시인 / 연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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