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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낙엽 떨어지니 가을이 지나간다

admin 기자 입력 2019.12.04 15:40 수정 2019.12.04 03:40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오늘, 겨울의 길목 입동이다.
입추가 들고 한로 거쳐 상강 지나니 금년 가을도 저무는가 싶다.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빛깔로 물든 단풍잎이 무더운 여름동안 잠자고 있던 여행의 본능을 깨우기 시작한다.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어올수록 연인은 더욱 가까워지고, 외로운 사람들의 옆구리가 시려오는 계절이 지금인가 싶다.

#1. 2019년 10월 6일 오늘은 의흥 사람들이 뭉쳐 가을관광을 떠나는 날이다.
아등바등하던 어제의 온갖 시름 내려놓고 만면에 웃음꽃 활짝 피운 얼굴로 모여들었다.

출발시간에 맞춰 승차한 인원을 점검하던 서귀향·박근배 두 총무가 점검을 마치자 승무원에게 오라이~발차신호를 기분 좋게 보낸다. 버스가 부산-대구고속도로를 진입하자 박정목 의흥향우회 회장은 오늘은 회원들의 단합과 침묵을 위해 마련한 관광이니만큼 준비한 음식을 많이 드시고 멋지게 즐기자는 인사말을 하는데 어느새 차는 서서히 군위 삼국유사휴게소로 접어들었다.

잠시의 휴식을 끝낸 차가 목적지를 향해 속도를 내자 마이크를 잡은 총무가 지금부터 도착 때까지 오락프로로 진행하겠다고 하더니 찰랑찰랑한 술잔을 한 순배 착착 돌리기 시작한다. 이어 차내 통로를 무대로 회원들에게 신명나는 트로트 곡 위주로 18번곡을 신청 받는다.

음향효과를 적당히 높여놓고 꺾고 재끼고 부르니 아침술에 취흥이 파도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차는 속리산휴게소에 천천히 들어섰다.

잠시 후 휴게소를 출발했다. 얼마가지 않아 청주·상주고속도로 청주 분기점 문의IC를 빠져 문의문화재단지에 10시50분경 도착했다. 문화단지 매표소를 통과 잠시 문화해설사의 안내 말을 듣고 우리는 각자 자유롭게 유적을 살펴보기로 했다.

청주 문의지역은 금강의 본류가 흐르고 오래전부터 사람이 정착하여 살던 지역으로 많은 유적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충북 유형문화재 제49호인 문산관은 현종7년에 세워진 문의현의 객사로 조선중기 지방관아의 대표적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역사와 삶의 숨결이 숨 쉬는 문의문화재 탐사를 끝으로 점심을 예약한 ‘아리랑’식당으로 향했다.

점심메뉴로 불고기전골과 구수한 청국장찌개 정식차림이다. 신선초 산채나물에 반주를 곁들이며 한 시간 가령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내고 청남대를 향해 출발했다.

대청호반에 자리 잡은 청남대 진입로에는 수백여 그루의 가로수에 곱게 물든 단풍은 가을을 금색 수를 놓은 듯 찬란하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공식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60여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초지에 자리한 청남대는 10여만 그루의 나무와 수 백 만 본의 야생화가 빚어낸 자연의 풍광은 청남대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역대 대통령 열 분의 동상을 대통령 길 입구에 조형물로 설치되었으나 애석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길과 동상이 빠지고 없으니 어쩐지 씁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청남대 일원을 둘려보고 오후 3시경 부산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차중에서 남은 음식과 술로 주거니 받다말고 쾅쾅 울리는 디스코 리듬에 맞춰 거대한 덩어리로 엉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情景)인가.

회호리치는 신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저녁 8시경 부산에 무사히 도착했다.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챙겨들고 석별의 정을 손짓 흔들며 헤어졌다. 웃음으로 즐겁게 보낸 10월6일은, 여든한 번째를 맞이한 나 혼자만의 생일날이다. ‘생일날 잘 먹으려고 이레를 굶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오늘 하루 잘 먹으려고 이레를 굶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나에게 가슴 속으로 영원히 기억될 멋진 하루다.

#2. 올가을 두 번째 가는 여행길이다. 2019년 10월 26일 재부군위군향우회 회원 40여명이 단합대회를 겸한 뜻 깊은 관광여행이다. 목적지는 소백산 자락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 그리고 우리들의 고향, 군위를 찾아가는 나들이다.

막 출발하려는데 군위군향우회 회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던 홍완표 고문이 왔다. 여행에 동행하진 못하지만, 대신해서 부인을 참여 하도록 했으니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인사말과 두둑하게 찬조금도 희사했다.

우리는 박수로 화답하고 아침7시 동래지하철역에서 출발해 부산·대구고속도로를 향해 달렸다.

버스가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사공 호 사무국장의 사회로 최철이 회장은 고향선후배끼리 정 주고 사랑받는 즐거운 하루를 보내자는 인사말이 있었다.

이어 장영주 직전회장은 최철이 회장을 중심으로 향우회의 발전을 위해 단합을 강조하는 격려사도 있었다.

또 자문위원으로 있는 나에게도 덕담을 요청해 인사말 대신 고향을 그리워하는 졸시 ‘고향’을 낭송하여 덕담으로 가름했다. 그러는 사이 차는 군위삼국유사휴게소에 휴식을 위해 들어섰다.

휴식이 끝나자 곧장 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향우회 사무국장이 진행하던 사회를 하기호 재무이사가 넘겨받아 차분하게 이어갔다.

사공 국장이나 재무이사 모두 향우회 후배들이지만 열정적이고 첫 인상이 젠틀맨 십한 인물들이다. 특히 재무이사는 여러 종류의 선물용품 한 박스를 관광행사를 빛내기 위해 기증했다. 단 퀴즈놀이에 정답을 맞히는 분에게 난이도에 따라 선물을 나눠줬다. 나도 퀴즈놀이에 정답을 맞혀 골프공 한 박스를 받았다.

퀴즈놀이가 끝나갈 무렵 차창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입구 표지판이 보이고 곧장 풍기 IC도 통과했다.

부산을 출발한지 3시간만이다. 조선시대 지성의 요람이자 성리학 발전의 중심지영주를 찾으니 공연히 설렌다. 풍기는 ‘정감록’에 기록된 10승지 중 한곳이다.

조선시대 난세를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곳으로 풍기 금계촌을 첫 번째로 꼽았다.
풍기인삼은 풍기를 대표하는 특산품이자 세계 속에 고려인삼으로도 유명하다. 10시40분쯤에 도착한 부석사 주차장은 이미 초만원이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고 온 차들인지 놀랍기만 했다.

일행은 하차하자 기념촬영을 하고 부석사를 각자 두루 살펴보기로 하고 삼삼오오 흩어졌다.
부석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화엄의 가르침을 펴던 부석사를 보기 위해 나는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거쳐 가파른 돌계단을 밟고 때론 허리 굽혀 계단을 짚으며 숨차 헉헉거리며 힘겹게 올라갔다.

하늘 아래 펼쳐진 단풍을 보면서 세속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 보냈다.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18호)은 기둥 하나, 문창살 하나에도 천년의 세월이 살아 숨 쉬며 영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바(娑婆)세계의 극락이다.

부석사 경내를 살펴보고 낮 12시경 일행은 소수(紹修)서원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는데 요즘 조국으로 유명해진 동양대학교 광고간판을 봤을 때 파이팅 하라고 격려해 주고 싶었다.

소수서원은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성리학을 들여온 회헌 안향선생을 기려 백운동서원으로 세웠던 것을 1550년 퇴계 이황이 조정에 건의해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은 유서 깊은 서원이다.

한국의 교육전통을 상징하는 서원문화를 본 후 점심 먹을 식당을 향했다.
예약된 식당은 같은 점심시간대에 관광객이 집중되어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곧장 차린 점심상은 메밀묵을 재료로 한 내 소싯적 좋아해 먹던 묵밥으로 차려졌다.

가늘게 썬 묵에 뻘겋게 무친 무채에 깨를 살짝 뿌리고, 육수에 다진 양념간장, 참기름 몇 방울, 구운 김 등으로 고명을 얹었으니 별미 중에 별미다.

또 부석 콩으로 만든 두부 한 모에 청국장찌개, 돼지수육과 맵싸한 김치를 곁들어 먹는 맛은 옛날 고향에서 먹던 묵, 바로 그 맛이다. 못 잊을 식당을 뒤로하고 오후 2시경 우리들의 고향 군위를 향해 차는 빠르게 속도를 낸다.

가는 도중 안동휴게소에 잠시 쉬었다가 오후 3시 반경 군위 IC에 도착 군위신문사 사공사장의 안내로 막바지 공사 중인 삼국유사테마파크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을 군위군 최익찬 총무과장과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설치물에 대한 설명도 세세하게 해줬다. 고향 군위는 저 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 소멸위험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시군 중 첫 번째로 꼽힌다.

그러니 주민 이탈을 방지하고 젊은 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삼국유사테마파크 공원 사업 등 지역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지방소멸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군위군의 정책과 자구책에 애쓰는 김영만 군수와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주요코스를 한 바퀴 돌았을 즈음 김영만 군수가 토요일 바쁜 시간에도 짬을 내 우리 일행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삼국유사테마파크가 개장되면 관람객들에게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문화공간이 군위의 문화를 알리고 관광산업에도 기여하리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덧붙여서 부산향우인 여러분도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군수의 인사말을 끝으로 서산으로 기우는 해를 등지고 테마파크를 벗어났다.

부산 귀환 길에 화수 ‘엄마손 칼국수 집’에서 칼칼한 칼국수 한 그릇에 파 부침개와 막걸리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든든히 먹은 후 부산으로 오는 차중에 최철이 회장은 헤어짐이 아쉬운지 회원들 일일이 하루의 소감을 재치 넘치는 문답으로 유도해 많이 웃기도 했다.

추억으로 남을 여행을 가득 담고 하차준비를 하는데 관광기념으로 고향농산물 사과 한 박스에 토마토에 여타 선물 등을 한 아름 듬뿍 줘 고맙기만 하다. 재부군위군향우회 회원들이여! 서로를 위해 힘차게 파이팅하자고!

황성창 시인
연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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