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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경자년 운세

admin 기자 입력 2020.02.18 14:57 수정 2020.02.18 02:57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경자년도 어느새 시샘 달 중순이다. 경자년은 흰쥐의 해다.
흰쥐는 쥐 중에도 우두머리 왕 쥐라고 한다. 쥐는 다산과 풍요, 재물의 상징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민첩하고 영리한 동물로 인식해 왔다. 조그마한 동물이지만,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도움을 주는 큰일을 해내고 있다.

해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쥐는 죽어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생명에 대한 많은 실험 데이터를 남긴다.’고 한다.

나이 팔십 줄에 들어서도 젊은이 못지않게 새해 들면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처럼 설레지는 마음을 어찌 주체하랴. 재물의 상징처럼 여기는 쥐띠 해 운세는 어쩔지 습관처럼 내 운세를 봤다.

‘옆집이 장에 간다고 거름지게 지고 덩달아 나서는 짓은 마라. 상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편안해진다.

계획을 잘 세웠더라도 외부 상황이 어려울 땐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융통성을 발휘하되 원칙을 고수하면서 가라.

머리는 숙이고 몸을 낮추면서 가다보면 대세는 어느새 나를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다.’ 설렁하면서도 모범 답안지 같은 금년 운세다. 다 부질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운명을 붙들고 되묻는다.

지난해는 운수가 좋았던지 내 다이어리를 뒤져봤다. 어떤 건 이루어졌고, 어떤 건 지금도 진행 중이고, 어떤 건 아예 시작해 보지도 못한 것들이 시무룩하게 쳐 박혀 있다.

시간은 느리지만 끝내 꽃은 피울 것이고, 나무는 커서 커다란 그늘을 만들 것이다. 그러니 당장 이루어진 게 성공이고, 이루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노력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게 있었다면 큰 위안으로 삼고 싶다.
사람들은 계획을 세울 때 삶을 오직 직선형 직진으로, 단계별로 올라가는 사다리처럼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획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평범하고 소박한 소망으로 가슴에 담았으면 좋겠다. 인생이란 일약천금을 꿈꾸는 복권이 아니지 않든가.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잘 가꿔야 가을에 튼실한 열매를 거드는 게 자연의 순리가 아니겠나 싶다.

올겨울은 유난히도 온화한 날씨가 계속됐다. 우리나라 겨울철은 삼한사온의 날씨가 오랜 세월 순환의 규칙에 맞춰져왔다.

그 리듬이 깨지면 문제가 생긴다. 이상 난동 탓에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아 강원도 화천에서는 얼음낚시축제가 큰 차질을 빚었다는 뉴스도 들렸다.

속담에 ‘겨울 날씨가 추워야 여름에 질병이 없다.’고 했는데 시린 바람조차 휘몰아치지 않아 선지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와 지난달 1월 20일에 발생한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만 이 땅에 가득하다.

지난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서 올봄도 봄 같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입춘 지나니 봄 하늘은 언제나 구름을 끌어안고 바람 위를 유유히 지나간다. 봄의 따뜻한 기척에 하루를 열고 봄밤의 아늑함 속에 날이 저무는 봄날이 우리 곁에 닥아 오고 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라는 노래가 있지만, 과연 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얼마 전에 봄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었다.

따뜻한 날씨에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는 홍매화와 노란 영춘화가 자웅을 겨루듯 티격대격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의 길목에 들어섰다.

하지만 겨울과 봄의 자리바꿈을 알려 주는 건 여전히 ‘복수초’인 것 같다.
이른 봄 얼음 사이에서 피어난다고 해서 ‘얼음새꽃’으로도 부른다. 복과 건강을 바라는 뜻도 담겨 있어 행복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긴다.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올 한해를 힘차게 뛸 준비를 일깨워주는 복수초의 생존력과 희망의 에너지가 눈앞에서 새롭게 느껴진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매일 매일이 좋다는 뜻일 테다. 매일이 소중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이 봄은 꽃을 피워서, 여름은 녹음방초(綠陰芳草) 우거지고, 가을엔 단풍이 지천이고, 겨울은 추워서 좋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삼백예순날 날 세우며 팔십 평생 이 나이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안거낙업(安居樂業)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머물면서 글쓰기를 직업처럼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간절한 다짐으로 올봄의 정중앙을 관통하고 싶은 마음이다.

금년 운세에 맞게 나를 대하는 자세는 낮추면서 남 한데는 친절하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마음으로.

황성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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