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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admin 기자 입력 2020.03.17 23:52 수정 2020.03.17 11:52

↑↑ 권춘수 원장
ⓒ N군위신문
2020年(更子年) 봄은 유난히도 차갑고 쌀쌀하다. 입춘 우수 경칩이 지났는데도 봄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화신도 들을 수 없고 개구리 한 마리도 구경할 수 없다.
봄은 포근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만 아닌 것 같다. 때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서운 황소처럼 대어 들 때도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무서운 괴질 코로나19가 전국을 융단 폭격하듯 퍼붓는다.
사람들은 소리 없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코로나 확산으로 세상은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봄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쓸어내리는 가슴을 안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왜인지 올봄은 불퉁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렸다. 겨울이 물러가면 으레 봄이 오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일까.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 왔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봄이 오가고 했다. 그런데도 올해의 봄은 유난히도 까칠하고 화가 잔뜩 난 것 같다.

코로나19라는 무서운 무기로 생각지도 못한 재앙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의 마음을 옥죄고 있다.

생각다 못해 코로나바이러스에 얽힌 사연을 들여다보았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중국 리원량 의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2019년 12월 30일 우한 폐렴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본인이 2월 1일 우한 폐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2월 6일 5일 만에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여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주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의 죽음은 너무나 애석하고 안타까웠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였을 때였다. 우리나라는 괜찮겠지 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방심이 화를 불러일으켰다.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가 봄바람 타고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조금 쉬었다가 금방 떠나가겠지 하면서 뭉그적댔다.

코로나19가 점차 확산하자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며칠 있으며 설 명절이 다가온다. 부모들은 객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설 쇠로 고향에 오지 말라고 주의를 했다. 바이러스와 전쟁한 지가 벌써 45일째였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다며 하늘길을 막아버렸다.
정부의 끊임없는 외교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반응은 싸늘하고 냉랭했다. 우방 국가들도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하루아침에 얼굴을 돌려 버렸다. 세상은 참으로 무섭고 혹독했다. 위로는 하지 못 할지언정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참담한 현실에 억장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호주의 원칙이란 것을 지키며 이웃과 친숙히 지내오지 않았던가?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고정해 버렸다.

코로나19사태로 빚어진 생활고는 전쟁보다 더욱더 가혹하다. 전쟁은 총탄을 피하면 살 수 있고 또 사람도 만날 수 있다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사람을 만날 수도 바이러스를 잡을 마땅한 무기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멀쩡하든 사람이 바이러스에 시달리다 못해 한 사람 두 사람 들것에 실려 나간다.

가족들의 애끊는 울음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간다.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두 눈을 뜨고 차마 볼 수 없다.

학생들은 새 학기가 되었어도 등교할 수 없다.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으며 월세를 주어야 하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리며 아우성을 친다. 분주하던 길거리는 아무도 살지 않은 휑한 거리로 바뀌었다. 가랑개미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식당은 손님 하나 없어 문을 걸어 잠갔고 곳곳마다 폐업이란 글자가 유리문을 도배해 놓았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여도 확진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사망자 수도 하나둘씩 늘어난다. 체력의 한계를 못 이긴 의사는 녹초가 되고 환자를 치료할 병실은 부족하고 치료는 늦어지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19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전국으로 더 확산하였다.
정부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가지 말라, 손을 30초 동안 깨끗이 씻어라, 마스크를 쓰라고 하며 예방 활동을 한다.

예방 수칙 따라 마스크를 쓰고 다녔지만, 얼마 안 되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마스크 하나 사려고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몇 시간 줄을 서야 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자 세계 굴지의 의료 선진국이면서도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인가 생각하니 한심하고 자괴감마저 든다.

국민들의 원망 소리가 들끓는다. 자국민도 쓸 것 없는데 왜 남의 나라에 퍼 주느냐? 자국민은 사람이 아닌가 하며 퉁명스럽게 말을 마구 쏟아 낸다.

마스크 하나 사려고 꼭두새벽에 나와서 5∼6시간 걸려도 못 사고 돌아가는 사람 얼마나 많은가? 모두가 불만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불만을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국민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보듬어줄 줄 아는 그러한 정책을 국민은 바란다.

마스크 대란으로 정부와 정치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습에 이젠 국민들은 환멸을 느낀다. 잘했다 못했다 따질 때가 아니다. 정국이 평정을 되찾으면 얼마든지 따질 수 있다. 우리는 함께 걸어가야 할 운명과 숙명을 걸머지고 있다.

존 F, 케네디의 취임 연설문 한 대목이 기억난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물으십시오.라고 했다. 코로나 19사태로 일어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힘을 한데 모으는 길밖에 없다.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는 국민을 섬길 줄 아는 그런 융합정책만이 우리들의 살길이다. 정쟁을 멈추고 하루빨리 평정을 되찾아 차갑고 쌀쌀한 봄을 물 건너 떠나보내고 꽃 피고 새우는 화창한 봄을 가져다주기를 국민은 소망한다.

대구가축병원 권춘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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