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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잔인한 계절, 4월의 문턱에서

admin 기자 입력 2020.04.05 21:57 수정 2020.04.05 09:57

↑↑ 대구일보 배철한 기자
ⓒ N군위신문
예전 같으면 꽃피는 춘삼월이라 개나리, 산수유, 참꽃, 벗꽃 축제장을 찾아다니느라 들뜬 마음으로 4월을 맞이했을 터인데, 4월의 문턱에서 잔인한 계절을 맞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지금쯤이면 어른신들이 흔히 말하는 “봄돈은 하늘로 올라간다”는 말처럼 농촌지역에서는 농번기를 맞으면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다.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농촌의 현실은 삭막하다.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들이나 각종 채소 등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나 가격이 하락하고 판로가 없어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은 우리나라 전국을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대재앙이다. 피해갈 수는 없을 것, 하지만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분명 돌파구는 있을 것으로 본다.

농사를 짓고 사는 농민들의 걱정도 걱정이지만,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상인들도 앞길이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다. 멀리를 볼 필요도 없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군위읍 소재지만 보더라도 5일 장날이면 그래도 북적대며 민심을 나누던 전통시장이 잠정 폐쇄된데다 간혹 상가는 문을 열어 놓고 있어도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 휴일이면 그야말로 군위읍 소재지는 사람이 사는지 없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밤이면 더욱 을씨년스럽게 적막이 감돈다. 간혹 마스크를 하고 사람이 없는 곳을 피해다니며 산책나온 사람들이 간간히 보일뿐.

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희망의 봄날은 찾아오고 있다. 심칠 군위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많은 사업자, 출향인들이 성금과 마스크 등 물품을 보내와 고향 군위사람들을 돕고 있다, 군위군도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4·5월까지 저소득층 및 차상위계층에게 긴급 생활비 지원에 나서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특히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힘이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어 다행이다. 의흥에 거주하는 김영석 전 팔공농협 조합장을 비롯한 건물주들이 많게는 코로나19가 끝날때까지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거나 작게는 50% 내지는 한·두달 월세를 감면해 주기로 한 건물주들이 한둘이 아니다.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라며 아름다운 사연을 전해온 사람도 있다.
그는 군위읍 소재지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건물주가 ‘만물슈퍼’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란다. 요즘 시기에 자신도 힘들텐데 선뜻 집세를 감면해줘서 큰 힘이되고 있단다.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건물주라도 다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어떤 상가는 건물주가 내노라 하는 부자면서도 한푼도 깍아준다는 말도 없단다. 남의 일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안타까움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지금 주민들에게는 4월이 잔인한 계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인데 코로나19가 겹쳐서 더욱 힘들다. 어렵고 힘들때 일수록 서로 돕고, 의지하며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갔으면 한다.


대구일보 배철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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