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마스크가 방역의 보루(堡壘)다

admin 기자 입력 2020.09.20 22:29 수정 2020.09.20 10:29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2020년 경자년은 쥐의 해다.
일상의 쥐는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쥐는 질병을 옮기는 해롭고 더러운 동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쥐는 다산과 풍요, 재물의 상징으로 여겨 올해를 풍요와 희망의 해가 되길 기대하며 출발했다.

그러나 올 한해는 독안에 든 쥐처럼 답답하고 막막할 것 같다.
‘코로나19’ 비대면 사회가 새로운 생활패턴으로 변하고 있다. 출근길 시민들은 마스크를 써야 버스를 탈 수 있고, 지하철을 탈 수 있고, 학생들이 등교할 때 마스크를 쓰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걷는 모습은 마치 공상영화 속 무표정한 로봇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단골식당 주인장의 친절한 모습도 마스크 속에 가려져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사람의 얼굴은 수천만가지의 표정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로봇이 제 아무리 발달해 표정들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감성으로 빚은 표정을 따라 갈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엔 이 모든 상황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가려진 얼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가끔은 다른 사람의 표정을 살피지 않고, 나 자신의 표정도 타인에게 들키지 않으니 마음 편할 때도 있다. 코로나 탓에 한여름에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입을 막고 말 수도 줄어야하는 세상에 살게 됐다.

마스크시대가 열리면서 마스크를 쓴 많은 여성을 대하다보니 문득 드라마에 출연했던 옛날 양갓집 여성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고려 말 이래로 나들이 하는 여인의 얼굴을 외간 남자들이 볼 수 없게 하고자 모자의 차양을 깊이 하여 얼굴의 상반을 가리고 하반은 부채로 가려 다녔다.

그러다 조선조 초에는 보일 듯 말 듯 한 박사(薄紗)로 얼굴을 가려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이 살짝 비춰 남정네들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 것 또한 사실이다. 세조 때는 덮치마 라고 하는 장옷도 등장했다. 끝단을 두른 두루마기를 머리부터 둘러씌워 눈만 노출시킨 베일 드레스를 걸쳤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남녀유별이 혹심했던 중동 여성들의 모습은 어떠랴. 무슬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은 형태에 따라 히잡, 차도르, 니캅 같은 것으로 다채롭게 온몸을 덮고 가렸다.

심지어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려져 인상착의 식별조차 어렵게 했다.
중동 무슬림 여성들이 비인권적, 비인도적인 부르카를 입는 이유는 부모나 남편외의 다른 남자에게 얼굴을 보이면 안 된다는 이슬람 율법 때문이다.

전통적 관습에 따라 베일에 익숙해진 중동 여성들은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 된 코로나와 같은 비상사태에 거부감은 없을 것 같다.

코로나 전염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으로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마스크가 제공하는 익명성이 자세를 흐트러지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밀폐된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주변 사람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런 익명성이 자신의 신원이 의도치 않게 감춰지니 다른 사람들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된 듯하다.

마스크를 쓴 채 빤히 쳐다보기라도 하면 그냥 민얼굴로 그럴 때보다 불쾌하고 더 흠칫한 느낌을 받는다. 마스크에 얼굴 감추고 일탈행위를 하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레이저 조명장치와 자외선을 이용해 마스크를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이 말하거나 기침할 때 앞쪽 표면에 내려앉는 비말(飛沫)숫자를 비교 실험했다.
그런데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경우에는 기침을 하든, 재채기를 하든, 앞쪽으로 튀어나가는 비말은 극소수로 조사됐다.

공업용 마스크도 좋고, 면으로 된 단순한 마스크라도 코로나 전염을 막는데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

식약처가 허가한 보건용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가 아닐지라도 어떤 재료로 마스크를 만들었든 마스크를 쓰면 전염예방에 확실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실험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의 이구동성 결론이다.

2000년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사스와 신종플루, 메리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전염병에 노출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계속 늘고 있어 걱정이다.

코로나 감염이 계속 확산되면서 월드오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8월 30일 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 환자가 2천500만 명을 넘었고 그 중에 85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올 초 중국 우환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처음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대 역병으로 확산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우리는 밖으로 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위험에 처해 있다. 마치 찬바람을 피해 칩거하는 겨울이 된 것처럼 말이다. 정서적으로 엄동설한에 꽁꽁 언 것처럼 몸을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이럴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사회생활의 기초적 예의도 없는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국제 학술지 랜싯은 ‘마스크 착용 시는 감염 위험이 85%나 감소한다.’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온 국민의 절망은 결국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돼야 해소될 것 같다.

코로나 문제가 밀착에서 발생한다면, 그때까지라도 연인이든, 설사 부부라 할지라도 서로를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최 일선 방어막, 마스크를 쓰자. 마스크 착용은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황성창 시인/ 수필가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