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테스 형!’ 그는 누구인가

admin 기자 입력 2020.11.02 21:36 수정 2020.11.02 09:36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 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테스 형.’을 찾은 사람은 가수 나훈아 다.

‘테스’는 서양 철학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를 예인(藝人)의 감성으로 줄여 예수, 석가모니, 공자 등 세계 4대 성인 중의 한사람으로 추앙받는 인물을 지칭한 것 같다.

예수가 태어나기 500년 전의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른 이는 트로트의 가황(歌皇) 나훈아 다. 지난 추석 전 날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으로 KBS TV가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개인 나훈아’쇼를 특별 방영했다.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나라를 들썩이게 한 문화적 사건이다.

작곡가 겸 작사가인 음유(吟遊)시인 나훈아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호형(呼兄)했으니 티브이를 보던 나는 첫 소절에서 깜짝 놀랐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그는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의 무지와 오만을 깨우쳐 주고 싶어 일생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노상에서 ‘바름’에 대한 철학적 토론을 실천한 지식인이다.

그는 언제나 경건함이란 무엇이며. 용감함은 무엇이고 비겁함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이고 인간의 지배는 무엇이고 인간의 지배자는 무엇인가 따위를 탐색했다.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알아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리면 ‘질문이야말로, 그리고 올바른 질문이야말로 진리의 산파’인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부담스러운 질문들을 던져서 무엇을 얻고자 했던가. 그는 사람들이 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를 이해하게 만들려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구하는 것은 제대로 행동하는 진실에 대한 물음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상대가 정치가이든 노새 몰이꾼이든 상관하지 않고 이야기를 꺼내고 토론했다.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알아야할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신에 대한 경건함을 말하는 사람, 또 국가의 본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지 묻기를 반복했다.

이런 질문을 당한 사람들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불편하게 느꼈던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세계를 개혁하는 수다쟁이,’ 꼬치꼬치 캐는 웅변술을 만들어낸 놈‘ 등으로 비판하고, 그의 ’오지랖 넓은 빈 말‘과 ’투덜거림‘ 따위로 조롱을 했다.

소크라테스의 끊임없는 질문 행위는 존재의 기반과 국가의 확고함이 뿌리박고 있는 전통에 대한 불만의 반란은 아닌지?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질문으로 신을 믿지 않게 하고 청년들을 선동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우리는 각기 자기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 아테네 시민들의 무지를 일깨우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정신, 욕심 없이 진리만 쫓으며 지혜를 쏟은 그의 삶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래서 아테네 사람들은 그를 ‘참 지혜와 진리로 이끌어 준 스승’이라고 칭송했다. 소크라테스는 그의 재판과 독배를 마시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군중에게 영합하지 않았으며 ‘악법도 법이다’며 스스로 독배를 마심으로서 ‘지행일치(知行一致)’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킨 위대한 철학자다.

소크라테스는 권력에 대한 아부를 지극히 경멸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세상의 그 어떤 지식보다 소중하다.

반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혼돈에 빠지면 더 큰 수렁에서 헤어날 수 없다. ‘입 다물라’며 협박하는 오늘의 정치 작태, 지금은 대단한 권력자인 것 같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언젠가는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갖 시련이 닥쳐 나라는 어려운데 사기꾼들은 득실거리니 음산하다. 하나 정치인들은 싸움질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한심스러운 시국이다.

소크라테스의 눈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과연 뭐라고 할까? 안타깝게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답답하다. 아, 테스 형! 세상이 갈수록 왜 이래?

황성창 시인/부산연제문인협회 고문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