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독자마당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admin 기자 입력 2020.12.20 21:49 수정 2020.12.20 09:49

↑↑ 이수만 원장
ⓒ N군위신문
호랑이 담배 피울 때 이야기입니다. 황소를 몰고 깊은 산에 나무 하러가서 호랑이를 만나 황소와 호랑이가 싸움을 했는데, 마지막엔 황소가 호랑이를 이겼다는 것입니다. 결혼 후 나는 그것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범띠이고 저는 소띠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큰일을 결정할 때, 즉, 행정공무원을 때려치우고 신문기자를 할 때도, 신문사를 그만두고 국회의원에 세 번, 중구청장을 두 번이나 출마 했을 때도 아내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내 고집대로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아내가 “그렇게 하면 이혼을 하겠다.”며 왜 강하게 나오질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88년 첫 국회의원 선거만 나오지 않았다면 수십억 재산은 되었을 텐데. 이제 와서 지나간 일을 후회해도 다 소용없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공평한 세상 이라고 하느님을 원망하지만 나는 참으로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한 가지 걱정은 다 있기 때문입니다. 부부모임이나 동기회에 가보면 40넘은 아들딸을 결혼시키지 못해 걱정하는 사람, 가족 중에 크게 아픈 사람이 있어 걱정하는 사람, 자식이 사고를 쳐서 경찰서와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사람, 부부 중에 한사람이 죽었거나 아픈 사람 등 걱정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고 할 때 미련하게 생기는 대로 아들 딸 딸 아들 사남매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제때 결혼해서 한집에 둘씩 애를 낳아서 손자 5명, 손녀 3명을 안겨주었습니다. 매주 번갈아 와서 주말엔 집안이 늘 시끌벅적합니다.

큰소리 땅땅 치던 황소도 호랑이 앞에 꼼짝 못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아내는 갑상선 저하증이란 병을 갖고 있어 심심하면 화를 잘 냅니다. 그래도 나는 무조건 참습니다. “아내한테 이겨봐야 뭣할 것인데...” 아내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라하니 참 편합니다. 잘 보여야 좋은 옷도,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용돈도 많이 주니까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 강변 갈대가 있는 자갈밭에서 소를 먹일 때 소꿉장난으로 가족놀이를 했습니다. 재미있게 놀다가 해가지면 놀던 것을 모두 놔두고 집으로 갔습니다.
우리 인생도 어느 날 악하고 쓰러지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나갑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보고서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국공립공원을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돈도 권력도 명예도 욕심을 다 버려야 합니다.
어느 누구하고라도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저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즉 서로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게 없습니다.

사랑하는 부부와 자식들, 그리고 형제들과는 특히 싸우지 않아야 합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해 놀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남들보다 고향친우들이 배로 많습니다. 그래서 만반회 (만원씩 각자 부담하고 부족한 것은 유사가 부담하는 밥 먹는 모임)가 여러 개 있습니다.

초 중 고 대학 동기생들과 만나면 시시콜콜 별의별 이야기도 다합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마누라한테는 무조건 져야 한다.”고 열변을 토 합니다.

매년 동기생들이 하나 둘 저세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연령별 생존 확률을 보면 70세까지 86%, 75세까지 54%, 80세까지 30%, 85세까지 15%, 90세까지 5% 이라고 합니다.
90세의 장모를 모시고 있는데, 90세가 되면 100명 중 95명은 저세상에 가고 5명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친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남은 세월 건강하게, 열심히 사랑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늘 웃고 삽시다.

이수만 원장
언론인, 한국속기학원


저작권자 N군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