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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

admin 기자 입력 2021.01.18 10:47 수정 2021.01.18 10:47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어제보다 나이를 한 살 더 얻었다. 일그려져 버렸던 한해가 어서 갔으면 하는 마음과 다시는 찰거머리 같은 2020년을 안 만났으면 하는 지긋지긋한 악몽의 한해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추측만 무성할 뿐 세계보건기구가 명확히 밝혀주진 않았지만, 우리들의 삶을 송두리째 뭉개버리고 삼켜버렸다.
오즉 힘들었으면 2천5백년 전 어지러운 세상을 떠난 철학자 ’테스 형‘을 그토록 애타게 찾았을까 싶다.

휘들렸던 한해가 가고 새로운 ’소띠‘해가 밝아왔다. 기분 좋은 시작이 필요할 때다. ’소‘라하니 황소 고집이란 부정적인 단어가 우선 떠오른다. 그러나 소는 염치가 있어 자신이 느리다는 점을 알기에 부지런함을 내세워 승부를 삼는다.

참 우직하제! 하는 칭찬에 눈만 멀뚱거리는 소, 봄부터 가을까지 밤낮없이 일만 하는 소, 그렇게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홍삼정은 커녕 풀만 우적우적 씹는 소다. 바보 같이 그저 눈만 끔뻑끔뻑할 따름이다.

불교에서 등장하는 ’소‘는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인간의 참된 본성을 가르킨다. 사찰 법당 외벽에 벽화로 그려져 있는 심우도(尋牛圖)가 좋은 예다.
석가모니 부처님 태자 때 이름은 ’고타마 싯 다르다‘인데 고마타의 뜻은 ’거룩한 소‘란 의미다.

불교의 심우도가 상징하듯이 신축년에는 인간이 찾아야 할 참마음, 본성도 되찾는 한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신축년이 흰 소띠해라 하니 황소의 화가로 유명한 이중섭의 대표작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진 역동적인 ’흰 소‘ 그림이 유명하다.

심란하게 시작한 신축년, 흰머리와 주름이 조금 더 늘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거나 나는 새해 아침에 눈을 뜨고 싱그러운 태양을 보지 않았던가.

그러지도 못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간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해에 거는 기대는 희망이다. 시인 TS 엘리엇은 “우리가 시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종종 마지막이며 끝맺음을 한다는 것은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시작하는 시점”이다 고 했다.

내일 펼쳐질 희망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눈금 보듯 똑 같은 시간이다. 상대적으로 느리고 빠르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1분은 1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황금 같은 시간은 이 순간에도 거리낌 없이 지나치니 얼마나 소중하고 아까운 일인가. 잃어버린 게 많았던 지난해를 보내고 우리가 당장 회복할 것은 새로운 희망뿐이다.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것은 살맛나는 세상을 찾아 나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다. 행복해지려면 사랑하는 가족, 해야할 일, 그리고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굳건한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힘차게 산다는 것 자체가 아주 소중한 가치다. 올 한해 흰 소처럼 우보천리의 자세로 느긋하게 어제에서 배우고, 오늘 하루를 뚜벅뚜벅 살아가며, 모든이의 꿈이 영글어지는 희망찬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황성창 시인
의흥향우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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