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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독자마당

세월도 비껴가는 거목(巨木)

admin 기자 입력 2021.02.19 13:08 수정 2021.02.19 01:08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46대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이 없으면 평화도 없고 쓸쓸함과 분노만 있을 뿐”이라며 “미국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 통합이 전진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모든 미국인들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취임사의 핵심은 ‘통합’을 강조했다. 국정의 지향점이 간단 명료하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키워드는 뭐였을까.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권 말기에 접어 든 국정 평가는 어떨까. 각자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우짠지 난 떨떠름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올해 중수(中壽)다. 나이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차고, 확신에 찬 당당함과 노련함이 미국의 대통령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임사를 읽는 바이든 대통령을 보면서 세계의 유수(有數)한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은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망백(望百)의 나이에 직접 운전을 하지 않나, 95세나 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IT 신기술에 도전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근간에는 코로나 감염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는 여왕의 모습에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이웃나라 일본 제일의 요미우리(讀賣)신문사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주필 역시 95세의 나이에도 세계 최고의 발행부수 1000만 부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을 이끌며 논설이나 평론에도 계속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사회에서 ‘막후(幕後)의 쇼군(將軍)’, 최고의 실력자로 불리운다. 기억력과 논리력은 전성기 못지 않다는 게 신문사 관계자의 증언이다. 70년째 활동해 온 와타나베 주필은 요미우리의 황태자로 부른다. 불가사의 한 열정이다.

올해 100세를 넘긴 김형석 교수는 온 국민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다. 90세 이후에도 매년 책을 쓰고 전국 어디든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100세 지식인의 지적 샘물은 지금도 메마르지 않으니 어디에서 계속 솟아날까.
원천(源泉)이 불가사의하다.


언제나 젊은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며 자신이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위로하고 격려한다.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정치 권력에 대해 실란하게 비판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지식인의 비판이 ‘앙가주망’의 진짜 책무를 다하는 분이라 생각하니 존경스럽다.

노장(老將)들의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은 노거수의 나이테와 같다. 여든인데도, 아흔인데도, 망백(望百)에 이르러도 왜 늙지를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역시 정신력이 강하고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사람은 늙지를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지적 의욕을 갖고 사회활동을 게으르지 않는 사람들이 꿈이 있고 목표가 있는 한 나이를 잊게 되고 꿈을 이를 때까지 꿈따라 가야 하니까 늙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데 나 같은 속인들은 70, 80지나 점잖치 못하게 나댄다는 핑잔 들을까 대문을 잠그고 졸자(拙者) 삼식이로 엎드리고 있으니 그나마 조금 남은 엷은 지식도 쓰지 않으면 곰팡이가 슬고 썩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을 보면서 많은 교훈을 받았다.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은 팔순 나이에 최근에 낸 새 앨범을 미국 빌 보드 메인 음반차트 2위에 올랐다. 레이디 가가 같은 젊고 패기찬 쟁쟁한 후배 가수를 제치고 오른 위대한 거장이다.

밥 딜런은 반전과 저항, 자유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세계 음악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역 가수다. 매년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70, 80대 교수들이나 과학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연구활동을 왕성하게 한다는 게 부럽고 경이롭기만하다.

사람이 나이들어 죽고 사는 건 생로병사의 순리다. 늙는다는 것이 마치 곰팡이처럼 퇴치 할 대상이란 메시지를 연상케 한다.

죽는 것 보다 두려운 것은 일 없이 빈둥대며 백수로 보내는 부질 없는 삶이지 않을까 싶다. 설혹 얼마간의 돈이 있다 해도 일하는 즐거움의 가치를 뛰어 넘을 순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일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로서 남들이 찾고 부름을 받는 건 살아 있다는 행복한 증거이기도하다.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일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할 일이 있다는 건 행복한 삶의 보람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와타나베 주필, 김형석 교수 같은 저명한 인사들은 일에 매몰되어 열정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분들의 얼굴에서 풍겨나오는 ‘아우라’가 정말 무지개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 곱게 늙었다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이로구나 싶어 감탄하게 되고 그들 삶의 일부라도 본 받아야겠다는 충동을 받는다.

나이 듦은 쇄퇴가 아니다. 항심(恒心)으로 무엇에 든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될 것 같다. 행복의 조건은 끝없는 배움에서 가슴을 채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돈기호테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잡을 수 없는 하늘의 별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이상과 꿈이 있을 때 우리의 현실은 한층 더 순결해 질 것이다.

마음으로 거목을 닮을 꿈만 꿀 것인가. 소망이 있다면, 꿈을 이뤄내야 하지 않겠나. 아직도 내가 감당할 꿈을 휘어 잡을 시간은 있을테고 갈 길은 멀다. 안절부절 않을테다. 올해 내 나이 아직도 여든 둘인데.

황성창 시인
재부 의흥향우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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