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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韓日) 화해가 간절한 사람들

admin 기자 입력 2021.05.02 22:37 수정 2021.05.02 10:37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해방된지 76년이 됐다. 미국의 뜻에 따라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진 게 1965년이다.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 시카코대 석좌교수는 ‘안보에서 미국과 손잡은 한국이, 1960년대 이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일본과 손을 잡음으로써 유리한 입장에서 혜택을 누렸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의 기술과 자본, 좋은 제도를 받아 들여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대한민국 국익이나 발전 과정을 볼 때 미국과 일본의 협력으로 오늘의 기틀을 닦았고, 반석위에 오르게 만든 힘도 얻었지 않았나 싶다.

기적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미국이나 일본의 역할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화학공업의 깃발을 내세운 대한민국에 신일본제철이 박태준이 진두지휘하는 포항제철 건설을 지원했고, 일본 전자업계가 반도체 기술을 해외에 제공한 첫 사례도 이병철이 경영하는 삼성이었다. 심지어 삼양라면까지 기술협력을 받았으니 사례는 부지기수일터다.

1965년 이후 30년 동안 기술이전과 직접 투자는 1990년까지 미국과 일본이 1,2위를 다퉜다. 불과 30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걸 5천만 국민이 함께 뛰었으니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을 어느 정부이든 호도하거나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은 왜 한국을 쌍수(雙手)를 들어 도왔을까. 그런데 우린 과거를 까맣게 잊어버린 암체없는 민족처럼, 성리학을 중시했던 선비답지 않게 ‘반미’니 ‘친일 청산’ 타령 하는 일부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몹시 헷갈린다.

2015년 박근혜 정부시절 위안부 문제로 협상할 때 미국이 중재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위안부 문제를 되돌릴 수 없는 최종 타결’이라는 조건으로 ‘화해 치유재단’에 10억엔을 출연(出捐)하고 매듭지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그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합의 한 재단을 해산시켜 버렸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한국이 1965년 맺은 한일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 한일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킬지에 관한 신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위안부 합의도 정상 간 합의여서 유엔(당시 반기문 총장 재임시절)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높게 평가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국제 사회에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약속해 놓고도 매번 골포스트를 옮기는 나라’라고 비판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국가 간 약속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 관계의 질서다. 국가 간 약속이 국내적으로 큰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는 약속을 해도 또 뒤집을 것이 아나냐 하는 국제적 불신을 키우는 꼴이 될까 우려스럽다.

2019년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한 일본 지한파(知韓派) 와사 하루키 동경대 명예교수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대통령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전임 대통령이 한 약속은 좀 부족해도 계승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이게 파기되자 일본에서 한국을 불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한국을 아끼는 일본 지식인의 따끔한 질책이다.

지금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조선인 영주자가 50만 명 가깝다. 일반 비즈니스 채류자나 유학생을 포함한 일본 내의 한국인 및 한국계 국민이 90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일본인이 귀화했거나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 여성도 5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매년 국내에서만 한국인 일본인 부부 1300쌍이 새롭게 탄생한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를 실감케 한다. 나도 1939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이듬해 부모따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나 같은 운명의 이중 국적자가 비일비재하다. 양국에 인연을 둔 비숫한 경우의 이들은 한일 간 화해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다. 걸핏하면 죽창가를 불러대니 경계선을 밟고 있는 불안한 사람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누가 아물게 하겠나.

지난해 가을, 원로 작가 조정래의 “국내 150만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이들은 무조건 친일파”라고 발언해 파문이 거세게 일었다. 그는 또 “소위 토착 왜구라고 불리는 이들, 일본 유학을 몇 번씩 갔다온 이들은 다 반역자이고 친일파”라고 매도했다.

그럼 삼성그릅의 이병철이나 이건희 회장은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본 재계와 협력해 이룬 사업도 친일파 친일 재벌로 볼 것인가. 문대통령 따님도 일본 유학파니 민족반역자로 단죄하겠다는 말인가. 지도자의 비전과 국가 경영 능력에 따라 도약의 기회를 맞기도 하고 한 나라가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조선 왕조실록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임기말에 미국과 베트남이 과거의 적에서 친구가 됐다고 선언했다. 베트남전에서 150만 사망자가 난 베트남이나 첫 전쟁 패배라는 치욕을 안게 된 미국이나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고 패권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것을 볼 때 국가 지도자의 단호한 결단이 부럽고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시사를 던져 준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여주는 과거사에 대한 지나친 집착, 1965년 한일협정의 부정적인 움직임에 국민이 걱정할 판이다.

미일(美日)이 제공한 협력으로 유례없는 번영을 누린 한국의 현대사를 사실대로 젊은 세대들에게 알려줬으면 한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경제가 좋아지고 국력이 성장하자 교만해진 것일까. 정글 같은 국제무대에서 살아 남는 길은 동맹을 굳건히 다잡는 방법 외 어정쩡 잔꾀 부리다간 한방에 훅 간다.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하려면 민족 감정을 악의적인 충동을 부추기보다 주변국과 더불어 사는 화해와 용서, 포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나라가 있어야 대통령이 있고, 국회의원도 필요하다. 백성들은 그저 ‘등 따스고, 배 부르고 땅 치며 노래하는 세상’을 원할 뿐이다. 이런 세상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필요한 게 아닐까.

황성창 시인
수필가. 재부의흥향우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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