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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리운 내 어머니(2)

admin 기자 입력 2021.05.18 16:23 수정 2021.05.18 04:23

↑↑ 황성창 시인
ⓒ N군위신문
매년 오월이 되면 챙길 날이 많아진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외에도 여러 기념할 날이 많다. 그 중에서도 유독 나에겐 애틋함이 가슴 깊이 스며드는 날이 어버이날이다.

어머니의 사랑, 사랑의 참뜻을 처음으로 가장 깊게 가르쳐 주신 어머니,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우고 입을 뗀 말이 ‘엄마’가 아니었던가.

그래선지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무시로 어머니를 부르고 어머니를 찾는다.
엄마 품 만큰 포근하고 평안한 데가 또 있을까. 새삼스럽지만 우리는 결코 저절로 자란 게 아니다. 어머니 품에서 머리칼이 까맣도록 성장했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 드렸던가.

생각하니 어머니를 즐겁게 해 드린 게 없다. 오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왜 효를 다하지 못했는지 마음을 가다듬고 지난날을 성찰해 본다.

어머니는 온몸으로 자식을 보호해 주는 웅장한 성곽(城廓)처럼 물러섬이 없는 방패막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던질 수 있는 어머니의 본질은 인류의 삶이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걸 알아선지 어머니 품에 안긴 자식들은 하나같이 이 세상 어떤 공포스러운 위협이나 위험에도 두려워 하지도 겁내지도 않는다.

그져 젖꼭지 씹으며 엄마 눈빛만 마주치면 사르르 사르르 웃기만 한다.
신(神)이 없는 곳에는 어머니가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라는 것은 ‘신이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교의 격언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신을 대신할 만큼 위대한 것을 한없이 느끼고 새기며 우리는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부처님처럼, 예수 그리스도처럼, 어머니는 우리 곁을 지켜주는 또 다른 신, 귀한 수호신이다.
부모는 자식 나이듦에 상관 없이 항상 어린 아이처럼 위태위태하게 여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해서 그런 신 것 같다. 잎이 자식이라면 부모는 뿌리다.

뿌리 없는 나무가 어떻게 크며 자라겠나. 그런데 일부 자식들은 부모의 은혜와 사랑을 쉽게 잊고 지나는 것 같다.

부모의 사랑은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가장 숭고한 애정의 표현, 마음이다.

그리고 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것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 사랑이다.
풍수지탄(風樹之歎)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려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뜻을 이룰 수 없으므로 한탄하게 되니 살아 계실 적에 잘 보살피라는 뜻이다. 여기 송강(松江) 정철이 쓴 효에 대한 애끓은 시조 한 수를 옮겨본다.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길랑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지구상에서 ‘어머니’보다 위대한 단어를 찾을 수 있겠는가. 흔히 부모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다고 말들은 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도 부모를 여읜 지 수 십 년이 지났건만 살아 계실 제에 마음 편히 모시지 못한 회한이 까맣게 뭉친 응어리가 되어 머리가 하얘진 지금에도 텅 빈 가슴 속을 문지르고 정신을 무겁게 압도하고 있다.

효도는 백행의 근본이며, 불효는 죄 중에 대죄(大罪)라 했다. 그러니 효도는 미루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실 적에 어버이에게 효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어영부영하다 돌아가신 후 뒤늦게 후회하는 어리석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옛부터 예의범절이 바른 백의민족,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자랑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 술 취한 젊은이가 택시 기사를 무자비하게 폭행, 실신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티브이를 통해 봤을 때 어짜자구 저러나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과연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들이 얼마만큼 도덕과 윤리를 지키며 어른들을 평상시에 공경하고 있는지 의심을 아니 할 수가 없다.

오늘 어버이날, 한평생 그리움과 삶의 고됨에 시달리다 가신 내 어머니! 오늘따라 마른 눈가를 적시는 눈물은 이제사 철이 든 걸까.

그리워지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머리 숙여 ‘이 자식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빌 수밖에 없는 이 간절함을 어찌해야 합니까? 어머니!

황성창 시인
재부의흥향우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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