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관심이 국내여행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있는 화본역이 지역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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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의 주체가 도시에서 동네로 전환되면서 화본역이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도시 작은 마을도 동네 브랜드를 꿈꿀 수 있는 시대다.
지난 16일 인구 240여 명이 사는 화본마을은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로 극심한 주차난이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키 작은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화본역으로 인파가 몰렸다. 살굿빛으로 외벽을 칠해 마치 빛바랜 사진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다.
대합실 내부에는 옛날 역무원들이 쓰던 모자와 깃발 등 오래된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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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한쪽에는 화본역의 과거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다. 남편과 함께 이곳을 둘러보던 김모(52·대구시·여)씨는 “야외활동 하기 좋은 날씨라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시부모님 고향이기도 한 군위에 오랜만에 왔더니, 사람도 많아서인지 유난히 활기가 느껴진다”며 “어린 시절 사진앨범에서 본 듯한 아련한 풍경에 저절로 추억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화본역의 역사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완공돼 1938년 보통역으로 출발했다.
당시 산성면에 시장이 없던 터라 주민들은 열차를 타고 영천으로 가 장을 봐왔다. 영천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아침부터 모여드는 주민들로 기차역이 들썩일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도시에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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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쇠락해가던 시골 간이역은 2011년부터 변화를 꾀했다. 마을 주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화본역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을 추진한 결과, 이제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군위 명소가 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본역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통한다.
화본역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역 주변에는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맛집들도 생겨났다. 얼큰잔치국수로 유명한 화본국수전문점에는 주말이면 이른 아침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서울에서 온 50대 관광객 김모씨는 “직장동료가 이곳 고기국수와 얼큰국수를 꼭 먹어보라고 하기에 가족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며 “도착하고서도 밖에서 1시간 반 넘게 기다린 뒤에야 식당 안에 자리를 잡았다.
오래 기다려 지치지도 했지만, 그만큼 국수 맛이 좋고 직원들도 친절해 기분 좋게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고 했다. 역 바로 앞 꽈배기집은 갓 튀긴 꽈배기와 팥 도넛이 유명한데, 빵이 부드럽고 촉촉해 아이들도 잘 먹는다는 후기가 많다.
화본역을 벗어나 화본마을을 거닐다 보면 삼국유사 속 이야기가 담긴 벽화가 곳곳에 보인다. 군위군이 삼국유사의 고장임을 알려주는 벽화들이다. 단군신화와 만파식적 등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벽화로 담았다. 아이들이 떠나고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폐교는 주민들의 손길을 거쳐 추억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마을이장 박택관 씨는 “화본역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과거 옛 추억이 잘 보존돼 있어 이곳을 찾는 방문자들이 하나같이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