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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세금이 바로서야 국민이 편하다

admin 기자 입력 2021.09.05 23:38 수정 2021.09.05 11:38

↑↑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 N군위신문
세금은 그 속성이 일방적이고 강제적이기 때문에 세제와 세정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에 충실하게 제정되고 운영돼야 한다.

조세제도가 바로서야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고 국민이 펀하다.
중국 고대 문헌인 「禮記, 檀弓下」 편에 「가정맹어호, 苛政猛於虎」 라는 고사성어가 실려 있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으로, 조세법에 충실한 공평과세와 국민의 재산권 보호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세제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가? 무엇보다 조세의 주(主)목적은 국가와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재정수입을 원활하게 확보하는 데 있다.

그리고 조세의 부(副)목적은 정책적 목적의 실현이다. 즉, 중소기업지원, 서민지원, 투기억제 등을 위해 세금을 경감하거나 강화한다.

한국의 부동산세제는 지나치게 조세의 부목적인 ‘투기억제’에 동원되다보니 심각하게 왜곡됐다. 왜곡된 부동산세제가 국민의 세 부담을 부당하게 늘린다.

세제의 기본과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세원(과세대상과 과세표준)은 넓히고 세율은 내려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세원과 세율 두 기지 다 올렸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의과세표준이 되는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전국 19.03%, 서울 19.89%, 세종 70.2% 올랐다.

2007년 22.7% 상승 이래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또는 전국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율도 지난해 0.6~3.2%에서 올해 1.2~6%로 2배 올랐다.

미실현이익에 과세되는 보유세 특성과 미국 각 주(州)의 보유세율 평균이 1~2%인 점을 감안할 때 원본을 침해할 정도로 세율이 높다.

다음으로, 보유세(재산세 + 종부세)는 올리고 거래세(양도세 + 취득세)는 내리는 게 세제 운영의 기본이다.

그런데 문 정부는 이것 역시 둘 다 강화했다.
세제의 기본과 원칙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 11월에 고지될 주택분 종부세를 최저 4조5515억원에서 최대 6조530억원으로 예상했다.

문 정부가 출범한 ‘17년(3,878억원) 대비 무려 15.6배 오르는 셈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내려야 할 양도세율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대폭 올렸다.

올 6월 1일부터 2주택 소유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누진세율 + 20%p.가산’ 세율, 3주택 이상자는 ’누진세율 + 30%p.가산‘ 세율이 적용된다.

이 경우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집을 팔 경우 양도소득금액의 최대 71.5%, 3주택 이상자는 최대 82.5%의 징벌적 양도세를 내야한다.

과중한 양도세가 동결효과(凍結效果, 매물 잠김 현상)를 일으켜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없도록 가로 막고 있다.

기본과 원칙을 벗어난 세제가 집값을 부추긴다.
또한 정부는 1세대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기준 9억원을 2008년 이래 13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에서 종부세 과세기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수가 문 정부 출범당시 100가구 중 4가구에 불과했다.

공시가격이 19.03% 급등한 올해엔 서울 아파트 4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 과세대상이 됐다.
이제 종부세는 국민의 1%만 내는 부자세금이 아니라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중산층도 종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정부는 한국의 보유세 부담율이 낮다면서 이를 보유세 인상 근거로 제시해 왔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재산세 + 종부세) 부담율은, ‘17년 0.78%, ’18년 0.82%, ‘19년 0.92%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에는 1%를 돌파 1.2%로 올라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보유세 부담율 순위도 중상위권인 14위에 진입했다.
올해도 공시가격과 종부세율의 대폭 인상에 힘입어 보유세 부담율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한국은 보유세 부담율이 낮은 국가로 치부될 수 없다.

‘18년 한국의 GDP 대비 거래세 부담율은 2.01%로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 이어 2위인 벨기에는 1.09%이었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한 부동산세 부담율(2.83%)은 OECD 회원국 중 영국(3.4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 보유세제의 근본 문제는 세 부담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종부세율과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데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상 콜베르의 ‘거위깃털뽑기’식 증세처럼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도 따라 오른다.
중산서민층이 공시가격과 연계돼 있는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등 복지혜택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

공시가격은 63가지 행정지표와 연계돼 있다. 국민 모두가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이익의 영향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집값 안정은 세금 강화가 아닌 주택공급과 금융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이제라도 정부는 부동산세제의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그 방향은 보유세인 종부세 부담 증가 속도를 조절하면서 거래세인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세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 정상화 차원에서 현행 1세대1주택 비과세 기준 9억 원을 12억 원으로 올려야 한다.

여기에 복지 수급과 건강보험료 등 63가지 국민 부담과 연계돼 있는 ‘공시가격’의 동결 또는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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