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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북도의회, 스스로 신의를 저버렸다

admin 기자 입력 2021.09.06 10:16 수정 2021.09.06 10:16

↑↑ 우영길 도의원
ⓒ N군위신문
얼마 전 필자는 참담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경북도의회에서 군위군의 대구편입에 대한 의견제시(안)에 대하여 ‘의견 없음’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사안은 1년 전 통합 신공항과 관련한 공동합의문에 포함된 것으로 도의원 53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 같은 결정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군위군에 따르면 지금의 53명의 도의원이 서명한 원본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무릇 정치인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군위군의 대구편입에 찬성한 도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스스로 명예를 던져버렸다.

지난해 군위군이 공항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단독 후보지를 고수하고 있을 때 대구·경북의 모든 정치인과 단체들이 군위군을 압박했다.

통합 신공항이 무산된다면 군위군은 역적이 되는 것처럼 매도했다. 급기야 공동합의문을 들이밀며 군위군을 코너로 몰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으냐’‘욕심쟁이다’라는 비난들이 폭주했다.

그때 김영만 군위군수는 대구·경북 국회의원은 물론 시·도의원 전원에게 공동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7월 30일 당일에 국회의원 전원과 시의원 26명, 도의원 53명이 동의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는 일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인사들의 서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나마 대구시의원들은 그날의 약속을 지켜 6월 30일 일찌감치 군위군 대구편입에 대한 찬성의견을 냈다.

그러나 도의원들은 달랐다. 행정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된 의원 중 공동합의문8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은 2명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비공개 논의를 통해 4:4 동수를 이루었다. 논의는 비공개로 하였으나 비밀은 아니다.

이미 누가 변심했는지는 세간에 알려져 있을 것이다.
변심한 의원은 도의적 책임을 떠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지역의 주민들은 정치인들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 변심한 의원의 지역구민들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것인지, 이제 믿을 말이 없다고 할 것인지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정치인의 약속은 일반인의 약속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그러나 지금의 도의원들은 일반인보다 더 가볍게 신뢰를 저버렸다. 세간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패러디하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경북도의회가 그 짝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살펴보던 중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했다.
군위군 대구편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안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정치인의 표결행위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본인의 실명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무겁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두려웠는지 스스로 이름을 버렸다. 지금의 투표행위를 이철우 지사에 대한 인기투표로 보아야 하는가? 인기투표라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도 무방하다.

이 표결방식은 사전에 의장단에서 결정하였다는데 의원간의 친목이 분명한 의사결정보다 우선해야 한단 말인가? 의원은 집행부를 견제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통해 지역주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친목 단체가 아닌 것이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본인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고 생각한다면 당당히 밝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지금 경북도의회는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선배 도의원으로서 경북도의원들이 군위군민, 나아가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신의를 저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전 도의원 우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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